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이주용 한국은행 동향분석팀장, 방홍기 정책기획부장, 이상형 부총재보, 홍경식 통화정책국장, 김병국 정책협력팀장.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집값 상승 기대가 확산하고 가계빚이 늘어나는 최근 흐름에 대해 강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소득 등 여러 경제 기초여건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집값이 여전히 높은 수준인 상황에서 추가적인 가계빚 증가는 경제·금융위기의 잠재위험을 키운다는 이유에서다. 대출 규제 강화에다 주택 공급 확대 대책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한은은 14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우리나라 금융불균형의 누증은 부동산을 중심으로 진행돼 자원배분의 효율성 저하, 부동산 경기에 대한 경제 취약성 등 여러 부작용을 초래했다”며 “특히 가계부채는 주요국과 달리 디레버리징(축소) 없이 지속적으로 늘어 거시경제와 금융안정을 저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금융 불균형이란, 과도한 부채로 부동산 같은 자산 투자에 금융 자원이 쏠려 자산 거품을 유발하고 금융시스템과 거시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현상을 말한다.
보고서는 “통화정책은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적으로 유지됐지만, 거시건전성 정책은 지난해 말 금융시장 불안과 주택시장 경착륙 우려로 상당폭 완화됐다”며 “올해 들어 주택시장 경착륙 가능성은 줄었지만 최근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예상보다 커지며 금융불균형 정도가 다시 누증(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이 거론하는 ‘거시건전성 정책 완화’의 구체적인 사례는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 확대, 대출 규제 완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의 예외 확대 등이다. 정부의 대출 정책 변화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한은이 짚은 셈이다.
특히 한은은 현재 주택가격이 고평가된 것으로 판단하면서 이에 따른 성장잠재력 훼손을 우려했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현재 주택시장을 둘러싼 여건을 보면 상하방 요인이 혼재해 있다”면서도 “다만 가계 소득 수준에 비해 주택가격이 고평가되어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우리나라 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은 26배(중간값)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1.9배)을 크게 웃돈다.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105%(지난해 말 기준)로, 적정 수준(80~100%)보다 높다.
한은은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의 긴밀한 조합을 통한 선제적 대응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거시건전성 규제 중심 대응은 미시적이고 선별적인 대응이 가능한 반면에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통화정책 중심 대응은 신용과 자산가격 등에 넓게 효과를 주지만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클 소지가 있다고 짚었다. 두 정책 수단이 장단점이 있는만큼 긴밀간 공조와 효과적인 조합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한은은 두 정책 방향이 서로 엇갈리거나 부정적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드러냈다. 보고서는 “중장기 안정성장을 도모하려면 금융불균형이 일정 수준 이하에서 관리돼야 한다”며 “금융불균형 누증에서 부동산이 핵심 메커니즘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고려하고 중장기 시계에서 관련 정책을 일관되게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유지되지 않도록 이를 꺾는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며 “최근 금융당국이 수요 측면에서 그런 기대를 꺾는 대책을 내놓았는데 가계부채 증가세의 확대 흐름이 이어진다면 공급 측면에서도 집값 상승의 기대를 꺾는 대책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단행한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제한 등의 조처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이어진다면 주택 공급 확대 방안도 내놔야 한다는 취지다.
박순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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