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오른쪽)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브리핑실에서 노조회계 투명성에 대한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윤운식 기자
정부가 당장 올해부터 노동조합비 회계 자료를 정부에 제출하지 않는 노조에 국고보조금을 끊고, 보조금 예산의 절반은 엠제트(MZ)노조를 비롯한 새 단체들에 지원키로 했다. 윤석열 정부가 노동 개편을 앞두고 ‘노조 갈라치기를 통한 길들이기’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23일 밝힌 ‘2023년 노동단체 지원사업 개편방안’을 보면, 정부는 국고보조금 예산 44억7200만원 가운데 절반가량을 그동안 지원한 적이 없는 새 기관에 지원키로 했다. 지난해까진 총연맹이나 지역본부, 산별노조, 대규모 기업노조 등 노동조합에만 각종 연구·교육사업 등 명목으로 지원했으나, 올해부턴 ‘근로자로 구성된 협의체 등 기타 노동단체’로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정식 장관은 “엠제트노조, 근로자 협의체 등 다양한 노동단체가 사업에 참여해 취약 근로자의 권익보호 강화와 격차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에선 “결국 정부 말 잘 듣는 노동 관련 단체에 지원하겠단 얘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노동부는 조합비 회계 관련 자료를 비치했는지 여부를 노동부에 보고하지 않는 노조엔 보조금을 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회계 관리는 법상 노조에 부여된 의무이자 정부사업을 운영하기 위한 기본 요건”이라며 “사업 수행 주체가 이런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책임 있게 확인해 지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동부는 지난 15일까지 조합원 1000명 이상 단위노조와 연합단체 등 334개 노조에서 노조회계 관련 장부와 서류를 제출받은 데 이어,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노조 207곳에 14일간 시정 기간을 부여했다. 노동부는 이번에 국고보조금 지원사업을 신청하는 노조에도 같은 요구를 한 뒤, 이에 응하지 않는 곳은 선정하지 않을 방침이다.
노동부 국고보조금의 90% 이상을 받는 한국노총과 가맹 노조는 반발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법적 근거가 없는 회계 관련 자료를 요구한 노동부가 그것을 거부한 노조에 대해 회계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규정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며 “국고 사업으로 한국노총을 굴복시키고 길들이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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