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글로벌 기업을 돕다’ 세미나에서 김병욱 의원(오른쪽 네번째)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오른쪽 세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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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의원 모임이 13일 삼성그룹의 ‘오너 경영’(가족소유 경영)의 긍정적 측면에 주목해야 한다는 내용의 세미나를 열었다. 민주당이 반기업 정당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대기업 성장을 위한 투자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당내에선 민주당 강령과 배치되는 행보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글로벌 기업을 돕다-반도체 글로벌 경쟁과 삼성 오너 경영의 역할’ 세미나에서 “민주당이 반기업 정당으로 보이는 모습을 탈피하고 싶다”며 “실용적이고 유능한, 변화된 환경에 잘 적응하는 정당의 모습을 갖춰가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날 세미나는 지난 4월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출신인 김 의원과 송기헌·유동수 의원이 주축이 돼 결성한 ‘글로벌기업 국제경쟁력 강화 민주당 의원 모임’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공동 주최했다. 모임에는 친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과 안규백·고용진·박정·이병훈·최인호·김병주·박성준·신현영·정일영 의원 등 13명의 민주당 의원이 참여했다. 모임을 주도한 김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핵심 측근으로, 비교적 보수세가 강한 경기 성남분당을에서 재선한 의원이다. 지난해 전당대회를 앞두고선 민주당 강령에서 ‘재벌개혁’과 ‘금산분리’ 문구를 빼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김 의원을 비롯해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은 삼성그룹의 오너 경영에도 바람직한 면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김 의원은 “공정을 뛰어넘어, 글로벌 기업 경쟁력 부분에도 초점을 맞춰서 기업을 바라봐야 한다”며 “수십년간 재벌 총수 일가의 불공정거래와 문어발 확장을 비판해왔는데, 경쟁력 있는 산업들은 결국 또 그분들이 운영하기 때문에 무조건 잘못된 경영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했다. 정성호 의원은 “우리가 재벌 체제나 오너 경영이라고 얘기하지만 한국의 정서와 역사, 문화에 맞는 기업 문화가 있기 때문에 삼성과 같은 일류 기업이 나왔다”며 “글로벌 기업을 만들어낸 기업문화가 잘못됐다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라고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은 “국내에서조차 삼성을 견제의 대상처럼 보는 시선을 느낄 때는 참 뼈아프다”며 “우리 국민만은, 정치권만은 응원을 실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화답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외부 인사들도 “반도체 분야는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라는 오너 경영에 딱 맞는 속성을 갖고 있다(남영호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며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리더십을 상찬했다. 일부 참석자는 대기업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해 규제하는 틀을 없애고, 상속세를 유산세(상속액 전체에 과세)에서 유산취득세(상속인이 물려받는 재산 기준으로 과세)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당내에서는 이날 세미나가 민주당의 기조와 배치돼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재선 의원은 “오너 경영이 어떻게 글로벌한 경영이 될 수 있냐”며 “다양한 목소리는 나올 수 있지만 민주당이 추구해온 가치와 너무 동떨어진 주장 아니냐”고 했다. 경제인 출신인 다른 의원도 “삼성의 의사결정도 이제는 시스템에 의해 돌아가는 것 아니냐. 오너 경영 강화가 지금 우리 당이 할 얘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