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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정치의 존재 이유가 ‘시민의 자유’건만…

등록 2014-05-14 16:29수정 2014-05-15 10:43

[한겨레 창간 26년 특집, 새 고전 26선]
우리는 과연 자유로운 시민인가
인간의 조건

한나 아렌트 지음

이진우 외 옮김

한길사(1996)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탈락하지 않으려면, 누구나 사회가 요구하는 합리성에 순응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우리가 이러한 사회 속에서 자유를 공동으로 향유하기란 어렵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이를 경험할 것인가?

아렌트는 그 해답을 압축해 표현하고 있다. “행위를 하는 게 시작이고, 시작하는 게 자유롭다는 것이다.” 그는 행위를 ‘말’과 ‘새로운 시작’으로 정의한다. (정치)행위야말로 권력과 공공영역의 탄생을 촉진하며 우리의 진정한 인간다움을 드러내는 데 기여한다. 정치의 존재 이유가 바로 자유이기에, 정치는 시민이 자유를 제대로 경험하는 장이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탄생·자유·용서·약속은 새로운 시작의 다른 표현이다. 여기서 탄생이란 일정 연령에 도달한 사람만이 정치행위자가 된다는 것을 뜻한다. 용서는 과거의 정치적 과오를 사면하여 행위에 다시 참여할 기회를 부여하는, 약속은 행위 결과를 예측하지 못함에서 오는 결점을 보완하는 또 다른 행위이다.

아렌트는 왜 다양한 유형의 행위를 부각시켰는가? 그는 소비사회에 만연해 있는 순응주의에 대응하여 활동적 삶, 특히 행위의 의미를 부각했다.

물론 아렌트는 노동과 작업도 인간적 실존의 기본 조건인 새로운 시작(탄생)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노동은 생물학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삶으로서 개인의 생존과 종의 보존에 기여하는 활동이며, 작업은 안정된 삶과 연관된 공간을 만드는 활동이다. 그러니 노동과 작업은 새로운 시작과 연관되지만 자유로운 삶은 아니라고 한다.

생계의 어려움에서 비롯한 가족의 동반자살, 세월호 참사로 인한 많은 분들의 죽음은 우리 시대의 비극이다. 이러한 비극은 노동과 작업에 필요한 제도와 조건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은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보여준다. 그 해결책을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결정이 바로 정치라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를 슬프게 하는 인재(人災)는 정치적 위기의 한 단면일 것이다.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자유로운 행위를 위축시키는 시대의 분위기 속에서 인간다운 공존이란 빈말에 불과할 것이다. 삶의 의미가 뒤틀린 시대에, 이 책은 사회적·정치적 순응주의에 맞서면서 항상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인간다운 삶의 귀중함을 성찰하는 지혜를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다. 홍원표 한국외국어대 LD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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