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창간 26년 특집, 새 고전 26선]
진실을 말하고 배우고 사랑하라
농업혁명·산업혁명 다음은 마음혁명 로마클럽이 위임한 지구 미래 예측 프로젝트 보고서가 바로 <성장의 한계>였다. 하지만 세 연구자들의 경고는 환영받지 못했다. 지금도 여전하지만, 40여년 전 지구촌을 휩쓸고 있던 성장신화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세계 인구가 150억에 달해도 풍요를 누릴 수 있다는 낙관론이 팽배했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책은 두 번째 개정판으로 초판 발행 30년을 기념해 발간된 것이다. 연구팀이 붙잡은 화두는 ‘지속가능한 미래로 가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였다. 연구팀은 ‘월드3’라는 컴퓨터 모형을 통해, 세계 인구와 경제가 지구의 수용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인류의 미래를 전망했다. 초판에서 예측한 세계 인구와 식량증산량의 증가는 적중했다. 두 번째 개정판에서는 좀 더 암울한 판정이 나왔다. 1980년대 후반 지구의 수용 능력이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비관하지 않는다. 자원의 한계, 끊임없는 성장 추구, 사회적 대응의 지체가 일으키는 인과관계를 충분히 이해한다면 인류의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지구적 차원의 현명한 정책, 기술과 제도의 변화, 정치적 목표의 쇄신, 그리고 개개인의 꿈이 어우러진다면 더 나은 미래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농업혁명, 산업혁명에 이은 세 번째 혁명, 즉 지속가능성 혁명을 완수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런데 인류의 세 번째 혁명을 위한 행동 지침이 흥미롭다. 꿈꾸고, 네트워크를 만들고, 진실을 말하고, 배우고, 사랑하라. 이것이 혁명의 5대 강령이다. 낯익지 않은가. 인류의 세 번째 혁명은 ‘마음의 혁명’이다. 최후가 될지도 모르는 지속가능성 혁명을 위해 우리가 꿈꾸고, 배우고, 사랑하며 네트워크를 만들 때, 우리가 공유해야 할 첫째 모토는 이것일 것이다. ‘경제가 성장하지 않아도 우리는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 지난 40여년, 우리의 성장은 개발독재에 의한 압축 성장이었다. 그러니 그 한계 또한 심각할 수밖에 없다. ‘세월호 참사’의 근본 원인 중 하나가 경제논리 아닌가. 성장의 ‘한계’를 무시한다면 언제 어디서 무엇이 붕괴, 침몰, 충돌, 폭발할지 모른다. 우리의 한계는 다름 아닌 우리의 마음이다. <성장의 한계>는 “고결하고 소중한 이상으로 마음을 채우라”고 권고한다. 우울과 분노가 전염병처럼 창궐하는 이 5월, 마음 가득 지속가능한 사회를 꿈꾸자. 이 뻔뻔한 국가, 미개한 정치, 야만적 시장을 넘어가는 힘은 우리가 함께 꾸는 꿈에서 솟구친다. 이것이 지금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이문재 시인·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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