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예금상담 창구. 연합뉴스.
올해 5대 시중 은행(신한·케이비(KB)국민·하나·우리·엔에이치(NH)농협) 희망퇴직자가 3천여명에 달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수년간 이익이 가장 많이 늘어난 업종인 은행권에서 ‘자발적 희망퇴직’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케이비(KB)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28일부터 지난 2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희망퇴직 신청대상은 만 50살까지로, 근무기간에 따라 최장 35개월치의 월평균 급여에 해당하는 특별퇴직금과 최대 8학기까지 지급되는 350만원의 학자금, 퇴직 1년 이후 계약직 재고용 기회 등의 조건이 주어진다. 지난해와 다를 바 없는 조건인데, 희망퇴직 신청자는지난해(674명)보다 최소 30여명 더 늘어난 700여명을 소폭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희망퇴직 신청 접수 최종 마감을 앞둔 신한은행도 희망퇴직자 수가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58살 이상 부지점장 이상 직원 대상인 건 지난해와 다름없지만, 그외 일반직·계약직 직원 등의 경우 지난해 만 56살에서 만 44살까지 희망퇴직 신청 대상자를 확대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해 5대 은행 희망퇴직자가 지난해(2244명)를 훌쩍 뛰어넘은 3천여명 안팎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20년 넘게 매년 해오는 희망퇴직이지만 올해 유독 숫자가 늘어난 배경에 임금피크제의 영향, 은행권 호황기에 따른 이른 퇴직, 사측의 희망퇴직 신청자 확대 등이 꼽힌다.
실제로 희망퇴직 신청자 중에는 임금피크제 적용을 앞두고 창업 등을 계획하거나 조기은퇴(파이어족)를 희망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 합의로 정해지는 시중은행 임금피크제 적용 시점은 최소 만 55살 이상이다. 만 56살부터 임금피크제가 적용돼 50%의 급여를 받는 국민은행의 경우, 통상 희망퇴직 신청자 중 300~400여명은 임금피크제 적용을 목전에 둔 직원들이다.
이에 은행권 호황기에 나가는 것이 더 낫다는 사람들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희망퇴직 신청자들 사이에서 어차피 정년 전에 나가야 한다면, 실적이 괜찮은 시기에 최대 3년어치 임금에 가까운 특별퇴직금을 받고 퇴직하는 게 오히려 낫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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