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광주 동구 지산2동 한 주택에서 난방 취약계층 노인이 연탄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겨울철 난방비 급등에 신음하는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실태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스요금 할인 160만가구와 에너지 바우처 117만가구에 속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많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난방비 대책으로 기존 에너지 지원 대상자만을 대상으로 한 지원책을 확대하기로 했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 160만가구에 월 가스요금 할인 한도를 기존 9천~3만6천원(동절기 기준)에서 1만8천~7만2천원으로 늘리고, 기초생활수급가구 등 취약계층 117만가구를 대상으로 에너지 바우처 지원액을 15만2천원에서 30만4천원으로 인상하는 것이다. ‘160만’과 ‘117만’ 가구 사이에는 상당 부분 중복 지원 대상자도 존재한다.
그러나 기존 대상자 수 자체가 정확한 실태조사 없이 책정된 것이어서 사각지대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10월 ‘2023년도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조사를 조속히 시행해 에너지 복지사업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에너지 바우처 지급 대상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소득 기준)이면서 동시에 노인·장애인·임산부(세대원 기준) 등이어야 한다. 수급자이라 해도 세대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제외되는 등 지원 대상이 협소하다. 더욱이 에너지 바우처와 가스요금 할인 모두 ‘신청주의’로 운용되는 탓에, 제도 자체를 모르거나 신청 방법을 몰라 지원을 못 받는 사각지대도 적지 않다.
지난해 9월 국회가 뒤늦게 에너지 빈곤층 실태조사를 위한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이마저도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아 조사가 시작되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법이 하반기에 개정됐기 때문에 올해 바로 예산을 편성하지는 못했다”며 “지금부터 밑작업을 한 뒤 올 연말 국회에서 예산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국회로 예산안을 넘긴 9월 초를 넘겨서 법 개정이 이뤄진 탓에, 당장 올해 예산에는 반영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올해를 건너뛰고 내년부터 실태조사가 시작됨으로써, 조사결과 공표는 1년이 미뤄지게 됐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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