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조직 인사 개편 흐름.
‘생존’ 위기의식에 사업부제 강화 등 조직개편
핵심 경영진 책임 커져…‘새 얼굴 교체’ 분석도
핵심 경영진 책임 커져…‘새 얼굴 교체’ 분석도
삼성전자의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강도 높은 조직 개편과 인력 재배치가 진행 중이고, 관례를 깨고 연중에 핵심 경영진을 교체하는 인적 쇄신 바람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한겨레> 7월16일치 14면) 대한민국 대표 기업에서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왜 바꾸나?=직접적인 배경은 실적 부진이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반도체 값 폭락 여파로 5년 6개월만에 가장 저조한 경영 실적을 냈다. 최대 수익원이었던 반도체가 거꾸로 삼성전자 전체를 흔드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이런 와중에 ‘반도체 신화’를 일군 황창규 총괄사장이 7년여 동안 맡아온 메모리 사업부를 후임자에 넘겼다. 이와 관련해 삼성의 한 임원은 16일 “(반도체는 부문은) 최근 1년 동안 투자 시점, 수요 전망 등이 시장과 계속 엇박자를 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적부진에 따른 문책성 인사인 동시에,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대응책이란 얘기다.
당장의 실적보다 더 중요한 건 장기적인 경영 전략이다. 삼성은 ‘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차세대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다. 3년째 매출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수익성은 점점 떨어지는 데 대한 근본적인 위기 의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반도체·엘시디 등 주력사업이 시황에 따라 크게 출렁이는 태생적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제기되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삼성은 지난달부터 그룹 차원에서 모든 계열사의 사업·투자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전략기획실의 한 고위임원은 “대규모 선행투자로 초과 수익을 누리는 경영 전략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귀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바뀌나?=조직 개편의 핵심은 ‘사업부제 강화’다. 반도체 부문은 제조와 기술 부문을 통폐합했고, 엘시디 부문은 기존의 기능별 조직을 제품별로 개편했다. 사업부 단위의 책임성을 높여 환경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성과에 대한 책임 소재 또한 명확히 하겠다는 뜻이다. 정보통신과 디지털미디어 쪽도 올 안에 총괄사장의 사업부장 겸임 체제를 모두 해소할 계획이다. 전자 계열사인 삼성에스디아이는 이날 디스플레이사업부를 신설하고, 김순택 사장이 겸임해 온 기술총괄직을 삼성전자 출신 임원에 맡겼다. 삼성전자 쪽은 “조직 슬림화 및 책임 경영의 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부제 개편이 모든 사업부문으로 확대되면 인력 구조조정의 강도도 높아질 전망이다. 삼성은 이미 상반기부터 인력 재배치와 희망퇴직을 통해 인원 감축을 진행중이다. 전자 계열사의 한 부장급 직원은 “부장급 가운데 내년 임원 인사 대상자가 유례없이 줄어들 것이란 얘기가 나돈다”며 “성과 평가가 바닥인 부장들은 알아서 옷을 벗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세대교체 신호탄?=삼성이 구조조정 수위를 높이는 데는 다목적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핵심 경영진과 조직 전체에 긴장감을 유지하겠다는 셈법이다. 그룹 쪽 고위임원은 “하반기에는 대부분 사업부문의 실적이 확실히 호전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실적이 나아진다고 해서 경영진단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이 개선되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사업부문별 취약성과 문제점, 그에 대한 책임 추궁을 대충 넘어가지 않겠다는 경고인 셈이다. 나아가 각 사업부문의 최고 경영진이 과도하게 성과 중심 경쟁을 하거나 ‘독자 플레이’에 나서는 것에 대한 ‘경고’의 의미이기도 하다.
핵심 경영진의 세대 교체가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 대기업 전략담당 고위임원은 “삼성이 매출 정체를 극복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려면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최근 움직임을 보면 외환위기 이후 10여년 동안 ‘디지털 삼성’을 일군 핵심 경영진의 경영 전략에 중대한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애니콜 신화’를 일군 이기태 부회장은 올 초 기술총괄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반도체 시장을 선도한 황창규 사장은 최근 궁지에 몰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삼성 안팎에서는 오는 9월 임원 평가에 따라 기존 임원의 20~30%가 교체되고 역량 중심의 새 얼굴이 적극 발탁될 것이란 얘기가 끊임없이 나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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