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분기별 실적 추이
2분기 영업이익 9100억…5년여만에 최저
휴대폰·엘시디 선전도 반도체 부진 못채워
하반기 장밋빛 전망…반도체 업황이 변수
휴대폰·엘시디 선전도 반도체 부진 못채워
하반기 장밋빛 전망…반도체 업황이 변수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2001년 4분기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표다. 다양한 수익원이 강점인 ‘황금분할’(반도체-엘시디-정보통신) 체제도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대한민국 1위 기업이 여전히 경기 변동에 쉽게 부침하는 취약함을 드러낸 것이다. 외부환경에 민감한 사업구조, 관리형 경영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 제조업 평균 이익률 못 미쳐=삼성전자는 2분기에 매출 14조6300억원, 영업이익 9100억원, 순이익 1조4200억원의 경영실적을 기록했다고 13일 밝혔다. 매출은 전분기보다 2%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3%, 11% 떨어졌다. 영업이익 규모는 2001년 4분기(690억원) 이후 가장 작았다. 영업이익률은 6%로 지난 1분기 상장 제조업체 평균치(7.2%)에도 미치지 못했다.
사업부문별로는 반도체는 ‘최악’, 엘시디는 ‘선전’, 정보통신은 ‘미흡’으로 요약할 수 있다. 반도체는 주력제품인 디램 값 폭락 여파로 한때 47%까지 기록했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8%로 뚝 떨어졌다. 정보통신 부문은 분기로는 가장 많은 휴대전화를 팔고도 이익은 전분기보다 41%나 줄었다. 동남아·인도 등지에서 중저가 제품을 박리다매한 탓에 실속이 별로 없었다는 얘기다. 그나마 엘시디 쪽 영업이익(2900억원)이 4배 이상 늘어 반도체 부진을 조금 만회했다. 주우식 아이아르(IR)담당 부사장은 “반도체값 급락 여파와 3천억원대의 마케팅 비용 증가를 감안하면 선방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국외 법인과 사업장들의 실적을 포함(연결 기준)하면 1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만큼 그나지 나쁜 성적표는 아니라는 게 삼성 쪽 설명이다.
실적 악화 발표에도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6.35% 올랐다. 하반기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신호다. 주우식 부사장은 “2분기에도 디램을 제외하면 모든 사업부문이 호전됐다”며 하반기 실적 개선을 낙관했다.
■ ‘천수답식 사업구조’ 바뀌어야=삼성의 주력 사업은 대부분 경기 변동과 외부 환경에 민감하다. 2분기 실적부진 역시 ‘반도체에 울고 웃는’ 천수답식 사업구조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 이민희 동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사업구조를 유지하는 한 실적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삼성은 대규모 설비·기술 투자로 시장을 선점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수익성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갈수록 ‘투입 대비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박재범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경쟁 환경이 세계화되면서 기술과 가격 우위를 통해 수익을 누리는 기간은 점점 줄어들고 수익성 또한 예전처럼 높지 않다”고 말했다.
원가 싸움에서도 삼성은 유리하지 않다. 휴대전화 사업부문이 뒤늦게 신흥시장에 진출해 많이 팔고도 별로 남는 게 없는 장사를 한 게 좋은 예다. 국내 중심의 수직계열화 생산 방식으로는, 글로벌소싱(국외 위탁) 체제를 갖춘 경쟁업체에 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의 전략담당 임원은 “삼성이 최근 그룹 차원에서 경쟁력 강화와 새 성장동력의 확보를 강조한 것을 보면 사업구조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위기 의식을 반영한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