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양재동 에스피씨(SPC)그룹 빌딩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파리바게뜨 3425개, 배스킨라빈스 1446개, 던킨도너츠, 579개, 파스쿠찌 491개….
최근 사망사고와 손가락 절단사고로 인해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에스피씨(SPC)그룹 계열사의 2021년 기준 가맹점의 숫자다. 이 외에 떡 프랜차이즈인 ‘빚은’ 48개, 과일 주스 전문 ‘잠바주스’ 4개까지 포함하면, 총 가맹점 수는 6천개를 넘는다. 커피 프랜차이즈 최다 가맹점을 자랑한다는 이디야(3500여개)나 스타벅스(1730여개), 치킨 업계 가맹점 수 1위인 비비큐(2002개)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숫자다.
계열사별 가맹점 숫자에서 볼 수 있듯, 에스피씨그룹의 주력 상품은 ‘빵류’다. 그렇다면, 에스피씨 빵류의 시장 점유율은 얼마나 될까? 에스피씨 그룹이 빵류 제조업 시장의 80% 이상을 독점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이에 대해 에스피씨 쪽은 “관련 통계에서 빵류 제조업 분류 기준에 잡히지 않는 업체가 많아 발생하는 ‘착시’일뿐, 실제 점유율은 40% 후반대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2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빵류 제조업체로 지난해 매출을 낸 82곳의 전체 매출(별도 기준) 4조5172억9300만원 중 에스피씨그룹 계열사 5곳의 매출이 3조7658억1200만원으로 83.4%를 차지했다. 파리바게뜨 등을 운영하는 파리크라상이 1조8511억9900만원으로 41.0%의 점유율을 기록했고, 삼립호빵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에스피씨삼립이 1조3693억3900만원으로 30.3%였다. 최근 평택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의 끼임 사망사고가 발생한 에스피엘(SPL)이 2575억8700만원으로 5.7%, 40대 노동자가 기계에 손가락이 껴 절단되는 사고를 당한 샤니는 2222억4300만원으로 4.9%, 호남샤니는 654억4400만원으로 1.4%로 나타났다.
지난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청년진보당 관계자들이 평택 SPC 계열사 SPL 공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와 관련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스피씨그룹 계열사 5곳은 매출 상위 5곳에 포진했다. 이어 로쏘(628억6천만원), 서울식품공업(552억9800만원), 신라명과(552억5500만원), 푸드코아(430억7300만원), 유로베이크(378억5800만원) 등의 순이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에스피씨삼립이 650억2700만원으로 1위였으며, 파리크라상(334억4400만원), 로쏘(105억500만원), 에스피엘(72억2500만원), 유로베이크(52억1600만원) 순이었다. 에스피씨그룹 계열사들은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뿐 아니라 편의점 등에서 판매 중인 양산빵 시장 점유율도 꽤 높다. 올해 큰 인기를 끈 ‘포켓몬빵’ 등 편의점·슈퍼마켓 등에서 판매되는 빵 대부분이 에스피씨그룹 제품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편의점 관계자는 “현재 판매하는 빵류 가운데 에스피씨 계열 제품은 70% 수준으로, 종류나 매출 에서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에스피씨(SPC) 관계자는 식품산업통계정보 분류 기준상 빵류를 제조하거나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기업들이 누락돼 있어 발생한 ‘착시효과’라고 반박했다. 에스피씨 관계자는 “파리바게뜨에 이어 베이커리 2위 업체인 뚜레쥬르를 보유한 씨제이(CJ)푸드빌은 산업 분류상 ‘빵 제조업’이 아니라 ‘서양음식점업’으로 분류돼 빠져 있고, 동네 빵집 등은 집계가 되지 않는 등 이 통계만으로 점유율을 따질 수 없다”며 “국내 전체 제빵시장 크기는 최소 7조4천억원으로 추산되며, 업계에서는 에스피씨 점유율을 40%대 후반대로 본다”고 주장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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