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첫날인 20일 오전 서울 신도림역을 지나는 지하철에 시민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연합뉴스
“꽉 들어찬 지하철 한 칸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2∼3명밖에 없더라고요. 주섬주섬 비상용 마스크를 꺼내 썼습니다.”
20일 아침 경기 수원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직장인 최아무개(26)씨는 전날까지만 해도 ‘마스크 벗을 결심’을 했다고 했다.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첫날 대부분의 사람이 마스크를 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위협이 줄어든 데다 북새통인 출근길에 내내 마스크를 쓰는 게 답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눈치를 보던 최씨는 결국 직장 도착 20분을 남기고 마스크를 쓸 수밖에 없었다.
버스·지하철·택시 등 대중교통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첫날, 출근길 시민들은 대부분 기존대로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2년 5개월 만에 ‘마스크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게 됐지만, 생활의 일부가 된 마스크를 당장 벗긴 어렵겠다는 시민들이 많았다.
이날 아침 8시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272번 버스를 30여분간 타며 지켜봐도 시민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50∼60여명이 발 디딜 틈 없이 꽉 들어찬 버스에서 수십명이 내리고 타는 동안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5명 내외에 불과했다. 같은 시각 서울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에서 오금 방향으로 향하는 열차에서도 좌석에 마주보고 앉은 12명 중 11명이 마스크를 쓸 정도로, 대부분 기존 습관을 유지하고 있었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101㎍/m)에 이르러 온 하늘이 뿌옇던 이날 버스와 지하철에선 기침 소리가 이어지기도 했다.
시민들은 봄철 미세먼지와 감기 등 호흡기 질환 예방 등으로 마스크를 여전히 쓰겠다는 반응이었다. 대학원생 박준영(25)씨는 “날이 따뜻해질수록 미세먼지가 심해져 착용 의무가 해제돼도 당분간 마스크를 쓸 생각”이라며 “그동안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 등 호흡기 질환 예방도 돼 아직은 마스크가 장점이 많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20일 오전 서울 시내가 뿌옇다. 서울, 인천, 경기 지역은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돼 5등급 차량 운행이 제한된다. 연합뉴스
높아진 공중보건의식과 여전한 코로나19의 위협도 마스크를 벗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었다. 직장인 이아무개(29)씨는 “지난해 2월에도 젊은층에서는 경증화된다고 했었는데, 막상 코로나에 걸리니 병상이 없어 입원도 못 하고 심하게 아파 한달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며 “마스크에 익숙해지면서 좁은 공간에서 맡게 되는 타인의 체취와 각종 호흡기 질환에도 예민해진 만큼 당분간은 계속 마스크를 쓸 것 같다”고 했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아직 많은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있고, 코로나 3년 동안 마스크가 또 하나의 ‘얼굴’이 된 탓에 벗기 어색하다는 반응이다. 직장인 박근형(37)씨는 “아직은 다른 사람의 눈치가 보이다 보니 상황에 따라 착용 여부를 결정할 것 같다”고 했다. 대학생 손진혁(26)씨는 “마스크를 벗는 게 마치 ‘옷을 벗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을 만큼 부끄러워졌다”며 “남자의 경우 면도, 여자의 경우 화장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여전한 큰 장점”이라고 했다.
점차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줄어들고 실내 마스크 미착용이 일상화 단계에 접어든 만큼 곧 대중교통에서도 마스크를 벗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직장인 김한범(26)씨는 “지난겨울 휴가 때 오스트레일리아(호주)를 다녀왔는데, 이미 호주에선 비행기나 교통수단 내에서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만 강제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학생 이호진(24)씨는 “학교에서도 이젠 60% 정도는 실내 등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 같다”며 “마스크도 일부러 3월분까지만 사놓은 만큼 이제 마스크를 쓰지 않을 예정”이라고 했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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