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상속 변화 급물살]
‘세금없는 승계→법대로 상속’ 재벌가 대물림 관행 바뀌나
‘세금없는 승계→법대로 상속’ 재벌가 대물림 관행 바뀌나
신세계와 삼성으로부터 연이어 터져나온 ‘깜짝 상속세’로 재계가 술렁이고 있다. 물려받은 재산이 많든 적든 그에 상응하는 세금을 내는 것은 상식이다. 그럼에도 세금 없는 대물림에 익숙한 기업들은 이를 결단으로 받아들인다. 이미 기업 경영은 총수 일가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뀌고, 경영권 승계 과정도 엄격한 검증을 거치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재벌기업의 경영권 세습에 대한 해법은 없는지 네 차례로 나눠 짚어본다.
“편법 더이상 용인안돼”…“재판앞두고 우호적 여론 만들기” 해석도
관행처럼 내려오던 세금 없는 경영권 대물림이 이번에는 바뀔 것인가? 신세계와 삼성이 1조원 이상의 상속세를 내고 투명한 경영권 승계를 밝히고 나섬에 따라 재계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4대 그룹의 한 임원은 “과거와 같은 편법 재산상속과 경영권 승계 관행을 더는 용인하지 않는 시대를 맞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재벌기업들은 2세 승계 구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림산업의 이준용 회장도 곧 장남인 이해욱 부사장에게 상속·증여세를 모두 내고 지분을 물려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주회사 격인 대림코퍼레이션의 지분을 89.8%나 갖고 있는 반면 이 부사장은 지분이 하나도 없다. 지분을 상속받을 경우 상당한 규모의 세금 납부가 예상된다. 2002년 지주회사로 전환한 엘지그룹은 “경영능력을 갖춘 후계자에게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내야 할 세금을 낸다면 문제될 게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엘지그룹 관계자는 “회장이 아직 61살로 왕성하게 경영활동을 하고 있어 경영권 승계를 논할 만한 단계는 아니다”라며 “상속이나 증여가 이뤄진다면 그에 따른 세금을 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벌마다 처지와 사정이 달라 당장 변화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ㅇ, ㅎ 등 다른 그룹들은 “당장 상속 문제가 걸려 있는 기업 가운데 지분이 적거나 자금이 부족한 곳은 현행 세법 테두리 안에서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재벌기업의 경영권 상속은 그동안 정당한 상속세 납부 없이 이뤄져온 게 사실이다. 대한전선이 1355억원(2004년), 교보생명이 1338억원(2004년), 태광산업이 1060억원(1997년)의 상속세를 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삼성 254억원(1987년) 등 재벌기업들이 낸 상속세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의 김상조 소장은 “법에 따라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다른 수단을 동원하지 않고 제대로 내겠다는 것은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면서도 “이런 움직임이 재계 전체로 번져 변화의 단초가 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신세계와 삼성이 ‘법대로 상속세를 내겠다’고 밝히고 나선 데는 경영권 편법승계 문제가 검찰 수사와 법정 다툼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 결과에 따라 자칫 경영권 승계가 어려워질 수 있는 점을 감안해 상속세 문제를 미리 털고 가겠다는 취지다. 재계 한쪽에서는 삼성과 신세계가 검찰 수사를 앞두고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기 위해 상속세 카드를 썼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삼성의 경우 앞으로 상속세를 제대로 낸다 할지라도 문제가 돼온 삼성에버랜드 등을 둘러싼 편법상속 의혹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삼성 쪽이 밝힌 이재용 상무의 상속세 1조원은 장차 이건희 회장과 부인 홍라희씨 보유 주식 2조원어치 증여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이 상무가 1995년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은 60억8천만원을 굴려 1조7천억원대로 불린 과정과 그에 대한 세금 문제는 아직 명쾌하게 해명되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상속·증여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회사가 총수 개인의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라고 지적한다. 경영권이 언제나 자식들에게 승계돼야 한다는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편법상속 시비는 사라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한국의 재벌기업 총수는 회사의 모든 자산을 자기 개인 이해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엄청난 경영권 프리미엄을 갖고 있다”며 “이에 대한 견제가 이뤄지지 않는 한 편법 경영권 승계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삼성의 경우 앞으로 상속세를 제대로 낸다 할지라도 문제가 돼온 삼성에버랜드 등을 둘러싼 편법상속 의혹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삼성 쪽이 밝힌 이재용 상무의 상속세 1조원은 장차 이건희 회장과 부인 홍라희씨 보유 주식 2조원어치 증여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이 상무가 1995년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은 60억8천만원을 굴려 1조7천억원대로 불린 과정과 그에 대한 세금 문제는 아직 명쾌하게 해명되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상속·증여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회사가 총수 개인의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라고 지적한다. 경영권이 언제나 자식들에게 승계돼야 한다는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편법상속 시비는 사라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한국의 재벌기업 총수는 회사의 모든 자산을 자기 개인 이해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엄청난 경영권 프리미엄을 갖고 있다”며 “이에 대한 견제가 이뤄지지 않는 한 편법 경영권 승계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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