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생활협동조합인 에스그룹이 소유한 프리즈마의 매장 모습. 인권 고위험 국가에서 생산된 에스그룹의 의류와 직물 제품은 독립된 제3자가 생산과정을 검증한다. 에스그룹 누리집
핀란드 최대 소매 유통업체인 에스(S)그룹은 생활협동조합이다 . 핀란드 전역에 1800여곳 매장이 있고 슈퍼마켓 , 백화점 , 주유소 , 농식품 유통 , 호텔 , 은행까지 업종도 다양하다 . 조합원 수는 약 240만명 (2020년 기준 )으로 핀란드 전체인구 약 555만명의 거의 절반 (45%)에 달한다 . 에스그룹은 소비자협동조합들의 연합으로 19곳의 지역협동조합과 에스오케이 (SOK·소비자협동조합연합회 ), 6개 단위협동조합으로 구성되어 있다 .
에스오케이는 에스그룹을 구성하는 협동조합들이 소유한 2차 협동조합으로 , 전체 그룹의 미래 방향과 경영전략 , 지속가능성을 맡는다 . 에스그룹에서 지속가능전략은 자연스럽게 경영전략과 통합된다 . 에스오케이가 지속가능성에 대한 전략과 목표 , 이행방안들을 수립하면 , 경영위원회에서 논의해 그룹 전체에 적용한다 .
지난해 새롭게 선포한 에스그룹의 지속가능전략은 △지속가능한 소비 △천연자원을 존중하는 지속가능한 성장 △불평등 없는 평등한 세상 등 크게 3개 영역으로 나뉜다 . 각 부문별로 세부 이행 목표와 경영전략이 수립되어 있고, 이는 웹사이트와 보고서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에스그룹은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 (SDGs)와 기업과 인권 이행지침 (UNGPs)에 기반을 두고 지속가능전략을 수립한다 .
에스그룹은 핀란드 안에서 자국산 식료품을 가장 많이 판매한다 . 이들은 판매자로서 , 그리고 구매자로서 소비자와 공급망 ,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잘 알고 있다 . 에스그룹은 ‘지속가능한 소비 ’ 전략 이행의 하나로 2030년까지 전체 판매 식료품의 80%를 핀란드산 제품으로 제공할 것을 목표로 삼았다 .
이를 위해 공급업체들에게 핀란드 식품정보협회 등 제 3의 기관에서 핀란드 생산임을 인증받을 것을 권유 ·지원한다 . 소비자에게 안전하고 질 좋은 핀란드산 식료품을 제공하고 , 공급업체들에는 보다 수준 높은 제품 생산 과정을 구축하게 하여 , 산업 발전과 고용 촉진 , 경제 활성화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
동물복지도 고객에 대한 식품 책임의 하나다 . 에스그룹의 동물복지 정책에는 종별 요구사항이 있을 정도다 . 대표적으로 에스그룹의 모든 사업장은 2026년까지 ‘인리치드 케이지 ’에서 생산된 달걀 판매를 중단할 예정이다 . 인리치드 케이지는 닭의 최소본능만을 채워주는 밀집형 사육장이다 . 닭 한 마리당 공책 한바닥 (A4 한장 ) 정도의 공간을 주고, 이상행동을 방지하기 위해 모래판과 횃대 , 둥지 등이 제공된다. 항생제 역시 까다롭게 관리해 법적규제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 육류에 사용되는 항생제는 결국 소비자의 입을 통해 몸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
공정한 대우와 민주적 의사결정은 협동조합을 지탱하는 근간 중 하나다 . 에스그룹은 임직원은 물론 소비자, 공급망 , 지역사회의 인권 존중과 증진을 추구한다. 선제적으로 원칙과 행동강령을 선포하고 , 경영 단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 이슈에 주의를 기울인다 .
특히 인권 고위험 국가의 공급업체들에게 독립적이고 공신력 있는 제 3자 감사를 시행한다 . 감사기관은 생산공정에서 법정 최저임금 지급이나 노동시간과 환경 , 산업안전 관행 등 에스그룹의 인권 행동강령이 실제로 충족되는지를 조사한다 .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자체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은 물론 공급망의 탄소배출도 관리한다 . 공급업체 생산과정의 환경영향을 평가하고 환경관리 , 에너지 및 물 사용 , 폐기물 처리 및 배출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고 필요한 부분을 지원한다 .
에스그룹의 니나 엘로마 지속가능성부문 총괄부사장은 “지속가능성은 에스그룹 디엔에이 (DNA)의 일부”라면서 “우리는 민주적이고 대등한 조직들의 연합으로 구성되어 협동과 협력으로 성장해왔다”고 강조했다 . 그는 또 “지속가능 전략은 개발과 실천에 오랜 헌신이 필요하다”면서 “협동조합은 일반 기업에 비해 장기적 발전관을 가지고 , 그 필요성을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히 공유한다”고 말했다.
양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변동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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