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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맞춤 유료 뉴스레터 등 ‘고품질 저널리즘’ 승부수

등록 2011-10-18 20:40수정 2011-10-21 11:03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의 변화 현장
1년 구독료 4천달러 `차이나…’ 등 고급 콘텐츠 제공
온·오프 뉴스룸 통합…“거의 모든 기사 온라인 먼저”
온라인 유료독자 매년 30~50%↑ “다음엔 모바일”
<파이낸셜 타임스>(FT·에프티·위 사진)는 영국 런던의 남쪽 서더크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달 19일 취재진이 찾았을 때, 전면이 강화유리로 마감된 6층 높이의 이 신문 본사 사옥은 주변의 낡은 벽돌 건물 사이에서 한층 도드라져 보였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과 함께 세계 2대 경제지로 꼽히는 파이낸셜 타임스는 온라인 시대에 가장 성공적으로 적응하고 있는 신문사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힌다. ‘온라인 뉴스 콘텐츠를 어떻게 생산해서 어떻게 독자들을 만족시킬 것인가’. 각국 언론이 이 질문 앞에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때, 이 신문은 한발 앞서나갔다. 2001년 온라인 뉴스 콘텐츠 유료화 정책을 본격 도입한 것이다. 이 신문의 온라인판 <에프티닷컴>(FT.com) 1년 구독료는 300달러 수준으로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지난달 현재 유료 회원은 24만7천명에 이른다. 종이 신문의 정기 독자는 34만여명이다.

물론 이 성공 사례를 모든 신문에 직접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 7월 펴낸 <온라인 뉴스 콘텐츠 유료화 실험의 현 단계> 보고서에서 에프티의 유료화 성공 배경으로 “정보 수요가 높고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라면 언제든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 있는 경제 분야의 특수성”을 꼽았다. 올 10월 현재 세계 주요 언론사 가운데 온라인 유료화를 도입해 성공한 곳은 이 신문과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경제지다.

<파이낸셜 타임스> 편집국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디지털 담당 부서. 이 신문은 온라인 시대에 맞춰 온·오프라인 뉴스룸을 통합했다. 런던/권오성 기자
<파이낸셜 타임스> 편집국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디지털 담당 부서. 이 신문은 온라인 시대에 맞춰 온·오프라인 뉴스룸을 통합했다. 런던/권오성 기자
에프티는 온라인 시대에 맞춰 온·오프라인 뉴스룸 통합 등 뉴스 제작방식도 바꾸었다. 그 결과 2009년부터 에프티 편집국에서는 별도의 온라인 뉴스 생산 전담부서(뉴스룸)를 두지 않은 채 온·오프라인 뉴스를 함께 생산하고 있다. 뉴스룸 통합에 따라 기자들은 자신의 기사에 직접 태그와 가제목을 달아 출고하고 데스크는 이를 인쇄용이나 온라인용 기사로 손질해 전송한다.

지난달 19일 이 신문 편집국에서 만난 비드 매카시(사진) 디지털 부문 에디터는 이를 “생존을 위한 당연한 개혁”이라고 설명했다. 매카시는 “과거 뉴스룸에서는 온라인 저널리즘의 가치를 낮게 보는 경향이 있었지만 뉴스룸 통합 이후 적어도 에프티에서는 지면용 기사와 온라인 기사에 대한 차별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뉴스룸 통합 이전에는 기사와 칼럼이 신문에 먼저 실린 뒤 나중에 온라인에 실렸지만, 이제는 거의 모든 기사가 온라인에 먼저 실리게 되면서 온라인 부문의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뉴스룸 통합의 성과는 온라인 부문의 실적으로 이어졌다. 에프티닷컴에 등록한 독자는 2008년 초 100만여명에서 10월 현재 400만명까지 늘었다. 이 가운데 유료 구독자도 2009년 뉴스룸 통합 이후 올해까지 매년 30~50%씩 늘고 있다.

뉴스룸 통합이 온라인 유료화 성공의 물적 토대였다면, 이 신문의 질 높은 뉴스 콘텐츠가 갖는 힘은 질적 토대로 작용했다. 이 신문의 온라인 전략과 광고 책임자인 로버트 그림쇼 상무이사는 “우리 스스로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있어야 온라인 독자를 설득할 수 있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점점 양질의 콘텐츠를 요구하는 독자에게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에프티닷컴에는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뉴스부터 전문 투자정보까지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가 있다. 특히 중국 투자자를 겨냥한 온라인 뉴스레터 서비스 ‘차이나 컨피덴셜’은 1년 구독료가 4000달러를 넘어선다. 그림쇼 이사는 “경제 전문 정보 이외에도 온라인 독자를 만족시킬 수만 있다면 우리는 수준 높은 칼럼니스트나 지명도 높은 블로거를 과감히 필진으로 기용한다”고 말했다.

비드 매카시 디지털 부문 에디터
비드 매카시 디지털 부문 에디터
온라인 콘텐츠 유료화에 대한 파이낸셜 타임스의 원칙은 존 리딩 사장의 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그는 2009년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신문사 스스로 ‘무료가 좋은 것’이라는 통념을 깨고 ‘무엇을 유료화할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광고에 지나치게 기대기보다 고품질 저널리즘으로 독자들이 돈을 주고 뉴스를 볼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카시 에디터는 에프티의 다음 도전은 ‘모바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피시를 통해 사람들은 언제 어디든 뉴스를 접할 수 있게 됐다”며 “이제 독자는 단순히 정보를 소비하는 입장에서 벗어나 기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낼 것이고, 이는 각 언론사 뉴스룸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콘텐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온라인 구독률을 최대치까지 높이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실적을 위해 ‘재미’를 내세우지 않을 것이고 트래픽을 높이려고 연예인의 사생활을 들추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는 온라인 시대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독자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 독자들은 소셜 미디어 등 뉴미디어의 세계 속에서도 에프티에서만 볼 수 있는 국제적 전망과 시각을 원하며, 그렇기 때문에 에프티를 찾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런던/최성진 권오성 기자 csj@hani.co.kr


“미·유럽 신문, 15년안 디지털로 뉴스유통 중심 이동”

에밀리 벨
에밀리 벨
미국 컬럼비아 언론대학원
에밀리 벨 ‘디지털…’ 학장

지난달 23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온라인뉴스협회(ONA) 2011 연례총회장에서 만난 에밀리 벨(사진)은 “이곳을 봐라. 3년 전만 해도 언론사의 나이 지긋한 간부들만 모이는 자리였는데 지금은 각종 정보기술(IT) 회사의 젊은이들이 생기발랄한 이야기를 하는 곳으로 바뀌었다”며 격세지감을 드러냈다.

매년 퓰리처상 수상자를 뽑는 미국 컬럼비아 언론대학원에서 ‘디지털 저널리즘 토 센터’ 학장을 맡고 있는 벨은 <가디언> 온라인 편집장도 지냈다.

그는 각종 의사소통 기술이 부상하는 “정보 생태계의 새 지평”과 “기존 언론사와 언론인의 굳건한 역할” 사이의 조화가 “저널리즘의 새 시대를 열 것”이라고 봤다.

벨 학장은 ‘언제 마지막 신문이 출판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인류가 지금까지 발명한 모든 의사소통의 기술들(대화, 문자, 라디오, 텔레비전)이 여전히 어디선가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신문 역시 종말을 맞진 않을 것이다.”

다만 미국과 유럽의 신문업체들은 대부분 10~15년 정도 뒤면 뉴스 생산·유통의 중심을 디지털로 옮기리라고 그는 내다봤다. 디지털이야말로 현재 기술 상황에서 뉴스 생산에 가장 적합한 매체라는 것이 그 이유다. “언론사는 자신의 시장과 독자에 대해 깊이 이해해야 한다. 동시에 기술과 매체의 지형에 대한 심오한 이해도 필요하다. 디지털은 쌍방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매체다.”

물론 그도 온라인의 약점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인터넷은 마치 도시와 같다. 좋은 것뿐만 아니라 온갖 나쁜 것들도 뒤섞여 있기 마련이다. 잘못된 정보가 엄청난 속도로 퍼지거나 통신사에서 쓴 비슷한 기사들이 넘치고, 연예 기사들이 중요한 기사들을 밀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그 전의 매체에서도 똑같이 있던 문제들이다. 인터넷은 오히려 대중들의 자동 ‘필터링’(걸러내기)이 작동하기 때문에 더 낫다고 볼 수도 있다. 전문 언론인이 할 일은 이런 필터링을 활용하고 북돋는 것이다.”

벨 학장은 디지털 시대에도 기자 역할의 핵심은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로 “사회에 필요한 바른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다. “답을 찾기 위한 도구와 기술, 그리고 출판하는 플랫폼은 시대에 따라 바뀌어왔고 지금은 그 (변화)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그러나 이야기와 데이터를 얻고자 하는 (대중의) 욕구는 그대로입니다. 즉, 전문 언론인에 대한 필요는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보스턴/글·사진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취재 자문

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

오수정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분석팀장

정지훈 관동대 정보기술(IT) 융합연구소 교수

후원 : 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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