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감정론
애덤 스미스 지음
박세일 옮김
비봉출판사(2009)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은 도덕이 어떻게 인간의 감정으로부터 형성되는지를 설명했다. 사람들은 사회 속에서 서로의 처지에 대해 동정심을 느끼고 다른 사람의 상황 속에 자신을 대입시키는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 자신의 내부에 행위의 기준을 마련한다. 공평한 방관자로 불리는 이 기준을 비슷한 상황이 자신에게 벌어질 때 지침으로 삼는다.
독일 관념론이 인식, 윤리·법, 미의 근거를 이성에서 찾는다면, 영국의 경험론은 그 근거를 감성에서 찾는다. 가령, 칸트는 일견 감성적인 미조차 이성으로 설명한 데 비해, 흄이나 퍼거슨 등은 윤리와 법조차 감성으로 설명했다. 결국 후자는 벤담의 공리주의로 안착하게 된다. 스미스는 공리주의를 경계하면서도 윤리와 도덕의 형성에서 감성의 역할을 강조했다.
<감정론>은 스미스의 주저인 <국부론>과의 불일치 때문에 주로 문제가 되었다. <국부론>에서 그는 이기적인 인간들로 그득한 시장과 이에 근거한 상업사회가 어떻게 유지되고 발전할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늑대가 한 마리 있으면 위험하지만 여러 마리 있으면 오히려 경쟁으로 인해 자신들의 의도와 관계없이,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 사회 전체에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요지였다. 이런 생각이 현재까지 경제학의 모태를 이루어 그를 경제학의 ‘애덤’으로 군림하게 만들었다. 이에 반해 <감정론>은 타인을 동정하는 이타적인 인간을 상정했다. 이로 인해 독일의 역사학파가 말하는 ‘애덤 스미스 문제’가 발생했다.
마르크스, 케인스, 비트겐슈타인 등 많은 위대한 사상가에게서 이런 불일치는 흔히 발견된다. 특히 <감정론>은 자칫 윤리와 담을 쌓고 있는 시장경제와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이기적인 합리성에 집착하는 경제학에 반성의 근거를 제공한다. 인간이 이기심과 함께 이타심, 상호성, 사회적 선호 등을 지닐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원래 지역공동체에서 <감정론>이 말하는 공평한 방관자가 유효하지만, 거대사회에서는 <국부론>이 내세운 이기심과 가격기구가 더 유효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인터넷이 발달하고 실시간으로 전세계의 상황이 구체적으로 전달되는 현시점에서는 전세계 수준에서도 공감이 가능하다. 자본주의에 대한 근원적인 대안이 제시되지 않는 상황에서 도덕과 윤리는 자본주의에 대한 제어장치로 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같은 이유로 <감정론>도 더욱 중요한 고전이 되고 있다.
홍훈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