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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한강아 한강아, 네 속은 어떻게 생겼니?

등록 2006-10-19 21:04

한강이 다시 시민 곁으로 다가오면서 한강문화 르네상스를 예고 하고 있다.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아진 한강에는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비롯해 숱한 사람들이 밤낮없이 우글댄다. 한강을 어떻게 가꿔나갈 것인가가 새로운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사진은 상수도 정수장에서 멋진 시민공원으로 거듭난 선유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한강이 다시 시민 곁으로 다가오면서 한강문화 르네상스를 예고 하고 있다.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아진 한강에는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비롯해 숱한 사람들이 밤낮없이 우글댄다. 한강을 어떻게 가꿔나갈 것인가가 새로운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사진은 상수도 정수장에서 멋진 시민공원으로 거듭난 선유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86년 대규모 준설한 뒤 상하류 보로 막아
한강 굴곡 물로 감춰져 ‘호수 강’으로 변신
“물빼면 백사장·펄 같은 본래 모습 드러날 것”
개발 아픔 되새기는 환경축제 구상중
커버스토리/한강 옛모습 되찾기 움직임

서울 화곡동에 사는 회사원 정아무개(33)씨는 요즘 한강을 다시 발견했다. 지난달 구입한 자전거 덕분이다. 주말에 강바람을 맞으며 바퀴를 굴리는데 재미를 붙인 그는 이참에 자전거로 여의도 일터까지 출퇴근하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 처음엔 늦은 밤 여자 혼자서 한강길을 다니는 것이 내키지 않았지만 곧 두려움이 사라졌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강변에 우글댈 줄 몰랐다. 한강이 없었다면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것은 꿈도 못 꿨을 것이다.”

자전거를 1시간 이상 타고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의 전제조건은 집과 일터에서 한강으로 진입하는 것이 20~30분 안팎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이상 길어지면 도로 매연, 차량과의 투쟁에서 버텨내기가 버거워진다. 한강이 있어야 달리며 숨통을 틀 수 있다.

한강이 사람들의 삶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강변도로에서 저너머 풍경처럼 고여 있는 물이 아니라 길이 되고 놀이터가 되고 있다. 한강시민공원사업소는 매년 한강을 찾는 사람들이 4800만명으로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집계한다.

서울시도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대대적인 한강 개조 프로젝트를 펼쳐놓고 있다. 사업의 핵심은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많이 만들고 접근성을 높여 시민들에게 다가가도록 만드는 것이다. 잠수교에 보행자다리를 만들고 반포대교 위에서 폭포를 만들어 흐르게 하고 그 옆엔 수중공원을 만들며, 강변 콘크리트 옹벽 72㎞에 꽃과 풀을 심는다는 계획이 그러하다. 다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둔치로 바로 내려갈 수 있도록 하고, 관광용으로 수륙양용버스 5대, 관광콜택시 10대를 도입하겠다고도 한다. 한마디로 한강에 더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40~50년 전 한강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의 머릿속에도 이처럼 북적대는 한강의 풍경이 있었다. 여름이면 뚝섬·한강 인도교 아래에 물놀이 인파가 새카맣게 몰려 들었고, 겨울이 되면 스케이트·썰매장이 들어섰다. 동부 이촌동, 여의도와 밤섬 사이, 뚝섬 앞 저자도, 압구정동 앞, 잠실·부리섬, 난지도 등엔 500만평 이상의 백사장이 있었다. 홍수 때가 아니면 밤섬에 살던 주민들은 걸어서 영등포 시장을 오갔다. 수심이 얕고 강폭이 좁은 곳이 있는가 하면 뱃삯을 줘야 건널 수 있는 곳도 있었다. 확실히 한강은 지금보다 변덕스럽고 위험했으나 다채로웠고 낭만적이었다. 기억이 꼭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한강 곳곳엔 움푹 파인 웅덩이가 많았고 그곳에서 피어오르던 악취도 대단했다.(황기연 교수·홍익대 건설도시공학부)”

똥물이 흘러 악취가 피어오르던 청계천이 인공 구조물로 덮였듯, 한강도 두차례 한강개발을 통해 싸악~ 덮였다. 청계천이 콘크리트로 복개됐다면 한강은 ‘물로’ 덮였다. 서울시는 올림픽을 앞두고 1986년 한강종합개발을 마무리짓는다. 대규모 준설을 했고 상류와 하류에 각각 보를 설치해 물을 가뒀다. 이로써 암사동에서 김포까지 38㎞에 이르는 물길은 계절을 심하게 타지 않고 평균 수심 2.5m를 유지하게 됐고, ‘조각구름 같은 유람선’이 뜨는 것도 가능해졌다. 그래서 <1986 한강종합개발계획 백서>에도 ‘물의 도시’를 만들었다는 표현이 나온다.

민간 싱크탱크인 희망제작소는 최근 서울시에 이색적인 제안을 했다. ‘호수 같은’ 한강 대신 ‘강 같은’ 한강을 재현해보자고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방법은 물 빼기. 목욕탕 수조도 아니고 강에서 물을 뺀다고? 얼핏 황당해 보이는 이 제안에 대해 서울시는 진지하게 귀를 기울였다. 한강의 본래 모습을 탐색해보는 환경축제의 가능성을 엿보았기 때문이다. 김병일 서울시 문화국장은 “기대했던 만큼 물이 적게 빠져 바닥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개발의 의미를 되새기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시정개발연구원에 시뮬레이션을 맡겨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면 물이 얼마나 빠지는지, 어느 지역이 먼저 바닥을 드러낼 것인지를 예측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달 말께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서울시는 이 연구를 토대로 내년 5월 초 열리는 ‘한강미러클축제’ 마지막 날에 물을 빼는 축제를 벌일 계획이다.

상류 보는 닫고 하류 보는 열어

한강에서 물을 빼는 원리는 간단하다. 상류쪽 잠실대교 밑 잠실수중보를 닫아 물을 최대한 차단하고, 하류쪽 김포시 고촌면 신곡수중보를 열어두는 것이다. 단, 서해에서 밀려오는 밀물을 차단해야 물을 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조석간만의 차가 적은 시기를 고르거나 밀물을 막는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물을 빼는 것이 어떤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한강시민공원사업소쪽은 준설사업으로 강바닥을 평평하게 깎았기 때문에 물을 빼면 수심만 얕아질 뿐 바닥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또한 8천만톤에 가까운 수량을 신곡수중보의 5개 가동보만을 열어 빼낼 경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물을 빼는 ‘스펙터클한 효과’가 없을 거라고 내다본다.

반면 물빼기 사업을 제안하는 전문가들은 의견이 다르다. 노수홍 교수(연세대 환경공학부)는 일부 구간에서 백사장이나 뻘이 드러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노 교수는 “홍수 등으로 강바닥이 움직이기 때문에 처음엔 평평하게 깎아놓았다고 해도 퇴적이 되는 곳도 있고 패이는 곳도 있다”며 “여의도 63빌딩 근처 같은 곳은 눈으로만 보아도 퇴적층이 쌓여 있는데 그런 곳은 40~50㎝만 물을 빼도 바닥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물이 완전히 다 빠지지 않더라도 일단 실험 그 자체가 성공이라는 의견도 있다. 희망제작소 산하 한강연구소 김상길 소장(에이텍건축사사무소 대표)은 물빼기 행사가 시민들이 참여하는 환경축제로 꽃피어나기를 희망하고 있다. “우리는 한강이 어떻게 변하면 좋을지 희망만 품고 있지 실제로 한강 밑이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모른다. 수심이 얕아져 바닥이 보이면 시민·전문가들과 함께 하상지도를 그려 한강 마스터플랜을 세우는 데 기초자료로 삼겠다. 쓰레기가 많이 드러나면 시민들과 함께 이를 걷어내는 행사를 벌일 수도 있을 것이다. 시민들에게 한강에 대한 관심을 불어넣는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한강 그대로가 랜드마크 아닌가

그러나 한켠에선 한강의 변화를 앞두고 걱정스러운 목소리도 나온다. 과도한 개발에 대한 우려다. 60~70년대 한강개발 때는 공유수면매립사업으로 여의도·잠실의 백사장이 육지로 바뀌었다. 한강 모래는 골재로 쓰였다. 당시 한강은 건축 자원이었다. 그때는 한강으로 땅을 늘리고 집을 지어도 용서받는 시대였다. 이제 한강은 관광자원으로 여겨지고 있다. 노들섬에 민간자본을 유치해 6만~12만평의 거대한 아트컴플렉스를 짓겠다는 구상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이곳엔 오페라하우스를 비롯해 호텔·쇼핑센터를 포함시키는 것까지 고려 중이다. 오세훈 시장은 선거 전엔 이명박 전 시장이 수립한 노들섬 오페라 하우스 건립안에 대해 뚜렷한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재검토를 시사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더니 오히려 더욱 거대하고 야심찬 건축물의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한강에 랜드마크를 세워야 한다는 논리다. 역대 시장들은 저마다 랜드마크 건립을 약속했다. 고건 전 시장은 상암동(디엠시랜드마크빌딩)을, 이명박 전 시장은 여의도(서울국제금융센터)를, 그리고 오세훈 시장은 노들섬을 찍었다. 초고층 랜드마크를 가져야 한다는 사람들의 논리는 한결같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하면 뉴욕을, 파리하면 에펠탑을 떠올리는 것처럼 우리도 특별한 건물을 가져야 관광객이 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에펠탑을 두 번 보러 파리에 또 가는 사람은 없다. 그 도시의 사람들이 빚어내는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또 가고 싶게, 오래 머물고 싶게 만든다.

한강 그 자체가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순 없을까. 도시의 번잡함을 씻어주는 여유와 비움의 물길로, 강을 즐기고 사랑하는 시민의 삶 그 자체로.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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