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의 한 독서실의 2022년 1월과 2023년 1월 도시가스 청구서
서울 관악구에서 순댓국·뼈해장국을 판매하는 24시간 식당을 운영하는 이아무개(55)씨는 최근 걱정이 많아졌다. 종일 탕을 끓이는 등 가스를 사용해야 하는데 가스비가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29일 낮 이씨는 “지난달보다 60%는 더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식당에게 가스비를 아끼라는 것은 음식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경제가 어려우니 어느 정도 감수는 해야겠지만 한꺼번에 많이 올리고, 이에 대한 설명도 없는 것은 잘못 아니냐”라고 말했다.
‘난방비 폭탄’ 고지서가 가정집뿐 아니라 일선 자영업자들에게도 들이닥치고 있다. 특히 도시가스 요금 인상 폭이 높고, 가스를 사용할 일이 많은 음식점과 목욕탕이 타격을 크게 받았다. 급격한 인상 폭에 자영업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이날 서울 영등포 영등포전통시장에서 홍어식당을 하는 김성숙(56)씨는 “원래 겨울철에 가스비가 20만원 정도 나왔는데 이번 달에만 36만원이 나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음식을 만들어야 해서 불을 약하게 켤 수도 없고 손님들이 추워해서 난방을 약하게 할 수 없다. 도저히 방법이 없는 지경”이라며 “가스비 폭탄에 시장 사장들이 모두 난리”라고 했다.
근처에서 순댓국집을 하는 김아무개 사장도 “재작년 겨울에 20만원대 하던 가스비가 지난해 가을 30만원대를 넘더니, 이번달 고지서에는 38만원이 됐다”며 “국을 끓여야 하니까 가스 사용을 줄일 수도 없고 가스 불을 켤 때마다 가스비가 더 나올까 봐 무섭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한 차례 폐업 위기를 넘겼던 목욕탕·사우나 업주들의 한숨은 더 커졌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100평이 넘는 사우나와 찜질방을 운영하는 한 주인은 전기보일러와 목재펠릿을 연료로 쓰는 보일러, 가스보일러 등을 여러대 가동하고 있다.
그는 “원래 겨울이 성수기인데 찾는 손님은 줄고 가스비는 두배가 올라 힘들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단축 영업을 하며 버텨왔지만, 이제 30년 동안 해온 사우나 문을 닫아야 생각 중”이라고 덧붙였다. 사우나 카운터에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사장의 가족인 모녀가 일하고 있었고, 가격 인상으로 사우나 요금표에는 8000원 위에 9000원이라고 덧쓴 흔적이 보였다.
29일 오후 서울시내 한 카페 창문에 에어캡 단열시트(뽁뽁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학생들이 공부하는 독서실도 가스비 인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60평 규모로 운영하는 관악구의 한 독서실은 비수기라 일부 방에만 난방을 때고 있어 바닥이 차가웠다. 그러나 가스비는 1년새 2배 가까이 올랐다. 지난해 1월과 올해 1월 도시가스 청구서를 비교해보니, 한달 사용열량은 1만407MJ(메가줄·가스 사용 열량 단위)에서 1만2226MJ로 약 18% 늘었지만, 가스비는 26만원에서 48만원으로 85% 올랐다.
도시가스를 사용하지 않는 자영업자들도 전기요금 인상에 난방장치 사용을 줄이고 있다. 영등포에서 꽃가게를 운영하는 안명희(54)씨는 “예전에는 온풍기 3대를 돌렸는데, 이번 전기세가 평소보다 두배 이상 나와서 한대로 줄였다”며 “온풍기 한대를 이리저리 옮기며 가동하고 있다”고 했다.
안씨는 바람을 막기 위해 매장 주변에 비닐 커튼을 쳤으나, 추운 날씨 때문에 몇몇 식물의 잎이 얼어버렸다. 패딩 조끼 위에 패딩 점퍼를 입은 영등포시장 내 옷가게 사장 홍창선(57)씨는 “전기요금이 많이 오른다는 소식에 온풍기를 5분 정도만 켜고 끄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시계를 보더니 “켠 지 5분이 지났다”며 다시 온풍기를 껐다.
한국도시가스협회의 자료를 보면, 이달 서울도시가스 요금은 1MJ당 19.69원으로 1년 전에 견줘 38.4% 올랐다. 특히 지난해 10월 음식점에 사용되는 영업용1 가스 요금이 16.4%, 목욕탕에 사용되는 영업용2 가스 요금이 17.4% 인상됐다. 이번달 들어 체감온도가 영하권으로 떨어진 날이 더 잦아진 만큼, 자영업자들에게 다음 달은 더 가혹해질 전망이다.
29일 낮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에 있는 한 꽃집. 추위를 막기 위해 비닐 커튼을 쳤으나, 식물의 잎이 일부 얼어 갈변했다. 이우연 기자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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