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man carrying money bag on his shoulder walking on the rope through the abyss, concept of financial risk
김승연 한화 회장의 장남으로 한화그룹 승계 1순위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의 보수는 국내 재벌 총수 혹은 그 일가의 ‘보수구조’(Pay Structure) 문제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에 담긴 보수 내역을 토대로 한 경제개혁연구소의 ‘2021-2022년 상장회사 고액보수 임원 분석’ 보고서에 그 내용이 여실히 담겨 있다. 김 부회장의 보수는 2020년 약 7억5천만원에서 2022년 31억1천만원으로 2년 만에 313% 늘었다.
문제는 증가율 그 자체가 아닌 늘어나게 된 구조, 즉 디테일에 있다. 그의 보수는 성과급(상여금) 없이 고정급여가 100%다. 2021년에 고정급여 중 기준급이 18억2천만원으로 대폭 인상됐고, 2022년에는 기준급 외에 신설된 직책수당 성격의 조정급으로 11억4천만원을 받았다. 이 기간 동안 그는 2020년 1월부터 사내이사 부사장으로 재직하다 같은해 10월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2022년 8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보수가 늘어난 주된 이유가 직급 상승에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거기에 한화(2021년, 2022년)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2022년)에서도 5억원 이상 보수를 받았다. 이를 합하면 2021년 37억9천만원, 2022년 67억5천만원의 보수를 김 부회장은 받았다. 이 외에도 장기성과 주식보상으로 위 3개 사에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한화 19만1699주 상당, 한화솔루션 17만112주 상당, 한화에어로스페이스 2만926주 상당)도 받았다. 김 부회장은 복수의 계열사에서 보수를 받고 동시에 일정 조건이 따라붙는 주식 보상도 받았다.
경영진 보수는 기업지배구조의 중요한 부분이다. 경영진이 과하게 회삿돈을 연봉으로 가져갈 수 있기도 하고, 보수구조가 어떻게 짜여있는가에 따라 경영진의 행동도 바뀌기 때문이기도 하다. 해외의 경우 주주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행동주의 펀드가 경영개입에 나서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경영진에 대한 과다보수지급이다. 또한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경영진의 보수구조가 지목되기도 했다. 당근만 있고 채찍이 없는 구조가 금융회사 경영진의 과도한 위험추구를 가져왔다는 이유에서였다.
몸풀기 삼아 연봉 수준만 우선 살펴보자. 2022년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의 시이오(CEO) 순다르 피차이는 2억2600만달러(약 2930억원)를 받았다. 기업내 소득분배를 나타내는 지표인 시이오 보수비율(CEO 보수를 직원중위보수로 나눈 것)은 808 대 1이다. 직원보다 시이오가 808배를 받는 것이다. 한국의 2022년 연봉순위 1위인 카카오 전 대표 조수용의 총 보수는 약 357억원(퇴직소득 포함)으로 직원평균의 257배이다. 평균적으로 볼 때도 아직 미국보다는 보수의 절대 액수와 기업내 소득분배의 격차가 한국은 심각하지는 않다. 하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 직급 사다리의 마법
이제부터 시작이다. 국내기업 경영진 보수구조, 특히 총수일가 보수구조의 코미디 말이다. 한화솔루션 공시를 보면, 기준급은 ‘직무, 직급, 전문성, 회사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조정급은 ‘조직기여도 및 시장가치, 전문성 및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책정’한다고 돼 있다. 말은 그럴 듯하지만 이런 설명이 총수 일가에게도 들어맞지는 않는다는 게 문제다. 재벌총수가 사장이든 부회장, 회장이든 도대체 무슨 차이인가. 단지 상무-전무-부사장-사장-부회장-회장 등 직급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서 급여(고정보수)가 계속 올라갈 뿐이다.
이 직급 사다리는 퇴직소득도 밀어 올린다. 재벌 4세가 30살에 상무가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70살에 회장에서 물러난다고 치면 임원재직년도가 40년이다. 마지막 회장 보수가 60억원, 회장 퇴직금 지급율이 4(직원 1)라 치면 5억(퇴직일이전 3개월 평균임금)×40(재직년도)×4(지급율)가 퇴직금이다. 무려 800억원이다.
경영진 보수구조의 기본은 적절한 인센티브 부여다. 경영진과 주주의 이해를 일치하게 만드는 것이고 이런 취지에 맞게 고안되면 경제학에선 ‘최적계약’(optimal contract)이라 본다. 경영진 보수를 직급에 따라 차이를 두는 것은 ‘토너먼트 효과’를 기대해서다. 사장이 되면 연봉이 확 뛰게 설계하면 임원들은 사장이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이 과정에서 조직의 생산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런 토너먼트 효과가 총수에게 적용되는가. 총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냥 사장, 부회장, 회장이 되는 사람이다. 최적계약의 취지와는 매우 거리가 멀다. 근본적으로 기본급 산정 체계를 직급만이 아니라 법적 책임과 대표성을 기준으로 미등기임원-등기이사-대표이사 등의 역할·직위 중심으로 바꾸어야 하며, 성과급을 신설할 때는 기존 고정보수 수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까닭이다.
■ 슈퍼맨 재벌 총수
한국경제는 재벌체제가 워낙 오래되다 보니 너무나 이상한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총수일가들의 계열사 임원 겸직이 그런 예다. 위에서 언급한 경제개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보수순위 4위가 씨제이(CJ) 이재현 회장인데 그는 ㈜씨제이에서 106억원, 씨제이이엔앰에서 42억원, 씨제이제일제당에서 73억원을 받았다. 보수 순위 7위인 신동빈 롯데 회장도 5개 계열사로부터 154억원, 13위인 김승연 한화 회장은 3개 계열사로부터 90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퇴직금도 복수 수령한다. 2019년에 한진 고 조양호는 대한항공에서 퇴직금 495억원, 한진·한진칼·진에어에서 각각 80억원, 43억원, 7억3천만원을 수령했다. 이러한 겸직 및 보수수령실태에 비상장계열사 및 상장계열사지만 공시가 안되는 경우는 빠져있다. 즉, 우리가 보는 겸직 및 보수수령은 최소 수치일 수 있다는 얘기다.
단순히 액수만 문제가 아니다. 동시에, 그것도 서로 다른 산업의 상장기업 임원을 3개, 5개 하는 게 이상하지 않나. 어쩔 수 없어 여러 계열사에 겸직하는 경우 각 회사가 시간별로 안분하여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 지금처럼 상장기업 임원을 복수 기업에서 풀타임으로 하는 것 같이 보수를 지급하면 과다보수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재벌총수라고 하루에 72시간 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뜨거운 감자될 주식 보상
스톡옵션은 기업이 임직원에게 일정 수량의 자기회사 주식을 일정한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이다. 해외에서는 성과연동형 보수로 널리 쓰이고 국내에서는 코스닥상장기업 전문경영인에게 주로 부여한다. 국내는 지배주주에게 스톡옵션을 주지 못하게 돼 있다. 안그래도 지배구조가 후진적인데 지배주주에게 스톡옵션을 주게 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배력 확보를 위해 스톡옵션 부여를 남발할 수 있고 행사와 매각을 둘러싸고 도덕적 해이와 기업범죄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그런데 스톡옵션과 거의 성격이 유사한 양도제한조건부주식(목표를 달성하면 주식을 지급하는 성과보상체계인데 스톡옵션과 달리 주식을 무상으로 지급)에는 이러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 빈틈을 한화가 파고들었다. 김동관 부회장에게 3개 계열사에서 양도제한조건부주식을 부여한 것이다. 아직 다른 재벌기업들에게 퍼져나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향후 주시가 필요하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