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은행 대출창구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 가계가 금융권에 진 빚(가계신용)이 3분기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올해 2분기(4~6월)에 10조원 가까이 불었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잠정)’을 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전분기 말보다 0.5%(9조5천억원) 늘어난 1862조8천억원이다. 가계신용은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과 카드 사용액 등 판매신용을 합친 포괄적 가계빚이다. 가계신용은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2021년 3분기부터 증가세가 둔화해오다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에는 각각 0.2%(3조6천억원), 0.8%(-14조3천억원)씩 줄었다.
그러나 정부의 주택경기 부양과 관련 대출 규제 완화 등의 영향으로 가계빚이 3분기 만에 다시 오름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구체적으로 판매신용을 뺀 가계대출은 1748조9천억원으로, 전분기 11조원 감소에서 10조1천억원 증가로 급반전했다. 주담대가 이런 급반전을 이끌었다. 2분기 주담대 증가액은 14조1천억원으로 1분기 증가액의 세배를 웃돈다. 2분기 주담대 잔액은 1031조2천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이며, 증가액과 증가율도 2021년 3분기(20조9천억원, 2.2%) 이후 최대 기록이다.
업권별로 보면, 예금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894조5천억원)은 5조8천억원 늘어난 주담대 때문에 2분기에 4조원 증가했다. 또한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기금이 포함된 공적금융기관의 특례대출과 보증 공급 4조7천억원을 비롯해 증권사와 자산유동화회사 등의 취급분까지 포함하면 ‘기타금융기관’의 이름으로 제공된 주담대도 12조6천억원이나 증가했다. 이는 정부와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올해 1월 출시한 ‘특례보금자리론’ 흥행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신용대출이 중심인 ‘기타대출’ 잔액은 2분기에 4조원이 줄어 2021년 4분기 이후 7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지만, 1분기(-15조5천억원)에 견줘 감소폭은 급감했다. 가계 판매신용 잔액(113조9천억원)도 6천억원 줄었으나 1분기(-3조3천억원)보다 감소폭이 크게 축소됐다.
정부와 한은의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근 주택 가격이 상승하는 분위기와 함께 가계부채가 조금 늘었다”며 “앞으로 굉장히 엄격하게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추 부총리(기재부)와 금융위·금감원에서 마이크로 정책을 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부동산 가격이 더는 안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며 6∼7월 가계부채가 늘어났다”며 “지금 속도로 가계부채가 늘어나면 문제가 될 것이라 지금부터는 미시적 정책들을 조금 환수하고 조정해가는 것에 추 부총리와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급전이 필요한 취약차주들은 고금리 대출에 내몰리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케이비(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BC)카드)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35조3952억원으로 6월(34조8468억원) 대비 5483억원 증가했다. 저축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수요가 카드론에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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