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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3월 1일 잠깐 독서

등록 2008-02-29 19:40

〈아직 희망을 버릴 때가 아니다〉
〈아직 희망을 버릴 때가 아니다〉
■ ‘30년 노동상담’ 인생 고스란히

〈아직 희망을 버릴 때가 아니다〉

문득 누군가가 회사에서 쫓겨난다. 몰려가 따질 새, 또 다른 누군가 손이 잘리거나 가스 폭발에 죽는다. 이 사회 노동자들 삶이 블로그 한 문장 마침표를 찍는 일처럼 쉽다. 지은이 하종강씨는 한 선배의 말을 빌린다. “나를 보고 노동운동을 했다는데, 내가 지금까지 해온 일은 ‘근로자 기준법대로 하자’는 주장 이상이 아니다. 단지 인간 선언일 뿐이었다.”(132쪽) 그로부터 20여년이 흘렀으나 30년 노동 상담을 해온 하씨는 여전히 전사다. 크레인 끝에 섰던 한 노조위원장에겐 “다신 올라가지도, 죽지도 말라” 다그치지만, 내부고발을 했다며 쫓겨난 어린이집 여교사, 한 손 통째 공장에서 잃고 왼손으로 시위 때 돌을 던진다는 청년이 매일 꼬박 새로운 모습으로 걸목이 되어 달라 그를 찾기 때문이다. 슬프고 기쁜 데에 논리가 있을까. “하종강은 노동자는 선이라는 관점을 일관되게 지켜온 사람이다. 그는 논쟁에서 지더라도 자신이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사람들의 편에 서기로 결심한 듯하다.”(추천사) 스쳐간 수많은 노동자들이 그의 가족이 된다. 허리를 다쳐 감금되고 정신병까지 얻게 된 원양어선 젊은 선원의 ‘산재 처리’를 도운 뒤 가게에서 무심코 집은 그 회사의 참치캔을, 찰나 악령이나 본 듯 소스라치며 내려놓는 것이다. 그 따위 얘기 지겹다며 외면만 않으면야 누군들 아니겠는가. 그래서 ‘아직 희망을 버릴 때가 아니다’라고도 말하는 것이다. 하종강 지음·한겨레출판·1만2000원.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 ‘사회학의 대가’ 꼼꼼히 비교 분석


〈자본주의와 현대사회 이론〉
〈자본주의와 현대사회 이론〉
〈자본주의와 현대사회 이론〉

앤서니 기든스는 넓은 분야에 걸쳐 비중 있는 저작을 쓴 다작의 사회학자다. 사회학 방법론에 관한 저술에서 근대성(모더니티)에 관한 새로운 해석까지 그가 쓴 책은 30권이 넘는다. 기든스를 특히 유명한 사람으로 만든 건 ‘제3의 길’이다. 1994년 펴낸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에서 그는 전통 사민주의도 우파 신자유주의도 아닌 노선을 가리켰다. 토니 블레어가 그 책을 읽고 ‘제3의 길’에 관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어 98년 <제3의 길>을 펴냄으로써 그는 ‘제3의 길’의 공식 대변자처럼 됐다. 그러나 그의 학문 이력 전반을 놓고 보면, ‘제3의 길’은 그의 삶의 일부만을 차지한다. 그의 관심 범위를 측량하려면 더 이른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한길그레이트북스 시리즈의 하나로 번역된 <자본주의와 현대사회 이론>은 사회학자 기든스의 첫 번째 주목할 만한 저작이다. 1971년 출간된 이 책은 현대 사회학의 가장 중요한 원천이라 할 카를 마르크스, 에밀 뒤르켕, 막스 베버 세 사람의 사상을 비교·분석한 책이다. 기든스는 마르크스를 중심에 두고 나머지 두 사람과 마르크스 사이의 불일치점을 꼼꼼히 따져 들어가는데, 이념이 다른 세 사람을 검토해 자기 나름의 관점을 도출한다는 점에서 ‘제3의 길’의 기원을 보여주는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박노영·임영일 옮김/한길사·2만5000원.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 우리가 껴안아야 할 이땅의 소수자


〈소수자와 한국사회〉
〈소수자와 한국사회〉
〈소수자와 한국사회〉

한 사회 안에서 인종적, 민족적으로 비주류로 살아가는 삶은 어떨까. 7년 간의 미국 유학으로 소수자 경험을 해봤던 지은이는 199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흑인 폭동을 보며 이런 질문을 품게 됐다. 그리고 우리사회의 대표적 소수자인 이주 노동자와 화교, 혼혈인들을 만나 설문조사와 심층면접을 통해 한국에서 소수자로 살면서 느끼게 되는 차별과 불평등의 문제를 짚어냈다. 이주 노동자들은 싼값에 잠깐 부릴 수 있는 노동 인력 취급을 받고 있으며, 100여 년 동안 이 땅에 살아온 화교들은 ‘중국집 주인’이란 각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유명 혼혈인들과는 달리, 여전히 많은 혼혈인들이 외국으로 떠날 기회만을 고대하고 있다. 이런 모습들을 보여주며 지은이는 그저 소수자들을 받아들이자는 게 다문화가 아니라, 우리가 변하는 것이 다문화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 하나. 2002년 미국 상·하원이 296 대 133이라는 압도적 표차로 부시 정부의 독자적인 이라크 공격을 승인했을 때, 의회 내 소수자인 라틴계 의원 19명 중 15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지은이는 주류에서 외면당한 까닭에 오히려 소수자들이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며, 우리 사회가 소수자의 시각을 이해할 수 있기만 해도 더 많은 문제를 훨씬 부드럽고 공정하게 풀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한다. 박경태 지음/후마니타스·1만5000원.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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