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과 부인 홍라희씨가 6일 오후 서울 김포공항에서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의 환송을 받으며 전용기 편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떠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제공
[이건희 경영복귀 급물살]
삼성전자 최지성 사장 ‘복귀 임박’ 시사 발언
“당분간 올림픽 유치활동 전념” 신중 전망도
삼성전자 최지성 사장 ‘복귀 임박’ 시사 발언
“당분간 올림픽 유치활동 전념” 신중 전망도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경영 복귀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삼성전자의 단독 대표이사가 된 최지성 사장이 이번에도 불을 지폈다.
최 사장은 7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제품 전시회(CES) 개막에 앞서 현지에서 기자들에게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가 임박했음을 내비쳤다. 최 사장은 “앞으로 (이 전 회장을) 우리가 모시고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전 회장이) 우리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고 좀더 자유롭게 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사면을 해준 쪽에서도 그런 기대가 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앞서 최 사장은 지난해 9월 독일 가전전시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최 사장은 “삼성이 소니를 제치고 1위에 오른 건 이건희 회장님 덕분이다. 오너가 아니면 하기 어려운 일이다. 삼성이 빨리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해, ‘오너 경영’과 이 전 회장의 사면 필요성을 거론한 바 있다. 라스베이거스에서의 발언은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간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전 회장이 특별사면 이후 첫 공식 행보로 미국행을 택한 것은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카드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세계 전자업체와 미디어의 관심이 한꺼번에 쏠리는 라스베이거스 가전제품 전시회 참관을 통해 대내외적으로 자연스럽게 ‘복귀’ 가능성을 예고하고, 미국 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과 만나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활동도 공식적으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 쪽은 후자에 더 무게를 두고 설명하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번 미국 방문은 가전쇼 참석보다는 특별사면의 공식적인 이유였던 평창 올림픽 유치 활동에 전념할 예정”이라며 “당분간 모든 대외활동은 이 부분에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내부에서는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 필요성을 3세 구도에서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12월 인사에서 각각 부사장과 전무로 승진한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과 장녀 이부진 신라호텔·에버랜드 전무, 이서현 제일모직·제일기획 전무가 이후 승계받을 그룹의 영역을 나누는 결정을 하려면 명예회장의 자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부진·이서현 전무가 두 회사를 겸직하게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지성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격변기에 선견지명이 있는 경영자가 삼성 (성장의) 원동력이었고 앞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재용 부사장이 공식적으로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되는 시점 등 경영을 총괄하는 자리에 오를 때 자연스럽게 은퇴하는 모양을 갖추기 위해서는 명예회장으로 복귀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내부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의 복귀는 과거회귀로 비칠 수밖에 없어 명예회장으로 복귀하는 시점은 충분한 명분을 쌓은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이건희 전 삼성회장의 직위 변경 관련 일지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