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에 설치되어 있는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강화에 시동을 걸었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심사에 대한 고삐를 죄고,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속도도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10일 이세훈 사무처장 주재로 관계기관과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에서 참석했다. 금융위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지속될 경우 거시경제와 금융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이를 선제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 모든 기관이 공감했다고 밝혔다.
일단 은행권의 대출 태도가 느슨해지지 않았는지 중점 점검하기로 했다. 특히 올해 들어 은행권에서 출시한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는 없는지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50년간 빚을 상환할 수 있는 청년층을 위해 출시된 상품인데, 그런 상환 능력과 의사가 없는 중장년층에게 대출해준 사례를 겨냥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주담대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차주의 소득심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연체위험은 충분히 관리하고 있는지도 점검할 예정이다.
이는 은행권의 자체적인 주담대 관리 강화를 의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의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담대가 견인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다만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에서 50년 만기 주담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주담대도 신규 대출보다 대환대출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더 지켜봐야 하는 셈이다.
금융위는 특례보금자리론 공급의 속도 조절을 위한 추가 조치도 강구하겠다고 했다. 올해 초 출시된 주담대 정책금융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은 지난달 말까지 당국이 예상한 1년 공급액의 79%인 31조1285억원의 유효신청액을 기록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11일부터 일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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