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 이득’이 된다면

등록 2014-05-14 14:37수정 2014-05-15 10:52

[한겨레 창간 26년 특집, 새 고전 26선]
☞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언제 허용되는가

정의론
존 롤스 지음
황경식 옮김
이학사(2003)
2010년 마이클 샌델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 열풍이 불었지만, 현대 정의론의 최고 저작은 단연코 존 롤스의 <정의론>(1971)이다. <정의론>은 ‘효용’을 중시하는 공리주의 비판에서 출발한다.

롤스는 공리주의가 다수의 행복이라는 명목 아래 소수의 행복을 희생시킨다는 점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정의를 “사회제도의 제1덕목”으로 위치 짓는다. 이어 유명한 두 개의 정의의 원칙을 제시한다. 제1원칙은 ‘평등한 자유의 원칙’으로, 모든 인간은 통상 ‘자유권’으로 불리는 기본권을 평등하게 누려야 한다는 것이다. 제2원칙은 ‘차등의 원칙’으로, 여기에 롤스 정의론의 진수가 있다. 즉,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사회의 ‘최소수혜자’에게 최대이득이 되는 경우에만 허용되고, 모든 사람에게는 공정한 기회의 균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롤스는 소비에트 사회주의에서 발생한 ‘자유권’의 부재를 비판하면서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경제적 약자에게 ‘사회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자유권’은 유명무실해짐을 직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평등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새로운 “반성적 평형”을 설정한 것이다. 그리고 형식적 기회의 평등을 넘어 실질적 기회의 평등이 실현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의 사상이 ‘평등주의적 자유주의’로 분류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점에서 그의 ‘자유주의’는 시장과 개인의 자유, 특히 소유권을 절대화하고 불평등 해소를 위한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거부하는 로버트 노직류(流)의 ‘자유지상주의’나, 약육강식 승자독식을 찬미하는 정글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인 ‘신자유주의’가 전혀 아니다.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롤스의 정의론을 다시 조명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장기간의 권위주의 체제하에서 재벌 중심의 성장 일변도 경제정책이 시행되었다. 정치적 민주화 이후에도 ‘자유권’은 수시로 위협받고 있으며, ‘사회권’은 경제협력개발기구 나라 중 꼴찌 수준이다. ‘평등한 자유의 원칙’은 위태롭고, ‘차등의 원칙’은 꿈나라 얘기다.

특히 계급간 소득격차는 심각해지고 있고, 비정규직, 성별, 학력, 국적 등에 따른 차별은 심화·내면화하고 있다. 지난 대선 시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야 후보는 모두 경제민주화와 복지 강화를 약속했다. ‘최소수혜자’의 절규에 응답한 것이라 평가한다. 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세력과 체제는 ‘부정의’이다.

조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구준엽 아내 서희원 숨져…향년 48 1.

구준엽 아내 서희원 숨져…향년 48

“우리 노동자의 긍지와 눈물을 모아”…‘저 평등의 땅에’ 작곡 류형수씨 별세 2.

“우리 노동자의 긍지와 눈물을 모아”…‘저 평등의 땅에’ 작곡 류형수씨 별세

웹툰 플랫폼 ‘피너툰’ 서비스 일방 종료…작가들 “피해 보상” 3.

웹툰 플랫폼 ‘피너툰’ 서비스 일방 종료…작가들 “피해 보상”

조성진 ‘가장 바쁜 피아니스트’ 5위…서울은 가장 뜨거운 음악도시 4.

조성진 ‘가장 바쁜 피아니스트’ 5위…서울은 가장 뜨거운 음악도시

2025년 ‘젊은작가상’ 대상에 백온유…수상자 7명 전원 여성 5.

2025년 ‘젊은작가상’ 대상에 백온유…수상자 7명 전원 여성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