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S] 임현정의 클래식 산책
연주 완벽성과 표현력
연주 완벽성과 표현력
“연주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벽 세 시에 나를 깨우더라도 벌떡 일어나서 문제없이 연주할 수 있을 정도의 준비를 하는 것이 기본이다.” 임현정씨가 악보 없이 열정적으로 피아노 연주를 하는 모습. 다나기획사 제공
열심히 준비했다면 ‘긴장감’의 효능을 믿어라
완벽성과 표현력의 관계를 좀 더 탐구해보자. 기술적인 완벽성이란 물론 표현을 전달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동시에 하나의 요소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우리가 한 언어를 마스터하게 되면 더 이상 토씨가 틀릴까, 안 틀릴까 등을 걱정하기보다는 뜻의 전달에 무게를 두고 자연스럽게 언어를 구사한다.
기술적인 완벽성에 너무 집중하게 되면 자신의 음악적 이상을 마음껏 표현하는 용기가 두려움으로 교체되고, 음악의 본질을 표현하기보다는 하나의 음도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이 우선순위가 된다. 이럴 경우 청중에게는 곡의 본래 의도가 잘 전달되지 않는 밋밋한 연주가 되거나, 아니면 연주가가 틀릴까봐 되레 청중의 마음이 불안해질 수 있다. 예술이나 사랑 같은 고귀한 가치보다는 그저 두려움이 모든 것을 지배하게 된다.
20세기를 대표하는 교육자이자 피아니스트인 알프레드 코르토는 이런 말을 했다. “작곡가가 절망감으로 절규하고, 사랑이 주는 불같은 고통을 호소할 때 우리는 무슨 상투적인 틀에 따라서 이를 밋밋하게 전달하는 표현밖에 못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불타오르는 음악의 언어가 나른한 시어(詩語)밖에 안 되는 것으로 변질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단지 즐거움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만 하는 그런 예술에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 그 예술은 영혼이란 없는 완벽한 레이스에 불과하다. 당신의 손가락에 당신의 생각을 옮기는 임무를 부여하라. 그러면 당신은 그저 실행하는 자에서 해석자로 바뀔 테니까.”
자 그럼, 어떻게 하면 떨리는 마음을 줄이고 공포를 덜 수 있을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내가 가지고 있는 팁을 여기서 나누고자 한다.
우선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면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준비가 잘 안되어서 생기는 ‘두려움’이다. 이런 스트레스는 우리의 부족함을 일깨워서 더욱더 분발하게 만든다. 이런 경우의 답은 하나밖에 없다. 연습, 반복이다. 새벽 세 시에 나를 깨우더라도 벌떡 일어나서 문제없이 연주할 수 있을 정도의 준비를 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리고 적든 많든, 지인이든 생판 모르는 사람이든 간에 청중 앞에서 많이 연주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한 종류의 스트레스는 ‘긴장감’이다. 아무리 준비가 잘되고 경험이 많아도 사람들 앞에 설 때 긴장감이 드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은 신체적 기능을 향상시켜준다. 그래서 긴장감을 잘 이용하면 오히려 이득이 된다!
그리고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한 후에는 편안하게 마음을 내려놓고 하늘에 믿고 맡기는 것이다. 어차피 할 수 있는 건 다 했으니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새옹지마의 철학을 생각하며, 결과가 어떻든지 결국에는 어차피 다 잘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도 중요하다. 자신에 대한 믿음, 지금 이대로 괜찮다는 응원을 스스로에게 해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기를 원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 아닐까.
호로비츠 “난 낭만파 아닌 개성파”
피아니스트, 서울대 산업수학센터(IMDARC) 자문위원. 프랑스 국립음악원 피아노과를 최연소 수석 졸업했으며, 영국의 음반회사 이엠아이(EMI)에서 2012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앨범을 내면서 데뷔했다. 독창적이고 대범한 곡 해석으로 유명하며, 음악에서 자유를 추구한다.
피아니스트 임현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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