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도로에 배달의민족 소속 배달기사가 잠시 멈춰서 있다. 연합뉴스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까지 완전히 해제되는 등 완벽한 일상회복이 이뤄지면서 코로나19 대유행 사태를 틈타 성업했던 배달 플랫폼 업체들의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배달 앱들이 사업 다각화와 수익 끌어올리기에 분주한 가운데, 쿠팡이츠에 이어 배달의민족(배민)도 기존 ‘단건배달’을 대체할 ‘최적화 배달’ 카드를 꺼내들었다. 배달 플랫폼 업계가 라이더 수급의 어려움과 배달비 폭등에 대한 사회적 비판을 피해가기 위해 결국 단건배달 대신 다건배달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0일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배달비 부담을 덜기 위해 배민1 목록에 여러 건을 묶어 배달하는 새 배달 서비스 ‘알뜰배달’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알뜰배달은 기존 배민1의 단건배달과 동일하게 배민이 직접 배달까지 책임지면서도 동선에 따라 최적화된 묶음배달을 하는 서비스다. 기존 배민1 단건배달은 ‘한집배달’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운영돼, 점주들과 소비자의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것이 배민 쪽의 설명이다.
우아한형제들 쪽은 알뜰배달의 장점으로 배달팁(배달비) 절감을 꼽는다. 점주는 현재 배민1을 이용할 경우, 6.8%의 수수료와 6천원(소비자와 분담)의 배달팁을 부담해야 했다면, 이제 6.8%의 수수료와 배달팁 2500~3300원(부가세 별도)만 부담하면 된다. 소비자가 내는 배달팁은 주문 금액, 거리, 주문 시간대, 지역에 따라 변동되지만 평균 2천원 수준에서 결정된다.
우아한형제들은 다음달 중순 대구, 인천, 경기 일부 지역에서 알뜰배달을 시범 도입한 뒤 순차적으로 적용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일반 배민은 일반 배달대행과 점주를 연결해주는 데 그쳤다면, 배민1 안에 속한 알뜰배달은 배달까지 배민 라이더들이 직접 책임을 지고, 사후 배달에 따른 컴플레인까지 해결해준다는 점이 큰 차이점”이라며 “또한 배민이 개발한 시스템을 통해 최적화된 동선에 따라 배달을 묶어 라이더에게 한꺼번에 배차를 한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즉, 라이더가 동선을 직접 짜서 배달을 수행하는 일반배달과 달리 알뜰배달은 이 동선을 인공지능(AI)이 결정해 배차하는 셈이다. 묶음배달은 2건이 될 수도, 3건 이상이 될 수도 있다.
겉으로 “배달팁 절감”을 내세웠지만, 배민의 이번 결정은 일상회복 이후 달라진 배달시장에 새로운 판을 짜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라이더 수급의 어려움으로 배달지연이 빈번한 일반배달의 단점과 배달비가 높은 단건배달의 단점을 상쇄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내놔 소비자들을 공략하겠다는 발상인 셈이다.
앞서 쿠팡이츠 역시 지난해 12월 악천후 발생 시 초근접 배달 2건을 묶어 배달하는 ‘최적화 배달’을 꺼내들며 다건배달에 시동을 건 바 있다. 쿠팡이츠는 2019년 처음으로 단건배달을 도입하며 후발주자로서 배달앱 시장에 진입했으며, 이에 맞대응하기 위해 배민도 2021년 6월부터 단건배달 서비스 배민1을 출시했다. 이로 인해 라이더 몸값이 치솟으면서 소비자와 점주들의 배달비가 크게 뛰었다.
이런 상황에서 배달앱 시장은 일상회복 이후 계속해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19일 모바일인덱스 조사를 보면, 배민·요기요·쿠팡이츠 등 배달앱 3사의 지난 2월 이용자 수는 총 2922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585만명)에 견줘 18.5%나 줄었고,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단건배달 수익이 악화할 때부터 배민이나 쿠팡이츠가 다건배달에 뛰어드는 것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며 “배민이 이제 일반배달대행 업체와 경쟁하는 시스템이라 배달업계의 치열한 다툼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