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만 60~70명 ‘희망퇴직’…하반기엔 규모 더 커질듯
삼성쪽 “인위적 감원 아니다”…현업선 “사실상 밀어내기”
삼성쪽 “인위적 감원 아니다”…현업선 “사실상 밀어내기”
올 상반기 실적부진을 겪은 삼성전자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방식으로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그룹 차원의 경영진단 및 경쟁력 강화 조처가 시행되는 하반기에는 사업·인력 구조조정이 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12일 “사업부문별 상시 구조조정 프로그램에 따라 올 상반기에 60~70명의 희망퇴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희망퇴직 대상은 차·부장급(임원 제외) 5천여명이며, 통상 1년치 임금이 위로금으로 지급된다.
삼성전자에서는 경영실적과 상관없이 해마다 80~120명씩 희망퇴직자가 발생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임원은 “올해는 정보통신총괄이 지난 5월 서울 본사 인원 800여명을 수원사업장으로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희망퇴직자가 조금 많아진 것 같다”며 “그러나 전사 차원의 희망퇴직 목표치나 가이드라인은 없으며 사업부문별로 자율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 쪽은 ‘인위적인 감원’이 아니라고 해명하지만, 현업에서는 전환배치 등을 통한 사실상의 밀어내기식 인력감축이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실제 수원사업장 소속의 한 팀은 지난달 해당 업무가 통폐합되면서 팀 소속 차·부장급 3명이 거의 동시에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한 차장급 직원은 “업무나 조직을 축소하거나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경험이 전혀 없는 곳이나 지방에 전환배치를 하거나 아예 무보직 발령을 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그룹의 전직 고위임원은 “부장 또는 임원급인 팀장에 희망퇴직자 수를 할당하는데, (희망퇴직을) 거부하면 위로금과 전직 등에서 불이익이 생기기 때문에 버틸 재간이 없다”고 전했다. 삼성은 외환위기 직후 전체 임직원의 30%에 이르는 4만여명을 감원할 바 있다. 삼성그룹의 한 고위임원은 “10~20%씩 무더기로 잘라내 조직이 유지되겠냐”면서도 “전자 계열사가 어려워 사업·인력조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만큼 예년보다 희망퇴직이 꽤 늘지 않겠냐”고 말했다.
올 하반기에는 희망퇴직 규모가 더 커질 전망이다. 삼성그룹은 지난달 초부터 계열사별로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부터는 사업부문별로 투자순위 재조정, 중복사업 정비, 조직 슬림화, 낭비 제거 등 사업·인력 구조조정이 본격 시행된다. 실적이 부진한 전자 계열사 중, 삼성에스디아이와 삼성전기는 이미 상반기에 그룹 차원의 경영진단을 받아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삼성에스디아이는 연초에 부사장 등 임원 수를 20% 정도 줄였다. 삼성전자는 8~9월께 사업부문별 내부 감사 및 경영진단에 대한 조처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홍보팀 임원은 “인력 구조조정은 공장 해외이전, 선택과 집중에 따른 사업 재편 등 환경 변화에 따라 상시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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