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 27일 숨진 채 발견된 배우 이선균씨의 생전 언론 인터뷰가 공개됐다.
미국 한인 언론 ‘뉴스매거진 시카고’는 27일 유튜브에 지난 10월7일 미국 시카고에서 진행한 이씨와의 인터뷰 영상을 공개했다. 당시 이씨는 제17회 ‘아시안팝업시네마영화제’에 초청돼 ‘최우수 성취상’을 수상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 이후 10월11일 약 12분 분량의 인터뷰 영상을 공개했던 해당 언론은 이씨가 숨지자 약 5분 분량으로 편집된 인터뷰 영상을 ‘생전 마지막 인터뷰’라는 제목으로 다시 올렸다. 이씨는 10월20일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내사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에는 세 차례 경찰에 소환돼 포토라인에 설 때를 제외하고는 언론 노출이 없었다.
먼저, 이씨는 ‘최우수 성취상’ 수상에 “어느 한 작품으로 받는 것이 아니고, (24년 동안) 나의 배우 일지에 대한 상 같아서 더 뜻깊고 의미 있는 것 같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와 지금을 견줘볼 때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를 묻는 말에 이씨는 호탕하게 웃으며 “생각한 것보다 너무 잘됐다. 그 당시(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를 생각하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을 경험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작할 때에 비하면 정말 용 됐다”는 말이 이어졌다.
2020년 2월9일(현지시간)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감독·각본·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한 기생충의 배우 송강호(왼쪽부터), 이선균, 장혜진이 미국 LA 더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앞서 포토타임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씨는 “(영화 ‘기생충’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가서 작품상을 받고 할리우드 배우들한테 박수를 받았다”며 “정말 꿈꾸는 것 같았고, 꿈에서 좋은 패키지 여행을 같이 다닌 느낌이었다”고 했다. 이씨는 2019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박 사장 역을 맡아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렸고, ‘기생충’은 202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4관왕에 올랐다.
그의 말에 진행자가 ‘그만큼 실력을 쌓아왔기 때문에 그런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고 하자, 이씨는 “이번에 (최우수 성취상이라는) 상을 주신 것이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열심히 (연기를) 한 것에 대한 상을 주신 것 같아 굉장히 뜻깊고 의미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이씨는 연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풀어냈다. 이씨는 “전에는 연기가 나한테 주어지는 ‘숙제’라고 생각하고 나에게 주어진 숙제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며 “내 삶에 동력과 양식을 주는 게 연기”라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지금 시점에서 연기는 어떻게 보면 ‘일기’”라며 “또 다른 일기를 잘 써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씨는 “어떤 것을 굳이 하고 싶다고 욕심을 내는 것은 아니고, 한 작품 한 작품 캐릭터 하나를 헛되이 하지 않고 감사히 여기면서 만들어가고 싶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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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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