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다섯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다시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 등 금리 인상 요인이 생겼지만 대내외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한은의 ‘숨고르기’가 길어지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4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어 연 3.5%인 현행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했다. 한은은 2021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10차례에서 걸쳐 0.5%이던 기준금리를 3.5%까지 3%포인트 끌어올린 뒤, 2월, 4월, 5월, 7월에 이어 이달까지 다섯차례 연속 동결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8월 이후 다시 3% 내외로 높아지는 등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인 2%를 웃돌 것으로 전망되고, 주요국 통화정책 및 경기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아진데다 가계부채 흐름도 유의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금리 동결 배경을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금통위원 전원일치였다”고 밝힌 뒤 “금통위원 여섯분 모두 당분간 최종금리를 3.75%까지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추가 금리 인상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이 총재는 금통위가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첫번째 이유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통화정책 방향의 불확실성을 꼽았다.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또 올릴 경우 이미 역대 최대치(2%포인트, 상단 기준)로 벌어진 한·미 정책금리 격차가 더 벌어져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다음으로 꼽은 이유는 가계부채다. 이 총재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계속 확대될지도 유의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금통위가) 금리를 상방으로 올리는 옵션(선택)의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전했다. 이는 다소 달라진 한은 금통위의 시각을 보여준다. 이전까지는 금통위원들이 3.75%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본 배경으로 미국 통화정책과 물가의 불확실성을 먼저 꼽았다. 이번에는 물가보다 가계부채 확대 흐름을 더 강조한 셈이다.
이 총재는 “(부동산 시장 가격 연착륙을 위한) 미시적 정책의 기대하지 않은 효과로 가계부채가 두달 정도 늘었다”며 “지금 현상으로는 미시적 정책을 통해서 가계부채 흐름을 조정해보고, 더 크게 증가한다든지 시장의 반응이 부족하다 그러면 거시적인 정책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총재는 가계부채 문제 대응으로 기준금리를 더 올리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상황은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거시적인 정책을 할) 그런 상황까지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한은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4%로 유지하고, 내년 전망치는 중국 경기 불안 등을 고려해 2.3%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 전망치와 같은 각각 3.5%와 2.4%를 제시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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