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7일 일본 도쿄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부터), 구광모 엘지(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경영권을 대물림한 재벌의 절반 이상은 총수가 보유한 지분율이 친족들보다 낮아 잠재적인 경영권 분쟁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8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올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81개 대기업집단 중 동일인(총수)이 창업 2세 이상인 35곳의 총수와 친족간 내부 지분율을 비교한 결과를 보면, 35개 그룹 가운데 22곳(62.9%)에서 총수 지분율보다 친족 지분율이 더 높았다.
내부 지분율은 그룹 총수와 친족들이 보유한 모든 계열사 주식의 자본금 대비 비율이다. 친족 범위는 개정 공정거래법 시행령이 적용되기 전인 ‘혈족 6촌·인척4촌’을 기준으로 삼았다.
올해 기준 35개 그룹의 내부 지분율 평균은 총수가 3.44%, 총수를 제외한 친족이 5.86%로 나타났다. 5년 전(2018년)과 비교하면, 총수 지분율은 0.24%포인트 하락했고 친족 지분율은 1.93%포인트 상승했다. 총수와 친족간 지분율 격차가 0.25%포인트에서 2.42%포인트로 벌어졌다. 리더스인덱스는 “2~3세 상속 과정에서 총수가 보유한 전체 계열사 지분율은 자연스레 희석된 반면, 경영권을 승계한 총수들은 지주회사 등 핵심 계열사 지분을 중심으로 지배력을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5년 이내 총수가 바뀐 8개 그룹들을 보면, 총수 지분율은 동일인 변경 전인 2018년 평균 1.54%에서 올해는 2.46%로 0.92%포인트 상승했고, 친족 지분율은 3.35%에서 5.33%로 1.98%포인트 증가했다. 이들 그룹은 총수와 친족 둘다 지분율이 증가했지만, 그 격차(1.81%→2.87%)는 더 벌어졌다. 8개 그룹은 삼성·현대자동차·엘지(LG)·롯데·한진·두산·효성·농심 등이다.
8개 그룹 중 삼성·엘지를 제외한 6개 그룹 총수 지분율은 친족과의 지분율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친족들보다 낮은 상태다. 올해 기준 현대차그룹 동일인인 정의선 회장 지분율은 0.93%인 반면 친족 지분율은 2.47%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0.95%(친족 1.27%),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 0.24%(친족 0.96%),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 0.36%(0.78%), 효성그룹 조현준 회장 8.80%(친족 11.77%) 등도 본인보다 친족 지분이 더 많다. 과거 경영권 분쟁을 벌인 그룹의 경우 총수보다 친족의 내부 지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리더스인덱스는 분석했다.
반면 삼성그룹 동일인인 이재용 회장의 지분율은 2018년 0.3%에서 0.55%로 상승해, 친족 지분율(0.65%→0.47%)을 앞질렀다. 구광모 엘지그룹 회장도 회장직에 오르면서 지분율(1.30%→1.53%)이 친족(2.55%→1.13%)보다 높아졌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경영권 승계 원칙을 고수하며 준비를 해온 그룹들은 상속·승계 과정에서 친족들이 총수한테 지분을 몰아주는 등 교통정리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총수보다 친족 지분이 많은 그룹은 잠재적인 경영권 분쟁 위험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회승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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