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5일 물가동향 브리핑에서 “물가상승률이 전월대비 1.1%포인트 올라 3.4%를 기록한 데에는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류 가격 상승이 80%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두 달 연속 2%대를 유지하던 물가상승률이 다시 3%대로 복귀했다. 국제 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면서 8월 물가가 1년 전보다 3.4% 올랐다. 배럴당 90달러 선까지 오른 국제 유가가 연말까지 지속할 경우 정부가 전망한 올해 평균 물가상승률(3.3%)을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33(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3.4% 상승했다. 지난달 상승률(2.3%)에 비해 1.1%포인트 오르며 3개월 만에 3%대로 복귀했다. 물가상승률은 2021년 하반기부터 3%대로 오른 뒤 2022년 7월 6.3%로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 8월부터는 줄곧 5%대를 유지하다 올해 1월(5.2%) 이후 여섯달 연속 상승폭이 둔화하다가 8월에 오름세로 전환한 것이다.
국제 유가가 오르며 휘발유 등 국내 석유류 가격이 상승하면서 물가상승률을 3%대로 되돌려놨다. 지난해에는 7월에 배럴당 113.3달러(두바이유)까지 오르던 유가가 8월(96.6달러)에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 올해는 거꾸로 7월(80.5달러)보다 8월 국제 유가(86.5달러)가 더 올랐다. 지난 7월에는 석유류 물가가 전년동월비 25.9% 줄며 전체 물가상승률을 큰 폭으로 끌어내렸는데, 8월에는 11.0% 줄어드는데 그쳤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물가상승률이 전월대비 1.1%포인트 오른 데에는 석유류가 80% 정도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농산물도 영향을 줬다. 8월 농산물가격 상승률은 전년 동월대비 5.4%로, 7월(0.3%)보다 오름폭이 크게 확대됐다. 집중호우·폭염·태풍 등 기후 요인으로 가격이 올랐다.
정부는 이달 물가에 대해 일시적 요인에 무게를 둔 해석을 내놨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일시적 요인으로 8월 물가가 3.4% 상승했다. 전반적인 물가 둔화 흐름이 유지되고 있고 10월부터 물가가 다시 안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 유가 흐름이 변수다. 지난해 10·11·12월 유가(월평균)는 각각 91.2달러, 86.3달러, 77.2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4분기 국제유가가 90달러대를 유지한다면 기저효과로 물가상승 폭이 더 커질 수 있다. 이정익 한국은행 물가고용부장은 “한은은 하반기 유가 84달러를 전제로 올해 물가상승률을 전망했다”며 “90달러대가 연말까지 지속한다면 예상보다 더 높은 물가상승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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