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방송>(EBS)의 ‘교육 대기획’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6부작·20일 첫 방영)
EBS 교육기획 ‘왜 우리는 대학에…’
혼밥·밥터디·아싸 등으로 대변되는
대학가 풍경 학생들의 눈으로 그려
혼밥·밥터디·아싸 등으로 대변되는
대학가 풍경 학생들의 눈으로 그려
한창 수업이 진행 중인 교실 안. 학생이 질문을 하면 선생님은 출석부에 ‘별점’을 매긴다. 학생들은 무엇이 궁금해서라기보다는 별점을 받으려고 질문을 한다. 초등학교 풍경일까? 한 대학교 강의실 모습이다. 경기대 박성봉 교수는 씁쓸한 표정으로 “(강의 중) 침묵을 깨려면 학점을 걸어야 한다”고 말한다. 질문하는 학생은 다른 학생의 따가운 눈초리가 무섭고, 교수는 질문 없는 학생들이 답답하기만 하다.
<교육방송>(EBS)의 ‘교육 대기획’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6부작·20일 첫 방영·사진)는 대학생들의 우울한 초상을 그린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이라는 긴 ‘입시 전쟁’을 치르고 대학생이 됐지만 그들 앞에는 학점과 취업이라는 장애물이 또 버티고 있다. ‘혼밥’(혼자 밥 먹기), ‘밥터디’(밥만 같이 먹는 무리), ‘아싸’(자발적 아웃사이더) 등의 신조어가 일반화된 대학가 풍경 속에서 학생들은 “기성세대가 말하는 ‘청춘’은 진실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2011년 <학교란 무엇인가>로 한국방송대상을 수상한 정성욱 교육방송 책임피디는“기성세대가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아니라, 그들 스스로 무엇인가를 찾아가게 만들기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1부(20일)와 4부(26일)는 ‘어메이징 데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즐겁고 활기차서 ‘어메이징’해야 할 대학 생활이 ‘어메이징’하지 못함을 반어적으로 표현한다. 서울대·한국외대·한동대·충남대·부산대 등 10개 대학 44명의 학생들이 6개월 동안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촬영했고, 대학생의 눈으로 대학생의 모습을 재조명했다. 교수의 목소리만 공허하게 울려 퍼지는 강의실, 스펙을 쌓기 위해 관계를 단절하는 아웃사이더, 학교에서 휴지와 물을 가져오는 지방 출신 자취생의 비애 등을 여과 없이 담았다(1부).
친구의 모습을 카메라로 찍고 ‘어메이징 데이’ 편집에도 참여한 이희성(한국외대 신문방송 4)씨는 “촬영하면서 ‘정말 생각 없이 대학에 다녔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학생들이 ‘안녕들 하십니까’ 같은 고민을 많이 한다는 것도 느꼈는데, 대부분 ‘아싸’(아웃사이더)가 된 상황에서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잘 몰랐던 것 같다”고 했다. 정성욱 피디는 “대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밀착 취재를 했는데, 그들조차 또래 대학생들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데 놀랐다. 요즘 사회가 원하는 대학생의 모습 때문에 자기 삶이 너무 바빠서 관계가 끊어진 삶을 살아간다”고 했다. 내레이션을 맡은 가수 김C의 한마디는 “먹먹하다”였다.
2·3부 ‘인재의 탄생’(21·22일)과 5·6부 ‘말문을 터라’(28·29일)는 배움과 취업의 의미를 깊이 있게 조명한다. ‘인재의 탄생’에서는 서울대 법대 졸업생 김성령씨, 중국 베이징대 학생 김관우씨, 지방대 출신 취업 준비생 엄지아씨 등 5명이 6개월의 멘토링을 통해 진정한 인재상을 깨닫고 변화하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는다. ‘말문을 터라’는 질문과 생각이 사라진 오늘날의 대학 강의실을 탐구하고, 말문을 트는 것을 시작으로 진정한 배움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정성욱 피디는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대학생들은 아주 큰 불안감 속에 인간 관계도 단절한 채 살아가고 있다. 기성세대가 방송을 보고 그들을 이해해 그들에게 ‘한번 넘어져도 괜찮아. 툴툴 털고 일어나면 돼’라고 말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사진 교육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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