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올 하반기 들어 서울 민간아파트 분양 가격이 일부 단지에서 3.3㎡당 4천만원에 육박하는 등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분양가는 주변 시세에 견줘 저렴한 것이 통상적이지만, 최근에는 시세보다 높은 분양가도 나오는 형편이다. 지난 1월 무더기 규제지역 해제 등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가 잇따른 결과로, 공급 부족 신호와 맞물려 가파른 집값 상승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보면, 지난달 1일 1순위 청약이 이루어진 서울 광진구 ‘롯데캐슬 이스트폴’ 전용면적 84㎡ 유형의 공급가격은 14억9천만원이었다. 전체 면적 유형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4050만원에 이른다. 서울 강북 지역에서도 3.3㎡당 4천만원이 넘는 단지가 나온 것으로, 높은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일반분양 1순위 청약 경쟁률이 평균 98.4대 1을 기록했다.
지난 4일 특별공급을 시작한 서울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의 3.3㎡당 분양가도 3960만에 달한다. 전용면적 84㎡ 공급가가 13억9393만원으로, 주변 시세보다도 비싸다. 반면에 이 지역에서 2021년 입주한 ‘상도역 롯데캐슬 파크엘’은 지하철역 접근성이 더 좋은데도 지난 6월 13억5천만원에 실거래가 이루어졌다. 앞서 지난 7월 공급된 ‘광명 센트럴 아이파크’의 경우 전용면적 84㎡ 일반 분양가가 12억7200만원으로, 두달 전인 지난 5월 청약이 이뤄진 ‘광명자이 더샵포레타’의 동일 면적 일반 분양가 10억4450만원에 견줘 21%나 껑충 올랐다.
서울 민간 아파트 분양가는 올 2분기를 지나며 상승세가 가팔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을 보면 월별 서울의 3.3㎡당 평균 분양가격은 지난해 12월말 기준 2980만원에서 올 3월말 기준 3065만원으로 석달 사이 85만원 올랐고, 지난 6월말 기준으로는 3195만원으로 또 석달 사이 130만원 상승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평균 분양가격은 공표 직전 12개월 동안 주택분양 보증서가 발급된 민간 분양사업장 평균 분양가로, 일반 분양을 대상으로만 산출된다.
분양가가 빠르게 오른 것은 올초 이루어진 부동산 규제 완화 속도전 영향이다. 정부는 지난해 3차례에 걸쳐 전국 규제지역을 단계적으로 해제한 데 이어, 올 1월에는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한꺼번에 규제지역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에서 해제했다.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 분양권 전매제한 등 청약·세금·금융 관련 규제가 사라지고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고분양가 심사 대상에서도 빠진다. 주택 시장 경착륙 방지를 앞세워 청약경쟁률이 오를 여건을 만들면서, 분양가 통제 고삐도 놓아버린 것이다.
업계는 최근 원자잿값과 인건비 등 공사비가 올라 높은 분양가 책정이 불가피했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높은 분양가에도 청약경쟁률이 뒷받침해주는 까닭에 사업시행자나 조합이 공사비 인상분 이상으로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선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비싸게 내놔도 팔리니 분양가를 올리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라며 “전반적인 경기는 여전히 안 좋지만, 분양가는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이달 중 부동산 대책을 추가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대책은 최근 주택 인·허가, 착공 감소세를 바탕으로 제기된 공급 부족 우려에 대응하는 성격이 강하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강화나 대출 만기 연장 등 금융지원이 주로 담기고, 분양가 통제 등 규제가 되살아날 가능성은 별로 없을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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