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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뾰족한 수 없어”…SK실트론으로 한계 드러낸 ‘사익편취’ 규제

등록 2021-12-23 17:06수정 2021-12-24 02:33

공정위, 공정거래법 시행령·과징금 고시 손질 나서
“미실현 이익 산정방법 마땅찮아”…장기과제로 남을 듯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에스케이(SK)실트론 사건‘솜방망이’ 제재로 끝났다는 지적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해결책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현되지 않은 이익을 산정하고, 이를 기초로 자연인에게도 과징금을 부과할 방도를 찾아야 하는데, 행정처분의 범위 안에서는 쉽지 않아서다.

23일 공정위 설명을 들어보면, 공정위는 먼저 사익편취 행위의 정액 과징금 제도를 보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공정거래법 시행령과 과징금 고시를 손본다. 다른 위법행위의 경우 정액 과징금도 중대성의 정도에 따라 차등 부과하도록 금액 구간이 마련돼 있는데, 사익편취는 그런 내용이 아예 없어서다. 에스케이실트론 사건의 경우 공정거래법에 규정된 한도 20억원이라는 틀만 갖고 위원회의 재량으로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한다.

반면, 이번에 제기된 문제의 핵심은 장기적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공정위는 원칙적으로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이 부당하게 본 이득에 비례하는 정률 과징금을 부과했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최 회장이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거나 배당을 받는 등 손에 잡히는 이득을 본 적이 없어서다. 실현되지 않은 이익을 기초로 과징금을 부과할 법적 근거가 없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난관은 미실현 이익을 산정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직관적으로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에 있는 기준에 따라 사후적으로 주식 가치를 산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그러나 이 또한 공정거래법 체계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한계를 지닌다.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이나 사익편취는 기본적으로 거래 시점 당시의 정상가격보다 얼마나 비싸거나 싸게 거래를 했는지를 따진다. 때문에 미실현 이익을 산정하는 경우에도 사후적 평가가 아닌, 거래 당시 평가된 미래의 주식 가치보다 얼마나 싸게 샀는지 계산하는 게 본질에 적합하다. 이런 평가가 객관적으로 이뤄진 산정 금액을 찾기는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이는 위법성 판단과도 관련이 없지 않다. 공정거래법상 사업기회 제공 행위에 대한 판단 기준 중 하나는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 여부다. 통상 공정위의 제재가 이미 실현된 이익을 겨냥한다면, 사업기회 제공 조항은 미래의 자산 가치 변동 등으로 이익이 실현될 가능성까지 포함한다. 보다 보수적으로 집행될 수밖에 없는 행정 제재를 부과하기는 부담스러운 영역이다. 공정위가 이번에 위법성 판단 기준을 제시하면서 공정거래법이 아닌 상법상 이사회 절차를 강조한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사익편취 규제의 한계가 다시금 드러났다는 평가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이번에 나타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를 고친다고 해도 ‘사후약방문’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본다. 에스케이실트론 사건에서는 총수 개인이 취득한 주식이 문제가 됐지만, 향후에는 어떤 유형의 사익편취가 나타날지 예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특히 사업기회 제공 같은 경우, 너무 유형이 다양해서 그것을 모두 제도에 반영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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