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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샤이니’ 종현도 대학가 릴레이 대자보 응원 나서

등록 2013-12-15 15:50수정 2013-12-24 09:49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김종현(23, 사진)씨가 현 세태를 비판하는 내용들이 담긴 ‘안녕들 하신가’ 대자보 릴레이를 응원하며,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세상에 많은 상실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고려대 경영학과 주현우(27)씨가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으로 철도 민영화, 밀양 송전탑 사태 등을 비판한 내용의 대자보를 붙이면서, 대학가에서는 며칠째 자신의 생각을 담은 대학생들의 대자보 붙이기가 릴레이로 진행되고 있다.

김씨는 15일 자신의 트위터 사진을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강은하씨가 붙인 대자보 사진으로 교체했다. 강씨는 대자보에서 트랜스젠더이면서 양성애자임을 고백한 뒤 대한민국에서 성소수자로, 88만원 세대로, 대학생으로, 노동자 계급으로 살아가는 자신은 “안녕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트위터 사진을 대자보로 교체한 뒤 직접 강씨에게 트위터 메시지까지 남겼다. 김씨는 메시지에서 “제 트윗으로 원치 않는 주목을 받으시거나 이슈화로 피해 입으실까봐 메시지 드려요”라며 “응원합니다. 연예인으로서, 다른 의미로 대중을 대하는 소수자로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세상에 많은 상실감을 느낍니다”라고 썼다. 이어 “다름은 틀린 것이 아니라는 걸 똑바로 외치시는 모습을 응원합니다. 위로나 걱정이 필요한 분이라고 생각되지 않네요. 그만큼 강하신 분이에요 건강과 따뜻한 연말이 함께 하시길 빌게요”라고 말했다.

이에 강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김씨가 보낸 메시지를 공개하며 “샤이니 멤버 종현님께 이런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너무나 큰 힘이 되는 말씀, 공유해도 괜찮을지 여쭸더니, 흔쾌히 승낙해주셨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감사합니다. 꼭 힘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에스엔에스(SNS) 등 온라인에서는 김씨를 응원하는 글이 쏟아져 나왔다. 한 누리꾼(아이디 @__****)은 “멋지다. 그 누구든, 사회적 문제에 대해 관심갖고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모습은 아름답다”고 말했다. 또다른 누리꾼(아이디 @Li****)도 “나는 지금까지 남자연예인을 포함해 모든 남자를 보며 잘생겼다, 라고는 말해봤지만 이렇게 말해본 적은 없는데. 샤이니 김종현 멋있다. 김종현은 멋있는 남자다. 멋있는 사람이다”라고 썼다. 아이디 @ry****를 쓰는 누리꾼도 “험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을 소신있게 밀고나가며 목소리를 내는 국민 김종현을 존경한다”고 응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강은하씨 대자보 전문
어떤 이름으로 불려도 안녕하지 못합니다

지난 4월, 평등을 혐오하는 이들로 인해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 위한 세번재 시도가 좌절됐습니다. 9월, 김조광수·김승환 커플은 한국 최초로 공개적인 동성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무대에 오물이 뿌려지는 등의 방해가 있었지만 김조광수·김승환 커플은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당당하게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바로 며칠 전, 이들의 혼인신고는 거부됐습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교과서가 성소수자의 인권 문제를 ‘찬반 논쟁’의 주제로 삼아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많은 분들이 이렇게 생각하실 겁니다. 대체 이게 나랑, 이 시국이랑 무슨 상관이냐고요. 하지만 오히려 그를 알기에, 저는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이것은 여러분이 기꺼워하시든 못마땅해 하시든, 여러분과 같이 밥을 먹고, 수업을 듣고, 공부하고, 토론하며, 살아가는, 저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이 살아가는 세상의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 시국의 또 한 단면입니다.

그래요 저는 성소수자입니다. ‘male to female’ 트랜스젠더이고 양성애자입니다. 여성입니다. 88만원 세대입니다. 대학생입니다. 노동자 계급을 물려받은 사람들 중 한 명입니다. 또 어떤 이름으로 저를 부를 수 있을까요? 일일이 나열을 하자면 끝이 없겠지요. 저만이 아니라 여러분 모두 무수히 많은 다름으로 불리며 오늘을 살고 계실겁니다.

그러나 저는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 순간에도 안녕하지 못합니다. 차별금지법 하나 제정하지 못하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일상적인, 여성에 대한 부당한 비난과 혐오가 난무하는, 젊은 세대를 봉으로 취급하는, 대학생이 학문이 아닌 취업에 열중하기를 강요하는 게 오늘날의 한국사회입니다. 제가 어느 이름으로 불려야 안녕하겠습니까.

어던 이가 우리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안녕들하시냐고요. 그러게 말입니다. 다른 사람의 고통이 나의 것이 아니라고 안도하고, 내 삶을 지키기 위해 눈을 감고 귀를 막는 일에 익숙해져가는, 우리 모두는 안녕한가요. 공감하기를 포기하라고 자꾸만 강요하는 야박한 세상에서 우리는 얼마나 안녕할 수 있을까요.

저는 지금 당장 여러분과 함께 거리로 쏟아져나가 짱돌 던지자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다만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안녕들 하십니까’ 하고 묻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 바로 옆 사람의 표정을 살피고 이름을 불러주는 계기를 얻을 수 있다면, 저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외로운 곳이 되어갈수록, 오히려 우리가 함께 안녕해지는 길은 가까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바로 옆 사람에게, 물어봐주세요. 안녕하십니까.

눈내린 성공회대학교에서 사회과학부 강은하.

▷ ‘안녕들하십니까?’ 한겨레 영문판 기사 바로가기 : New student movement asks “How are you nowa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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