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 주요 은행 현금인출기(ATM)를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5대 시중은행에서 2200여명이 희망퇴직으로 은행을 떠나면서 50대 기준으로 1인당 6억원 이상의 퇴직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이후 5대 시중은행(케이비(KB)국민·신한·하나·우리·엔에이치(NH)농협)의 희망퇴직 신청자 수는 2200여명이다. 국민은행이 713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농협은행(493명), 신한은행(388명), 우리은행(349명), 하나은행(279명) 순이다. 5대 시중은행의 희망퇴직 신청 가능 연령은 최소 만 40살 이상에서 최대 50살 이상이다.
최근 5대 시중은행 중 국민·신한·우리은행은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지급한 희망퇴직 비용을 공개했다. 우리은행은 희망퇴직금 비용을 1547억원으로 책정했다. 1인당 평균 금액은 약 4억4400만원으로 전년(1인당 3억6600만원)보다 21% 늘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희망퇴직자 대부분이 정년을 앞둔 고연차 직원들이라 1인당 평균 지급액이 다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2725억원을 책정해, 희망퇴직자 1인당 평균 약 3억8200만원을 받았다. 1인당 평균 3억7600만원을 지급했던 1년 전과 비교해 소폭 증가했다. 신한은행의 희망퇴직 비용은 1336억원으로, 1인당 평균 지급액은 약 3억4400만원이다. 하나은행은 올해 1분기에 희망퇴직 비용을 반영할 예정이다. 지난해 1분기 하나은행은 희망퇴직자 478명에게 1637억원을 지급해, 1인당 평균 희망퇴직금은 3억4200만원이었다. 농협은행도 이번 주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면서 희망퇴직 비용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반영한 희망퇴직 비용은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만 감안한 것이다. 법정퇴직금은 빠져있다. 법정퇴직금은 통상 최근 3개월 월평균 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해 계산한다. 2021년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주요 시중은행의 1인당 연평균 급여액은 9700만원~1억1200만원 수준이었고, 평균 근속연수는 16년 안팎이었다. 16년 정도 근무한 은행원의 월 평균 임금은 808만원~933만원 수준이라는 얘기다.
희망퇴직 대상자들의 근속연수는 개인별로 차이는 있지만, 올해 대상자 중 가장 고연령인 1967년생의 경우 입행 최소 25년이 지나 월평균 급여가 훨씬 많은 만큼 이들의 법정퇴직금은 3억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특별퇴직금과 법정퇴직금을 합할 경우 올해 초 은행을 떠난 이들은 1인당 최소 6억~7억원의 목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들이 매년 고비용을 지급하며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은 비대면 서비스로의 전환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은행들은 꾸준히 오프라인 점포 등을 줄이고 있다. 이런 까닭에 희망퇴직자 중 일부에서는 ‘많이 줄 때 떠나자’라는 기류도 감지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 예고 없이 시행됐던 희망퇴직과 달리 이제는 정례화되면서 직원들이 본인의 커리어 전환이나 사업 기회 등으로 활용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직원들 사이에서도 희망퇴직에 대한 수요가 있다”며 “회사가 이러한 분위기를 고려해 퇴직금을 최대한 챙겨주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출금리 상승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낸 은행들이 자사 직원들의 몫만 두둑이 챙겨주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은행들이 연간 수십조원의 이자 수익을 거두는 것은 과점 체제가 보장되는 특권적 지위의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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