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진보지 <가디언>현지 르포
건강보험 논란때 전문가·독자 참여 사이트 개설
남아공 월드컵때는 ‘열혈팬 네트워크’ 토론방
온라인 방문자 47%↑…비용 감당못해 접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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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월드컵때는 ‘열혈팬 네트워크’ 토론방
온라인 방문자 47%↑…비용 감당못해 접기도
월가를 비롯해 세계 주요 도시를 점령한 젊은이, 박원순 야권 통합 후보의 펀드, 5차에 걸쳐 한진중공업을 찾은 희망버스, 이들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소셜 네트워크다.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거미줄처럼 연결된 개인들이 세계를 바꾸고 있다.
인터넷의 등장과 온라인 매체의 부상이 첫번째 ‘뉴미디어 변혁기’였다면 지금 세계는 소셜미디어와 스마트 기기를 주역으로 하는 두번째 미디어 변혁기를 맞고 있다. 온라인에 점차 영토를 잠식당하며 사세와 영향력 축소를 감내해야 했던 종이신문 등 전통 미디어 앞에 새로운 도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디지털 쓰나미 시대’에 전통 미디어의 활로는 어디에 있는가? 이 물음을 품고 <한겨레> 취재진이 영국 일간 <가디언> <파이낸셜 타임스>, 미국 일간 <보스턴 글로브> 등 세계 유수 언론사를 직접 찾아 그들의 도전을 취재했다. 다섯 차례에 걸쳐 전한다.
영국 런던의 ‘킹스 크로스’ 지역은 한때 도심 홍등가로 분류될 만큼 낙후된 지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예술과 교통의 중심지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그 가운데 자리잡은 것이 <가디언> 본사 건물 ‘킹스 플레이스’다.
가디언이 2008년 본사를 옮긴 이곳에는 편집국뿐 아니라 콘서트홀, 카페 등 지역민이 활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함께 숨쉬고 있다.
지난달 19일 취재진을 맞은 멕 피카드 가디언 디지털참여 국장은 낡은 수상 가옥들이 즐비한 옆쪽의 수로를 보며 “공동체와 더 깊은 관계를 맺고자 하는 편집국의 노력을 이 건물이 상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디언의 현실은 킹스 플레이스의 외관만큼 화려해 보이지 않는다. 모기업인 ‘가디언 미디어 그룹’의 2011년 연차보고서를 보면 이 신문의 판매부수는 2009년과 2010년 각각 5%, 8%가량 떨어졌다. 가디언 신문 영역만 지난해 3300만파운드(601억원) 적자를 냈다. 이런 ‘위축’은 물론 가디언만의 문제는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발간한 ‘인터넷 혁명과 뉴스의 진화’ 보고서는 2009년 이후 세계 신문시장이 마이너스 성장에 들어선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 신문 열독률도 2002년 82.1%에서 2010년 52.6%로 떨어졌다. 소셜미디어, 스마트 기기의 등장으로 정보 소스로서 온라인의 힘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가디언의 비전은 무엇일까?
앤드루 밀러 ‘가디언 미디어 그룹’ 최고경영자는 올 6월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를 그 답으로 내놓았다. 이는 주요 뉴스를 온라인을 통해 먼저 전하는 ‘웹 퍼스트’ 전략(2006년 시행)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가디언이 신문 회사라는 인식을 넘어 디지털 플랫폼을 중심에 놓는 조직으로 거듭나겠다”는 선언이다. 밀러는 다만 “신문은 여전히 중요한 요소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영진은 온라인 독자를 확대해 광고 수입을 늘리고 신문 지면과 제작 인력은 줄여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포석을 깔고 있다. 디지털 퍼스트의 핵심 고민은 소셜미디어와 스마트 기기를 통해 이미 상당한 정보력을 갖춘 일반 대중과 오프라인 기자의 상호작용을 어떻게 창의적으로 이끌어내는가에 있다.
앨런 러스브리저 가디언 편집장은 “디지털 퍼스트는 웹상의 열린 저널리즘을 조직의 철학과 행동의 중심에 놓는 것”이라며 “디지털의 여러 영역과 협조하면 더 좋은 저널리즘을 구현할 수 있고 이는 언론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피카드 국장의 디지털참여국은 이를 구현하는 ‘전도사’ 노릇을 하고 있다. “전통적인 기자와 독자 사이에는 기사가 ‘출판’되는 시점 앞뒤의 영역들이 비어 있습니다.(그림) 제가 맡은 역할은 어떤 사안이 있을 때 기자와 독자가 어떻게 이 영역을 활용해 더 나은 보도를 만들 것인가입니다.”
이 국의 핵심 업무는 사회정책, 스포츠, 지역 등 다른 편집국 기자들과 힘을 합쳐 디지털 공간에서 새로운 미디어 실험을 진행하는 것이다.
지난해 말 영국의 국민건강보험(NHS) 개혁안을 주제로 꾸린 ‘헬스케어 네트워크’는 디지털 참여의 대표적 사례다. 영국 정부가 효율성 향상을 내세워 건강보험 서비스를 바꾸려 하자 가디언은 이 문제에 관심있는 전문가와 온라인 독자의 참여를 유도해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사이트를 별도로 꾸렸다. 독자들의 기고를 싣고 메일링 리스트 시스템을 만드는 한편, 가디언의 기사를 묶어 종합적으로 사안을 볼 수 있는 디지털 보도물을 만들어 냈다.
스포츠부와는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 때 ‘팬 네트워크’를 구성해 호응을 이끌어 냈다. “국가별로 트위터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열혈 팬’들을 물색해 본선 전에 미리 관계를 맺고 검증했습니다. 우리 기자들만으로 할 수 없는 분석들이 이들을 통해 나왔고, 경기중에는 선수, 전술에 대해 독자들과 실시간 토론을 하도록 했습니다.”
모든 시도가 다 성공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초 3개 지역의 유력 블로거들과 협업해서 지역 정보를 제공하고 지방 정부의 투명성을 높이는 ‘가디언 로컬’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올 4월 결국 접었다. 피카드 국장은 “지역공동체에서는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유지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접을 수밖에 없었다”며 “무엇인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멈추고 다른 실험을 빠르게 이어갈 수 있는 것도 디지털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런 시도가 이 신문에 활로가 될 수 있을까? 그 답을 정확히 말하긴 힘들다. 다면 확실한 것은 여러 온라인 지표들이 희망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기준으로 가디언 온라인(www.guardian.co.uk)의 월간 순 방문자는 5000만명에 육박해 전년 대비 47%의 증가를 보였다. 부분 유료화 정책을 펴는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앱)도 올 상반기까지 6만7258명의 유료 독자를 확보해 24만9526파운드(4억5500여만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했다. 유료화 비율도 17%나 된다.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다른 언론사 앱 유료화 비율에 견줘 훨씬 높은 편이다.
런던/권오성 최성진 기자 sage5th@hani.co.kr
“트위터는 사라질 수 있지만, 인터넷은 더 널리 쓰일 것” 온라인 저널리즘 블로그 설립자
브래드쇼 버밍엄시티대 교수 “온라인 저널리즘은 분명 미디어의 새 흐름입니다. 하지만 뉴스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은 19세기 이전의 초기 저널리즘과 무척 비슷합니다. 당시 신문사들은 지금처럼 거대 기업 광고에 의존해 신문을 만들지도 않았고 일방적으로 뉴스를 뿌리지도 않았습니다. 독자와 함께 호흡하며 독자들의 참여로 만든 뉴스 정보를 독자와 함께 나눴습니다.” 폴 브래드쇼 영국 버밍엄시티대학 미디어스쿨 교수(사진)는 미디어가 나아갈 방향으로 독자 참여형 뉴스 생산을 강조했다. 그는 온라인 및 데이터 저널리즘에 관한 다양한 보고서와 논평을 제공하는 ‘온라인 저널리즘 블로그’(onlinejournalismblog.com) 설립자로 ‘소셜 미디어에서 영향력 있는 전세계 35인’ 가운데 한명으로 꼽히기도 했다. 지난달 20일 런던에서 160㎞ 북서쪽에 위치한 버밍엄에서 만난 그는 “20세기 저널리즘이 언론사 한곳이 수많은 독자·시청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일대다’의 구조였다면 21세기 온라인 저널리즘은 미디어라는 매개체를 통해 많은 대중이 직접 정보를 교환하는 ‘다대다’ 소통을 특징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브래드쇼는 온라인 저널리즘을 적극 받아들여 성공한 사례로 <가디언>을 꼽았다. 그는 “가디언은 ‘지적인 이용자 커뮤니티’라는 미디어 플랫폼 활성화 등을 통해 온라인 시장에서 끊임없이 이슈를 만들어냈다”며 “페이스북과 트위터, 구글은 언젠가 사라질 수 있지만 그 토대인 인터넷은 더 널리 쓰일 것이므로, 언론사와 기자는 온라인 저널리즘의 급부상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온라인 저널리즘의 폐해로 꼽히는 잘못된 정보의 유포, 명예훼손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고의적인 악성 루머의 유포나 인신공격은 그 정도에 따라 기존 법규로도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다”며 “정부나 정치인에 대한 비판을 빌미로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제·규제하려는 시도는 정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버밍엄/글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사진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앤드루 밀러 ‘가디언 미디어 그룹’ 최고경영자는 올 6월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를 그 답으로 내놓았다. 이는 주요 뉴스를 온라인을 통해 먼저 전하는 ‘웹 퍼스트’ 전략(2006년 시행)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가디언이 신문 회사라는 인식을 넘어 디지털 플랫폼을 중심에 놓는 조직으로 거듭나겠다”는 선언이다. 밀러는 다만 “신문은 여전히 중요한 요소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영진은 온라인 독자를 확대해 광고 수입을 늘리고 신문 지면과 제작 인력은 줄여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포석을 깔고 있다. 디지털 퍼스트의 핵심 고민은 소셜미디어와 스마트 기기를 통해 이미 상당한 정보력을 갖춘 일반 대중과 오프라인 기자의 상호작용을 어떻게 창의적으로 이끌어내는가에 있다.
<가디언> 본사가 위치한 ‘킹스 플레이스’ 내부. 이 지역 문화 중추 역할을 하는 콘서트 홀과 갤러리 등이 위치한 1층과 지하를 외부인들이 오가는 가운데 편집국이 위치한 2층에서 일하는 기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런던/권오성 기자
“트위터는 사라질 수 있지만, 인터넷은 더 널리 쓰일 것” 온라인 저널리즘 블로그 설립자
브래드쇼 버밍엄시티대 교수 “온라인 저널리즘은 분명 미디어의 새 흐름입니다. 하지만 뉴스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은 19세기 이전의 초기 저널리즘과 무척 비슷합니다. 당시 신문사들은 지금처럼 거대 기업 광고에 의존해 신문을 만들지도 않았고 일방적으로 뉴스를 뿌리지도 않았습니다. 독자와 함께 호흡하며 독자들의 참여로 만든 뉴스 정보를 독자와 함께 나눴습니다.” 폴 브래드쇼 영국 버밍엄시티대학 미디어스쿨 교수(사진)는 미디어가 나아갈 방향으로 독자 참여형 뉴스 생산을 강조했다. 그는 온라인 및 데이터 저널리즘에 관한 다양한 보고서와 논평을 제공하는 ‘온라인 저널리즘 블로그’(onlinejournalismblog.com) 설립자로 ‘소셜 미디어에서 영향력 있는 전세계 35인’ 가운데 한명으로 꼽히기도 했다. 지난달 20일 런던에서 160㎞ 북서쪽에 위치한 버밍엄에서 만난 그는 “20세기 저널리즘이 언론사 한곳이 수많은 독자·시청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일대다’의 구조였다면 21세기 온라인 저널리즘은 미디어라는 매개체를 통해 많은 대중이 직접 정보를 교환하는 ‘다대다’ 소통을 특징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브래드쇼는 온라인 저널리즘을 적극 받아들여 성공한 사례로 <가디언>을 꼽았다. 그는 “가디언은 ‘지적인 이용자 커뮤니티’라는 미디어 플랫폼 활성화 등을 통해 온라인 시장에서 끊임없이 이슈를 만들어냈다”며 “페이스북과 트위터, 구글은 언젠가 사라질 수 있지만 그 토대인 인터넷은 더 널리 쓰일 것이므로, 언론사와 기자는 온라인 저널리즘의 급부상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온라인 저널리즘의 폐해로 꼽히는 잘못된 정보의 유포, 명예훼손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고의적인 악성 루머의 유포나 인신공격은 그 정도에 따라 기존 법규로도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다”며 “정부나 정치인에 대한 비판을 빌미로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제·규제하려는 시도는 정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버밍엄/글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사진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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