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아르놀트 하우저 지음
백낙청 외 옮김
창작과 비평(1999)
예술은 대조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예술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머리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예술을 골치 아픈 존재로 여기며 작은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반응과 달리 무한한 존경과 애정을 표현하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예술을 숭배한다. 예술에 대한 이 대조적인 태도는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린다. 이 평행선이 유지되는 한, 예술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좋게 말하면 특별한, 냉정하게 말하면 사회로부터 분리된 진공상태에 갇힌 존재가 된다.
평행선을 달리는 예술에 대한 태도의 차이를 잠시 접어두고 예술이라 불리는 것이 모여 있는 장소에 대해 묻는다면 예술은 우리 곁에 사뭇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예술의 장소를 묻는 질문은 예술만의 특별함을 묻는 좁은 의미의 미학적 질문이나 예술만의 본질을 해명하려는 예술철학적 질문과는 분명하게 구별된다. 이러한 질문 방식을 예술에 대한 사회학적 질문이라 명명한다면,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는 예술에 대한 사회학적 질문 혹은 예술사회학적 질문의 모범을 제시해주는 책이다.
예술의 장소는 시간의 축 위에서 유동한다. 예술은 역사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라스코의 동굴벽화 속에 머물렀다가, 비잔틴제국의 모자이크 벽에 숨어 있다가, 바로크 궁정의 장식물이 되었다가, 보헤미안과 댄디의 모습을 지녔다가 어두운 영화관 속의 영화라는 가상의 세계로 변주된다.
이 책은 시간의 축에서 전개된 예술의 장소를 신석기 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타임머신 탐사를 통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당대’의 예술의 장소를 질문하게 한다. 하우저가 던지는 이 질문으로 인해 예술에 대한 상이한 태도로 갈라진 사람들은 다시 모인다. 하우저는 ‘당대’의 예술의 장소를 묻게 하고, 예술이 사회의 외부에 존재하는 사회적 맥락으로부터 격리된 진공의 상태에 있는 대상이 아니라 그 역시 불가피하게 사회적 존재임을 깨닫게 해준다. 하우저에 의해 예술은 예술애호가의 기호 영역만이 아니라 사회적 영역에 속한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예술은 사회적 이슈이다. 동시에 예술가 또한 자신을 사회의 관계망에서 벗어난 그저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순진한 존재일 뿐이라고 자기 정당화를 반복할 수 없도록 한다.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가 발휘하는 놀라운 힘이다.
노명우 아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