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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아미’ 날개 단 방탄소년단, 유튜브·SNS 타고 팝 본토 녹이다

등록 2018-05-28 19:11수정 2018-05-29 17:01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
한주간 가장 많이 팔린 앨범 쾌거
케이팝 최초…외국어 음반으론 12년 만

유튜브·SNS로 팬들과 밀착 소통
전세계 팬덤으로 주류시장 흔들어
한국어 앨범 6장 모두 차트 진입
‘반짝 인기’ 아닌 ‘지속성’ 입증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200’ 차트 1위를 알리는 빌보드 기사. 누리집 갈무리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200’ 차트 1위를 알리는 빌보드 기사. 누리집 갈무리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 케이팝의 역사를 새로 썼다. 이들의 정규 3집 앨범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가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정상에 오른 것이다. 한국 가수가 빌보드 메인 차트 1위를 차지한 건 처음이다. 빌보드는 27일(현지시각) “방탄소년단의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가 ‘빌보드 200’ 1위에 오른 첫번째 케이팝 앨범이 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누리집에 올려 이 사실을 알렸다.

■ ‘빌보드 200’ 1위는 어떤 의미? ‘빌보드 200’은 일주일 동안 어떤 앨범이 가장 많이 팔렸는지 보여주는 순위표다. 시디(CD) 판매와 앨범 수록곡의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스트리밍 등을 집계해 순위를 매긴다. 방탄소년단은 앨범 판매 지수 13만5000점을 기록해 12만3000점을 올린 미국 팝스타 포스트 말론을 제쳤다.

‘빌보드 200’은 노래 인기 차트인 ‘핫 100’과 함께 빌보드를 대표하는 메인 차트다. 미국 내 판매량만을 따지는 이 차트에서 영어가 아닌 외국어로 낸 앨범이 정상을 차지한 건 2006년 팝페라 그룹 일디보가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등으로 노래한 <앙코라> 이후 12년 만이다. 일디보는 유명 미국인 프로듀서(사이먼 코웰)의 지휘 아래 미국인과 유럽인 멤버로 결성한 팀이다. 이를 고려하면 한국인 프로듀서(방시혁)에 한국인 멤버들이 한국말로 노래한 앨범이 정상에 오른 건 전세계 대중음악 시장 전체를 뒤흔든 파격이라 할 만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방탄소년단에 의해 한국 대중음악은 세계 무대를 향해 한 단계 더 도약했다”며 축하했고,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축전을 보내 방탄소년단을 격려했다.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200’ 1위는 전세계를 움직이는 미국 주류 팝 시장을 점령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전까지 케이팝은 아시아 시장을 기반으로 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일부 10대의 지지를 받는 변방의 장르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케이팝의 기존 한계를 넘어 미국 주류 팬층을 공략하며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

■ 방탄소년단의 인기 요인은? 음악, 유튜브, 에스엔에스, 팬덤 문화. 방탄소년단이 세계적 인기를 얻게 된 요인을 설명하는 열쇳말이다. 먼저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빌보드 차트 순위권 내 다른 음악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트렌드를 담았다. 힙합과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을 적절히 교배한 선율 위로 ‘칼군무’와 한국어 노랫말로 상징되는 케이팝의 독특한 정서를 얹었다. 미국 대중에게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사운드로 다가간 것이다.

방탄소년단이 초기에 널리 알려진 데는 유튜브의 힘이 컸다. 방탄소년단의 화려한 뮤직비디오는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이를 본 팬들의 반응을 담은 리액션 영상까지 인기를 끌었다. 방탄소년단은 트위터 등 에스엔에스로 팬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여타 아이돌 그룹과 달리 음악을 직접 만드는 방탄소년단은 음악과 노랫말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전했다.

유튜브와 에스엔에스에 익숙한 전세계 10대들은 방탄소년단을 중심으로 서로 연결됐고, ‘아미’라 불리는 탄탄한 팬덤 문화를 공유했다. 한국의 10대 팬덤 문화가 전세계로 확장된 셈이다. 김윤하 음악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은 영상과 에스엔에스에 친숙한 밀레니얼 세대에게 어필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췄다”며 “특히 이전에는 좀처럼 없던 끈끈한 팬덤 문화에 미국 사회도 놀라며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 방탄소년단의 앞날은? 싸이를 비롯해 기존 빌보드 차트에 진입한 한국 가수와 방탄소년단의 가장 큰 차별점은 ‘지속성’이다. 방탄소년단은 이번 앨범까지 모두 6장의 한국어 앨범을 ‘빌보드 200’에 진입시켰다. 지난해 9월 발표한 앨범 <러브 유어셀프 승 ‘허’>는 ‘빌보드 200’에 30주간 머물며 7위까지 올랐다. 이 앨범 타이틀곡 ‘디엔에이’(DNA)는 ‘핫 100’에 67위, 싱글 ‘마이크 드롭’ 리믹스는 28위까지 올랐다.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200’ 정상을 차지함에 따라 이제는 ‘핫 100’에서 어떤 성적을 올릴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핫 100’은 빌보드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차트다. 3집 앨범 타이틀곡 ‘페이크 러브’의 뮤직비디오는 지난 18일 공개된 지 9일 만에 1억 뷰를 돌파하면서 ‘핫 100’ 높은 순위 진입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국 가수로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2012년 이 차트 2위까지 오른 바 있다. 빌보드는 오는 30일(현지시각) 누리집에 ‘핫 100’ 등의 순위를 공개할 예정이다.

방탄소년단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미국 10대를 넘어 기성세대까지 사로잡는 보편성과 확장성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작가 음악평론가는 “현재까지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저스틴 비버처럼 10대의 지지가 절대적인 주류 틴팝에 속한다”며 “앞으로 미국 시장에서 보편적이고 지속적인 활동,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까지 누적되는 행보를 보인다면 세대를 넘는 성공이 가능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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