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무역수지가 16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면서 나타난 ‘불황형 흑자’ 양상이다. 수출 감소율이 낮아지긴 했지만, 반도체·대중국 수출은 두자릿수 감소세가 이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발표한 ‘6월 수출입 동향’에서 6월 무역수지가 11억3천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월간 무역수지가 흑자를 나타낸 건 지난해 2월 이후 16개월만이다. 무역수지는 작년 3월부터 올 5월까지 15개월 연속 적자였다. 이는 1995년1월∼1997년5월 29개월 이후 가장 긴 연속 적자였다.
월간 무역적자는 지난 1월 125억4천만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2월 53억3천만달러, 3월 47억3천만달러, 4월 27억3천만달러, 5월 21억2천만달러로 점차 줄어들다가 이번에 흑자로 돌아섰다. 상반기 전체 무역수지는 263억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6월 수출액은 542억4천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6.0%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월간 수출은 지난 10월부터 9개월 연속 감소했다. 2018년12월∼2020년1월 이후 가장 긴 감소 추세다. 다만 6월 수출 감소율은 연중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산업부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 큰 영향을 끼치는 반도체 업황의 회복 지연, 작년 6월 수출액이 역대 6월 기준 최고 실적(577억달러)을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 등이 수출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6월 수입액은 531억1천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11.7% 감소했다. 수출 감소율의 2배 수준이다. 수출 감소율은 다소 둔화되고 수입 감소 폭은 커진 게 무역수지 흑자 전환의 주된 요인이 됐다. 수입 감소는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원부자재 수입 감소와 에너지값 하락 요인이 컸다. 6월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은 99억9천만달러로 작년 동월보다 27.3% 줄었다. 에너지 이외에 반도체(-19.5%), 철강(-10.2%)을 비롯한 원부자재 등 에너지 제외 품목의 수입도 7.1% 감소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28.0%), 석유제품(-40.9%)·석유화학(-22.0%) 등의 수출이 줄었다.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11개월째 마이너스다. 주력인 메모리반도체가 38.8% 감소했다. 다만, 6월 수출액은 89억달러로 연중 최대 규모를 나타냈다. 자동차(58.3%), 일반기계(8.1%), 선박(98.6%), 이차전지(16.3%) 등 7개 품목 수출은 증가했다. 자동차 수출은 지난 3월 이후 월 60억달러 이상의 호조세를 이어갔다.
지역별로는 최대 교역국인 대중국 수출이 105억달러로 작년보다 19.0% 감소했다. 5월에 이어 2개월 연속 100억달러를 넘겼고, 수출 감소율 또한 연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대중국 무역적자는 작년 10월 이후 9개월째 이어졌다. 다만, 대중국 적자 폭(13억달러)은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축소돼, 최대 적자국이 중국이 아닌 일본(17억8천만달러)으로 바뀌었다.
올해 상반기 전체로 보면, 수출은 307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3% 감소했고, 수입은 3336억달러로 7.7% 줄었다. 지역별 상반기 수출 증가율을 보면, 중국(-26%), 아세안(-20.4%), 중남미(-14.6%) 수출이 작년보다 크게 줄었고, 미국(0.3%), 유럽연합(EU·5.7%), 중동(14.3%) 수출이 늘었다.
김회승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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