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최강 한파가 덮친 가운데 도시가스 요금 인상으로 인한 난방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29일 오후 서울시내 가스계량기. 연합뉴스
도시가스 요금과 열 요금 인상에 이상한파까지 불어닥친 가운데 정부의 난방비 지원 대상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정부의 복지 혜택은 기초생활수급 가구 등 160만 가구에 한정돼 있다.
29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한겨울이 포함된 1분기에는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연료비 부담이 가장 컸다. 통계 비교가 가능한 2019∼2022년 1분기에 1분위 가구 연료비(전기·도시가스·등유·연탄 등)는 평균 가처분 소득의 12.9%를 차지했다. 전 계층 중 유일한 두자릿수다. 가처분 소득 대비 연료비 지출 비중은 2분위 5.7%, 3분위 4.2%, 4분위 3.3%, 5분위 2.1%로 소득이 높을수록 낮아졌다. 올해 1분기는 전기·가스 요금이 인상된데다 이상한파까지 덮쳐 저소득층 살림살이가 더욱 팍팍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최근 160만 가스 요금 할인 가구와 117만 에너지 바우처 지원 가구를 대상으로 지원액을 두배 늘리는 조처를 발표했지만, 지원 대상을 확대하지 않아 에너지 지원 사각지대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현재로선 에너지 지원 사각지대를 메울 추가 대책을 낼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미 발표된 지원 확대 외에 추가 대책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 상황을 지켜보면서 고민하려고 한다”며 “최근 에너지 지원이 부족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지만 추가경정예산 편성 주장은 물가 상황을 감안할 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에너지 지원 사각지대에 대한 정부의 실태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지금은 (에너지 바우처) 지원 단가를 (확대할 때) 어떻게 차등화하고 조합할 것인지 판단하기 위한 실태조사 결과도 없다. 근거가 준비되기 전에는 수급자들 먼저 챙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도 별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은 이날 <한국방송>(KBS)에 출연해 난방비 문제 해결에 “특별한 대책은 없다”며 “근본적으로 석유·가스와 같은 에너지 가격 급등을 완화할 수 있는 길은,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원전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국민의힘은 가스 요금 할인 대상(160만가구)과 에너지 바우처 지원 대상(117만가구)이 상당 부분 중복되는데도, 이를 단순 합산해 “277만가구 난방비 지원”이라는 내용의 홍보물을 배포해 에너지 지원 대상 규모를 부풀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우선 상황이 급하니 현금성 지원부터 늘리자는 주장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80%에게 1인당 최대 25만원씩 ‘에너지 물가 지원금’을 지급하자며 7조2천억원의 재원 투입을 주장하고 있다. 소득 하위 30% 가구에는 1인당 25만원·4인 가구 기준 100만원, 소득 하위 30~60%는 1인당 15만원·4인 가구 기준 60만원, 소득 하위 60~80%는 1인당 10만원·4인 가구 기준 4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다. 재원 마련을 위해 정유사에 대한 ‘횡재세’ 도입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도 당대표 후보인 조경태 의원이 겨울철 3개월 동안 전 국민에게 매달 10만원씩 긴급 난방비 지원에 나서자고 주장하면서 추경 편성을 촉구한 상태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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