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회계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노동조합의 조합원에게는 조합비 세액공제를 해주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하지만 노조비 세액공제의 대상은 노조가 아닌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라는 점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27일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노조비 세액공제 지원 대상과 요건 개편을 검토 중이다. 회계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노조를 선별해 지정기부금 세액공제 지원 단체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지난 20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법 개정 전이라도 회계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노조에 대해서는 현재 15%인 조합비 세액공제를 원점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회계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노조를 지정기부금 세액공제 지원 단체에서 배제하려면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 소득세법 시행령 제80조는 사회복지법인, 장학단체, 노동조합 등 공익적 목적으로 운영되는 비영리단체를 지정기부금 세액공제 지원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렇게 세제 혜택을 받는 공익단체는 결산 및 수입내역을 국세청에 보고하게 되어있다. 다만 노동조합의 경우 노동조합법에서 재정에 관한 장부·서류를 사무소에 비치하고 매년 결산 결과와 회계감사 결과를 조합원에게 공개하도록 하고 있어, 국세청 보고는 하지 않는다. 정부 내에서는 노조의 회계자료를 정부에 제출할 의무를 소득세법 시행령에 명시해 지원 대상을 선별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해칠 수 있는 ‘회계자료 제출’의 근거로 15% 세액공제 혜택을 내세우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노동조합은 불특정 다수의 기부를 받는 여타 공익법인과는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조합원이 특정되어 있고 노조는 조합원에게 회계자료를 모두 공개한다”며 “15% 세액공제를 해준다는 것이 국가가 노조 회계를 모두 들여다 보면서 자주성을 해칠 만큼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노조비 세액공제는 노조가 아닌 개별 노동자가 받는 세제 혜택이라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만약 회계자료 제출을 거부한 노조를 지정기부금 단체에서 배제하면, 실제 세제 혜택을 못 받게 되는 것은 노조가 아닌 노동자라는 의미다. 2021년 기준 연말정산에서 종교단체 외 지정기부금 세액공제를 받은 노동자는 433만6405명, 공제세액은 3939억원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면세자를 제외하고 실제 결정세액이 있는 노동자로 범위를 좁히면 409만6866명이 3754억원의 공제 혜택을 봤다. 고용부가 발표한 2021년 기준 공식 노조 조합원 수가 293만3천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정기부금 세액공제 대상자의 상당수가 조합비 공제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고용부에서 노조 회계의 정보공개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아서 세액공제 관련해서도 상세한 안을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정기부금 세액공제를 받는 다른 단체들과의 형평성 문제 등 우려 사항을 감안해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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