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공덕동 일대 빌라촌.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앞으로 세입자가 전·월세 계약을 체결하기 전 전셋집에 걸린 선순위 보증금과 집주인의 세금 체납액 등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주택별 적정 전세금 시세와 악성 임대인 명단, 집주인의 임대보증 가입 여부 등도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에 공개된다. 전세금을 떼일 위험성을 사전에 판단할 정보가 늘어나는 것이다.
1일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의 ‘전세사기 피해 방지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집값 안정세로 전세금·근저당권 설정액 등이 매매가를 웃도는 ‘깡통전세’가 늘어난 데 따른 조처다. 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는 집주인이 고의로 전세금을 떼먹는 등의 전세사기도 늘어나는 추세다.
정부는 예비 세입자가 ‘위험 매물’을 피할 만한 정보를 늘리기로 했다. 임대인은 임차인이 요구할 경우 세금 체납액과 주택에 설정된 선순위 보증금 등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계약 후 임차 개시일 전까지는 임차인이 집주인 동의 없이도 체납액을 확인할 수 있다. 계약을 중개하는 공인중개사는 임차인의 정보 요청 권한과 임대인의 공개 책임을 의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국토부는 오는 4분기 중 주택임대차보호법 등을 개정해 이런 조처를 도입할 계획이다.
전월세 매물의 ‘적정 시세’ 등에 대한 정보도 추가로 공개된다. 국토부는 내년 1월 ‘자가진단 안심전세’(가칭) 앱을 배포해, 입주희망 주택의 적정 전세금·매매가 수준과 임대보증 가입 여부, 불법·무허가 건축물 여부 등을 담을 예정이다. 현재 광역지방자치단체(시·도) 단위로 집계되는 빌라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 통계는 이달부터 수도권에서 읍·면·동 단위로, 비수도권에서 시·군·구 단위로 세분화돼 공개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신축빌라처럼 (기존 거래가 없어) 매매시세 파악이 어려운 주택에서는 실제 주변 시세보다 매매가를 부풀려 깡통전세를
유도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임대인이 마음대로 매매가를 부풀릴 수 없도록 공정한 절차로 가격이 산정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방안에는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한 임차인의 대항력 강화방안도 담겼다. 현행법상 임차인의 대항력은 전입신고 다음날부터 발생한다. 이를 악용해 전입신고 이전인 임대차 계약 직후 근저당을 설정하거나, 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는 제3자에게 집을 팔아버리는 집주인들이 있었다. 이에 정부는 ‘임차인 대항력 발생 전에 임대인이 근저당권을 설정하거나 집을 처분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특약을 주택임대차 표준계약서에 넣기로 했다. 현재 서울 5000만원·지방 광역시 2300만원 등으로 설정된 임차인의 최우선 변제금액도 오는 4분기부터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법적 대응책 등을 상담하는 ‘전세피해 지원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달 서울 강서구에
시범센터를 도입한 후 내년 경기·충청 지역 등으로 늘릴 계획이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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