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 지역을 중심으로 배달 라이더로 활동 중인 정아무개(27)씨는 최근 쿠팡이츠 콜센터에 ‘과적 보상’(추가 정산)을 달라고 문의했다가 깜짝 놀랐다. 쿠팡이츠로 콜을 받은 11만4천어치 배달을 끝낸 터였는데 콜센터는 ‘1월11일부터 과적 보상 기준이 바뀌었다’고 했다. 정씨는 “쿠팡이츠는 원래 10만원어치 이상 배달할 경우, 과적 배달료를 지급해왔는데, 기준이 15만원으로 높아졌다고 하더라. 제대로 된 공지를 받지 못해 라이더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들어갔더니 불만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올 들어 배달앱들이 돈이 되지 않는 일부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과적 배달 단가를 높이는 등 ‘운영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사태가 소강 국면으로 들어서며 배달앱 이용이 줄자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쿠팡이츠는 이달 들어 일정 금액(일정량) 이상의 음식을 한꺼번에 배달할 경우, 추가 배달료를 지급하던 과적 보상 기준을 높였다. 기존엔 10만원 이상이면 단가의 2배를 줬지만, 이달 중순부터 과적 기준을 15만원으로 높였다. 10만~15만원일 경우는, 배달 음식이 5가지 이상이어야 추가금을 지급한다.
과적 보상은 라이더가 많은 음식을 싣고 배달하다 사고나 실수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라이더에게 주는 일종의 ‘위험수당’으로, 보통 가게에서 배달량이 많아도 ‘분할배차’를 요청하지 않기 때문에 생겨난 제도다.
쿠팡이츠 콜센터에서는 라이더들의 과적 보상 요구에 대해 “물가인상에 따라 음식값도 오르는 추세를 반영해 과적 보상 기준을 10만원에서 15만원으로 상향 조정한 것”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과적 보상 비용까지 줄이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앞에 세워진 배민 라이더스 오토바이. 연합뉴스
배달의민족 역시 운영 효율화에 나섰다. 배민은 지난 27일부터 서울 강남·송파·서초구 일대에서 시행해 온 비(B)마트1 서비스를 종료했다. 배민이 2019년부터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운영 중인 비마트는 가까운 물류센터에서 생필품을 1시간 내로 배송해주는 퀵커머스 서비스로, 라이더들은 여러 건의 배달을 묶어 수행해 왔다. 그러나 ‘배송 속도’ 경쟁이 불붙으면서 배민은 지난해부터 강남·송파·서초에 한해 비마트에도 단건배달인 ‘비마트1’ 서비스를 도입한 바 있다.
이렇게 배민이 ‘비마트 단건배달’ 서비스를 접은 이유는 ‘비용 대비 수익’이 적기 때문으로 보인다. 비마트 배달 콜은 단가 대비 물건의 양이 많아 라이더들 사이에 기피 대상이 돼 라이더 수급에도 어려움을 겪어왔다. 배민 관계자는 “배달 효율성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배송 형태를 테스트한 것”이라며 “강남 일부 지역에서 시범운영 중이던 비마트1은 비마트로 전환해 운영된다”고 말했다.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은 ‘똥콜 골라내기’라 불리는 ‘과도한 배차 거부’에 대한 경고와 패널티도 강화하고 있다. 쿠팡이츠는 최근 콜 수락률이 일정 이하로 떨어지거나 ‘배차 수락 후 취소’를 할 경우 ‘업무 위탁 거절’(콜 중단) 7일의 패널티를 주는 제도를 부활했다. 배민 역시 과도한 배차 거부 시 배차 콜을 일정 시간 지연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경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초기엔 돈이 되지 않는 서비스도 시장 선점 차원에서 시도하고, 라이더 단가도 경쟁적으로 올리는 등의 출혈을 감수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진정 이후엔 시장이 정체되다 못해 외려 축소되는 양상이라 상황에 맞게 운영 효율화를 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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