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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노동분업의 소외’ 파괴적 본능 강화시켜

등록 2014-05-14 16:20수정 2014-05-15 10:45

[한겨레 창간 26년 특집, 새 고전 26선]
전쟁을 막기 위해서 어떤 경제가 필요할까
문명 속의 불만

지그문트 프로이트 지음

김석희 옮김

열린책들(2004)

데카르트 이후 헤겔에 이르기까지 이성을 중심에 놓고 세상을 인지하던 일련의 흐름이 무너진 뒤, 19세기 중후반을 거쳐 더 이상 인간은 신적 권한을 가진 존재가 아닌 것으로 이해되었다.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자였던 전기와 사회학자로 살아간 후기가 나뉘고, 그 결정적인 저작은 프로이트식 국가의 기원론이라고 할 수 있는 <토템과 타부>(1913년)로 나뉜다. 그렇지만 1914~1918년에 벌어진 1차 세계대전은 이제는 환갑이 넘은 늙은 프로이트의 사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가 노년에 바친 연구의 주된 테마는 어떻게 하면 1차 세계대전 같은 전쟁으로 인류가 멸망하지 않을 것인가, 그런 평화의 가능성에 관한 것이다.

인간이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단순하게 악인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니다. 프로이트의 <문명 속의 불만>에서 운명적으로 고찰되는 전쟁 역시 그렇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폭력적이라는 점에서 홉스와 유사하다. 인간은 그냥 놔두면 ‘만인에 의한 만인의 전쟁’으로 늘 피곤한 상황에 놓이기 때문에 자신의 권리 일부를 유보해서 국가라는 것을 만든다. 프로이트는 이러한 파괴적 본능을 정지, 즉 변하거나 움직이지 않는, 즉 죽음의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영원히 그리고 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은 죽음이다. 반면에 변화를 위한 본능, 그것은 에로스로 상징되는 사랑의 본능이다. 죽음과 사랑, 그 두 개의 본능이 만나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국가, 즉 문명이 생겨난 것이다. 이런 점에서 후기 프로이트는 철저하게 이원론적인 사유를 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와 함께 노동의 분업이 벌어지면서 사람이 하는 노동은 무엇인가를 부수거나 쪼개거나 그런 파괴적인 속성이 더 많아진다. 그리고 프로이트는 마르크스 식으로 사회주의적으로 노동이 전환하더라도 단순 반복형이며 인간의 죽음의 본능을 더욱 강화시키는 노동과정의 변화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리하여 인류는 점점 더 대규모 전쟁에 가까워질 것이다. 실제 1차 세계대전의 발발은 독일 노동자들이 국민 경제의 융성을 위해서 전쟁을 집단적으로 선택하면서 현실화되었다.

비정규직 일반화와 정치의 우경화 그리고 동북아의 군사경쟁의 심화를 보며 늙은 철학자의 고전에서 다시 한 번 영감을 받아야 할 때가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전쟁 없는 미래를 위해서 어떠한 경제가 필요할 것인가?

우석훈 타이거픽쳐스 자문,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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