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지난해 중국과의 교역과 투자, 인적 교류에서 21년 만에 처음 적자를 봤다. 반면에 미국과는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를 냈고, 유럽연합(EU)과의 경상수지는 10년 만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2년 지역별 국제수지’(잠정) 통계를 보면, 대중국 경상수지가 2021년 234억1천만달러 흑자에서 지난해 77억8천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이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해인 2001년에 7억6천만달러 적자를 낸 이후 처음으로 발생한 연간 적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경상수지는 298억3천만달러를 기록해 전년(852억3천만달러)보다 흑자폭이 554억달러 줄었는데, 같은 기간 대중 경상수지가 311억9천만달러나 줄어 전체 감소폭의 56.3%를 차지했다.
대중 경상수지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상품수지였다. 대중 수출(2021년 1365억6천만달러→2022년 1232억2천만달러)은 9.8% 감소한 반면에 수입(1209억8천만달러→1332억8천만달러)은 10.2% 늘면서 상품수지에서만 100억6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대중 수출은 기계·정밀기기,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줄고 반도체 수출 증가세도 크게 둔화한 반면에 희토류 같은 원자재와 화학공업제품 등을 중심으로 수입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여행수지와 운송수지 등이 중심인 서비스수지 역시 28억8천만달러 흑자에서 5억9천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대중 서비스수지는 ‘사드 사태’의 역풍 때문에 중국 여행객 입국이 급감한 2017년(9억2천만달러 적자) 이후 5년 만의 적자이다.
대중 경상수지 악화를 그나마 만회해준 상대국은 미국과 유럽연합이었다. 특히 대미 경상수지 흑자는 2021년 455억4천만달러에서 지난해 677억9천만달러로, 222억5천만달러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치 기록을 2년 연속 경신했다. 자동차 수출 증가 등에 힘입어 상품수지에서만 역대 최대치인 563억8천만달러의 흑자를 달성했다. 이자·배당 등 투자소득에다 임금소득 유출입까지 포함하는 본원소득수지 역시 92억4천만달러에서 137억9천만달러로 2년 연속 역대 최대 흑자 기록을 경신했다. 서비스수지는 운송수입 증가 등에 힘입어 -40억9천만달러에서 -20억2천만달러로, 적자폭을 20억달러 이상 줄였다.
유럽연합 회원국과는 지난해 전체 70억4천만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해, 2012년(15억1천만달러) 이후 10년 만에 흑자전환했다. 자동차와 석유화학제품 등 중간재 수출 호조로 상품수지 흑자폭(101억3천만달러→131억4천만달러)이 커졌고, 배당 수입이 늘어 본원소득수지도 23억달러 적자에서 18억5천만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일본과의 경상수지는 177억8천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전년(-222억달러)보다 적자폭이 줄었다. 반면에 중동지역과 경상수지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원유 수입액 증가 때문에 전년(-479억8천만달러)보다 400억7천만달러가 늘어난 880억5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동남아시아 지역과는 원자재 수입 증가 등으 로 경상수지 흑자가 1023억6천만달러에서 802억3천만달러로 감소했다.
지난해 국제수지 금융계정에서 내국인의 국외 직접투자를 국가·지역별로 살펴보면, 미국에 대한 투자는 282억7천만달러에서 278억5천만달러로 줄었다. 동남아(142억5천만달러→153억4천만달러)와 중국(55억1천만달러→72억9천만달러)에 대한 직접투자는 증가하며, 한은이 금융계정을 국가·지역별로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유럽연합에 대한 직접투자는 62억4천만달러에서 64억4천만달러로 소폭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는 미국(41억8천만달러→9억8천만달러)과 동남아(54억6천만달러→30억1천만달러), 중국(15억6천만달러→7억7천만달러) 등에서 모두 줄었다.
박순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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