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 이제 무엇으로 희망을 말할 것인가〉
■ 잘못 살고 있는 ‘잘살아보세 한국’
〈우석훈, 이제 무엇으로 희망을 말할 것인가〉
이 책은 결코 희망적이지 않다.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씨가 〈88만원 세대〉 지은이 우석훈씨를 만나 들은 내용 대부분은 한국 현실이 암울하다는 것이다. 우석훈씨는 한국은 오로지 잘살아야 한다는 것 외에 철학이 없다고 꼬집는다. 대기업들은 보스에게 충성하면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는 점에서 조폭들과 다를 게 없으며, 경제 구조는 수출의존도가 지나쳐 제국주의를 할 능력도 없으면서 제국주의로 치닫고 있다고 말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까지 겹치면 4인 가족 기준 연 수입 6000만원 이하 가구는 이민 가는 편이 현명하다고 한다. 조만간 외환위기 사태 때와 비슷한 경제공황에 맞닥뜨릴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특히, 노무현 정부에 대한 비판이 신랄하다. 참여정부는 “우리가 하는 것이 다 맞다. 조금만 지나면 다 잘될 것”이라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할 뿐 종합적 판단력이 부족했다고 이 책은 지적한다. 저금리 정책으로 돈이 부동산과 펀드로 몰리게 방치했다고 말한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다고 더 좋아질 것 같지도 않단다. 이명박 정부의 개발 위주 정책 방향은 결국 막개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책 제목대로 이제 무엇으로 희망을 말해야 하는가? 잘 속지 않는 국민이 되자고 제안한다. 우석훈·지승호 지음/시대의창·1만3500원.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 짝사랑하듯 인터뷰한 문화예술인들
〈그녀에게 말하다〉
스페인 영화 〈그녀에게〉(Talk to Her)는 소통 불능의 코마에 빠진 ‘그녀’에게 말을 건다. 소통이 불가능한 가운데 소통하는 것. 그건 입말이 아닌 몸말이다. 〈씨네21〉 김혜리 기자의 배역은 ‘인터뷰어 그녀’다. 인터뷰 대상인 그(녀)들의 몸말은 공기의 떨림을 거쳐 그녀의 몸말로 관통한다. 그녀는 ‘여는 인터뷰’로 먼저 그 자신을 인터뷰한다. 일종의 메타 인터뷰. 그녀가 묻는다. 성공적 인터뷰의 열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녀가 답한다. 날카로운 질문은 폼 나지만, 잘 듣기의 성과는 은연중에 드러난다고. 리듬에 맞으면 준비된 악보에 개의치 않고 즐기게 된다고. 음~ 그럼 인터뷰는 재즈와 같군요. 아! 그래서 책 제목이 ‘그(녀)들에게 묻다’가 아니라 ‘그녀에게 말하다’이군요. 그녀는 인터뷰는 짝사랑이란다. 내가 보기에는 ‘불타는 영화’다. 그녀에게 말한 그(녀)들도 한마디씩 거든다. 이창동 “나는 해피엔딩을 믿지 않아요. 엔딩이 어딨어? 나는 이야기는 끝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송강호 “1천만 명을 설득하는 힘과 바로 앞에 있는 한 명을 설득하는 힘은 같다.” 구본창 “어떤 이미지를 훔치는 일종의 쾌감과 스릴이 있었어요. 지나가다 아름다운 정경이나 사람, 상황을 만나면 내 필름에 낚아챌 수 있으니까.” 그녀에게 인터뷰로 말한 박민규는 소설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를 썼다. 김혜리 기자는 썼다. ‘그렇습니까? 인터뷰입니다!’ 김혜리 지음/씨네21·1만3000원.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 우디 앨런이 말하는 ‘나의 영화세계’
〈우디 앨런-뉴요커의 페이소스 〉
우디 앨런의 유년 시절은 문화적 풍요로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집에 책도 피아노도 없었고 가족과 단란한 식사를 한 적도 없다. 미술관이나 음악회를 간 적이 없음은 물론이다. 이런 자신을 두고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내가 이제껏 가져 본 최대의 작품이다.” 앨런이 훌륭한 ‘작품’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1935년생인 그는 1969년 〈돈을 갖고 튀어라〉로 데뷔한 뒤 〈맨해튼〉 〈브로드웨이를 쏴라〉 〈에브리원 세즈 아이러브유〉 등을 쉼없이 생산하는 영화감독으로 또 배우·작가·음악가로 활약해왔다. 그의 작품들은 보는 이를 웃게 하면서도 동시에 ‘그런데 삶은 뭐지’라고 뒤통수를 친다. 혼란과 불안 속에서도 본질적인 질문을 하지만, 또 심각한 순간에도 “고뇌가 에어로빅이라 1그램도 안 찌는군”(영화 〈스쿠프〉의 대사)이라고 농담을 날린다.
〈우디 앨런-뉴요커의 페이소스〉는 앨런이 지난 40년간 다양한 매체와 진행한 인터뷰를 모은 책이다. 할리우드 시스템 안에서 일하면서도 원하는 영화를 자유롭게 찍어온 그의 영화 캐리어도 흥미롭고, 뉴욕이라는 도시를 좋아하는 이라면 인터뷰 사이 스며나오는 거대도시의 페이소스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앨런은 요즘도 34살 연하 아내 순이씨와 잉꼬부부로 살고 있고, 스칼릿 조핸슨과 페넬로페 크루즈가 주연하는 영화를 찍고 있단다. 로버트 E. 카프시스 등 엮음·오세인 옮김/마음산책·1만4000원.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그녀에게 말하다〉
스페인 영화 〈그녀에게〉(Talk to Her)는 소통 불능의 코마에 빠진 ‘그녀’에게 말을 건다. 소통이 불가능한 가운데 소통하는 것. 그건 입말이 아닌 몸말이다. 〈씨네21〉 김혜리 기자의 배역은 ‘인터뷰어 그녀’다. 인터뷰 대상인 그(녀)들의 몸말은 공기의 떨림을 거쳐 그녀의 몸말로 관통한다. 그녀는 ‘여는 인터뷰’로 먼저 그 자신을 인터뷰한다. 일종의 메타 인터뷰. 그녀가 묻는다. 성공적 인터뷰의 열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녀가 답한다. 날카로운 질문은 폼 나지만, 잘 듣기의 성과는 은연중에 드러난다고. 리듬에 맞으면 준비된 악보에 개의치 않고 즐기게 된다고. 음~ 그럼 인터뷰는 재즈와 같군요. 아! 그래서 책 제목이 ‘그(녀)들에게 묻다’가 아니라 ‘그녀에게 말하다’이군요. 그녀는 인터뷰는 짝사랑이란다. 내가 보기에는 ‘불타는 영화’다. 그녀에게 말한 그(녀)들도 한마디씩 거든다. 이창동 “나는 해피엔딩을 믿지 않아요. 엔딩이 어딨어? 나는 이야기는 끝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송강호 “1천만 명을 설득하는 힘과 바로 앞에 있는 한 명을 설득하는 힘은 같다.” 구본창 “어떤 이미지를 훔치는 일종의 쾌감과 스릴이 있었어요. 지나가다 아름다운 정경이나 사람, 상황을 만나면 내 필름에 낚아챌 수 있으니까.” 그녀에게 인터뷰로 말한 박민규는 소설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를 썼다. 김혜리 기자는 썼다. ‘그렇습니까? 인터뷰입니다!’ 김혜리 지음/씨네21·1만3000원.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 우디 앨런이 말하는 ‘나의 영화세계’
〈우디 앨런-뉴요커의 페이소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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