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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SPC 빵공장 “나도 앞치마 2번이나 끼여” “2인1조 개념 없어요”

등록 2022-10-24 05:00수정 2022-10-24 14:44

‘SPC 사망노동자’ 동료들 잇단 증언
에스피씨(SPC) 공장에서 사용하는 앞치마 사진. 에스피엘(SPL) 직원 제공
에스피씨(SPC) 공장에서 사용하는 앞치마 사진. 에스피엘(SPL) 직원 제공

“나도 두 번이나 컨베이어벨트에 앞치마가 끼였다. 위험한 공정에서는 앞치마를 쓰지 말자고 여러 번 얘기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에스피씨(SPC) 계열사 에스피엘(SPL) 빵 공장에서 8년 넘게 일한 30대 노동자 ㄴ씨는 23일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차 견인을 해도 안 끊길 정도로 질긴 에스피씨의 앞치마”가 내내 마음에 걸렸다고 했다. 지난 15일 새벽 6시15분께 에스피엘 공장에서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교반기)에 끼여 숨진 ㄱ(23)씨가 기계에 끌려들어간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앞치마가 끼어 사고가 났으리라 추정하는 상황이다. <한겨레>는 사고 당일부터 23일까지 에스피엘 동료 직원들을 인터뷰했는데, 대다수 직원이 “탄압이 심한 회사”라며 증언을 꺼리는 와중에도 몇몇 동료들은 이번 사고와 비슷한 위험에 노출돼 일해왔다고 증언했다.

ㄴ씨는 특히 회사가 사고 가능성을 높이는 앞치마를 고집한 것과, 사고 발생시 대응 등 안전 교육을 제대로 해주지 않았던 점을 안타까워 했다. 그는 “나도 앞치마가 끼었을 때 겨우 빠져 나왔던 기억이 있는데, 샌드위치 공정이 다 같은 앞치마를 입으니까 고인도 같은 걸 착용했을 것”이라며 “경력이 많은 사람들은 사고가 났을 때 잘 풀리게 끈을 약하게 매는데, 경험이 적은 직원들은 풀리지 말라고 세게 묶는다”고 전했다.

구아무개씨는 “3~4개월에 한 번씩은 컨베이어벨트 끼임 사고가 나는 것 같다”고 기억했다. 화섬식품노조 에스피엘지회에서 파악한 현황에 따르면, 에스피엘에서는 특정 기계나 장소뿐 아니라 패스츄리, 샌드, 브레드 등 다양한 공정에서 광범위하게 사고가 발생했다. 올해만 8회 이상 사고가 있었고, 이 중 5회가 끼임 사고였던 것으로 확인돼 실제로 구씨의 체감보다 사고 빈도수가 높았다. 지난 5년으로 넓혀 보면 에스피엘에서 37명의 산재 피해자가 있었으며, 이 중 15명이 끼임 사고를 당했다.

지난 20일 아침 7시50분, 에스피씨 계열사 빵 반죽 공장인 에스피엘 평택 공장 맞은편에는 야간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직원들이 탑승할 버스들이 줄지어 세워져있다.
지난 20일 아침 7시50분, 에스피씨 계열사 빵 반죽 공장인 에스피엘 평택 공장 맞은편에는 야간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직원들이 탑승할 버스들이 줄지어 세워져있다.

동료들은 사쪽의 ‘2인1조 근무’ 주장도 강하게 반박했다. 에스피씨는 ㄱ씨 사고 당시 2인1조로 근무하던 동료가 9분간 자리를 비웠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구씨는 공장 전체적으로 2인1조 근무가 지켜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구씨는 “전체 라인을 봐도 ‘2인1조’라는 개념은 없다. 12시간 내내 라인은 돌아가고 우리는 다 혼자 일하니까, 화장실 갈 때 정도만 교대 근무를 한다”며 “특히 야간(근무)을 할 때 관리자들이 많이 없어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ㄱ씨와 같은 조였던 ‘반장급’ 직원은 배합부터 포장까지 과정을 관리하고 있어, 사고 당일 야간 근무 때도 고인과 함께 일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ㄴ씨 역시 “그간 사고도 많고, 특히 끼임 사고는 이전에도 반복됐는데 안전 보완이 되지 않았다”며 “위험한 기계를 다루는 일이지만, 교대 근무는 있어도 2인1조로 근무하는 건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에스피엘 직원들은 ‘나라고 사고 안 나겠냐’며 크게 불안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씨는 “아이들도 있는데, 내 안전을 책임지지 않는 회사에서 일을 어떻게 하겠느냐”며 “이번달까지만 일하고 퇴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열린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희생자 서울 추모행사에서 한 참석자가 spc 규탄 내용을 적은 손팻말을 들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열린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희생자 서울 추모행사에서 한 참석자가 spc 규탄 내용을 적은 손팻말을 들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고용노동부는 이날 에스피씨 그룹에 대해 산업안전보건 기획감독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노동부는 에스피씨 식품·원료 계열사의 전국 현장을 대상으로 유해·위험요인뿐 아니라 안전보건관리체계 등 구조적 원인을 점검할 예정이다. 또 식품 혼합기 등 위험한 기계·장비를 보유한 전국 13만5천개 사업장에 대해서도 24일부터 6주간 집중 단속을 실시한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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