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의 할인 무제한·마일리지 무제한 허용
도서정가제 변형된 ‘출판인쇄법’ 3년
납품가 옥죄고 책값 거품 커지고
도입취지 무색 유통교란 가속
거대출판사 번성 군소출판사 몰락 ‘양극화’
도서정가제 변형된 ‘출판인쇄법’ 3년
납품가 옥죄고 책값 거품 커지고
도입취지 무색 유통교란 가속
거대출판사 번성 군소출판사 몰락 ‘양극화’
커버스토리
# 장면1
“제발 사흘만, 우리 책을 사흘만 진열해주세요.”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 통계를 보면, 2005년 한 해 출간된 신간은 전년인 2004년보다 무려 23% 늘어 모두 4만3585종에 이른다. 그러나 실제 출판계에서는 지난해 나온 신간이 6만종에 육박할 것으로 본다. 실제 국내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 등에 하루 들어오는 신간 권수는 보통 200여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간 매대 진열 하루살이 신세
‘책의 부흥’이 도래한 것일까? 정반대다. 출판사들이 신간을 내는 이유는 내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마케팅 이벤트 등으로 포장하는 신간을 계속 내야만 조금이라도 책이 팔리기 때문에 계속 페달을 밟지 않으면 넘어지는 자전거를 타듯 경영하는 것이다. 너도나도 이렇게 신간을 쏟아내야 하다보니 경쟁은 훨씬 치열해졌다. 그래서 교보문고 등 대형 서점 복도에 새 책을 진열하는 매대는 매일매일 책이 바뀐다. 소형 출판사 사장들은 “제발 사흘만” 책을 놓아달라고 애원하지만, 책이 밀려드니 대형서점들은 신간들에게 딱 ‘하루’만 서험기회를 준다. 이 하루 안에 팔리지 않으면 다음날 바로 빠진다. 책이 서점에 하루만 머무니 정작 독자들은 그런 책이 나왔는지 정보조차 얻지 못한다. # 장면2 ㄱ 출판사 간부 아무개씨는 지난 연말 자신이 펴내려고 검토했던 프랑스의 입시 ‘바칼로레아’ 수험용 교양서가 대형 출판사인 ㄴ출판사에서 나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가 놀란 이유는 ‘책값’ 때문이었다. 60~70쪽 안팎인데, 값은 6500원으로 찍혀있었다. ㄱ출판사에서는 애초 이 책을 한 권으로 펴내내려 했다. 만약 냈다면 중고생용 책인만큼 값은 1만5000원을 정도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ㄴ출판사는 이 책을 10여권의 시리즈로 냈다. 책값은 10여권 합쳐 9만원대가 됐다. ㄴ사가 이처럼 비싼 값을 단 이유는? 최근 출판사들이 애용하는 ‘홈쇼핑’에 있다고 보는 것이 출판계의 중론이다. 보통 정가보다 50% 정도 깎아파는 홈쇼핑에서 팔 때를 대비해 매긴 정가라는 얘기다. 출간 1년 동안은 인터넷 서점에서 10% 이상을 할인해 팔지 못하지만 1년이 넘으면 역시 30~40% 이상 할인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이처럼 가격을 부풀리는 주범 가운데 하나다. # 장면3 사회과학과 법학 관련 교재 시장의 쌍두마차로 수십년 흑자경영을 이어온 법문사와 박영사는 요즘 심각한 위기감에 빠져 있다. 아직 두 회사 모두 지난해 결산이 끝나지 않았지만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번 자리잡으면 가장 안정적인 출판시장이라고 불리는 교재출판계의 최강자인 두 회사마저 적자로 돌아설 처지가 된 것은 요즘 교재시장의 위기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한 중견 교재출판사 대표는 “매출액이 최근 몇년 동안 해마다 10% 정도씩 꾸준히 줄어들어 이제는 2000년 매출의 절반 수준”이라며, “교재는 보통 1500부가 손익분기점인데, 요즘에는 500부 정도 팔리는 책들이 숱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터넷과 불법복사 이 두가지 때문입니다. 요즘 대학교 앞에 가보면 복사집이 한 대학 앞에 10곳이 넘습니다. 책 한 권 사서 여러명이 돌려 복사하지요, 인터넷으로 리포트 자료 다운받아 내지요, 아무도 책 안삽니다.” 교재업계가 추정하는 ‘판매되는 책’ 대 ‘복사되는 제본책’의 비율은 4 대 6. 시중에 유통되는 교재 콘텐츠는 복사본이 더 많다는 이야기다. 교재 출판사 불법복제 몸살 지금 우리 출판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이 장면들은 모두 ‘정상’은 아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비정상적인 장면들이 벌어지는 것일까. 책값과 책유통을 둘러싼 환경이 2000년대 들어 급격하게 바뀌면서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지난 2003년 2월27일 도입한 ‘출판 및 인쇄진흥법’이 이제 꼭 시행 3년을 맞았다. 그러나 애초 도입취지는 무색해지고 업계들의 비명소리는 점점 더 처절해졌다. 그리고 이런 비정상적인 풍경들이 일상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도서정가제’로 불리는 가격제도를 더욱 엄격하게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요즘 출판계 안팎에서 점점 높아지고 있다. 출판 및 인쇄진흥법 3년 “출판은 돈 놓고 돈 먹기”=3년 전 도입한 이 법안의 뼈대는 3가지다. 첫째는 변형된 도서정가제다. 출간 1년 이내의 ‘신간’의 경우 일반 오프라인서점은 할인을 못하며 온라인 서점만 10%까지 할인판매할 수 있게 했다. 출간 1년을 넘긴 구간들은 마음대로 할인할 수 있다. 두번째와 세번째는 각각 불법복사와 ‘사재기’를 막는 것이다. 이 가운데 가장 논쟁거리였던 첫번째 책값 할인 문제는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3년 전에 시행령을 만들 때 책 구매금액의 일부를 적립해주는 ‘마일리지’의 경우 출판계와 문화부는 구매금액의 2~3%로 제한하려고 했다. 하지만 당시 규제개혁위원회가 시장 자율에 맡기자로 이 안을 거부하면서 마일리지는 무제한 허용됐고, 결국 우려대로 책의 유통을 교란하는 현실로 나타났다. 현재 인터넷 서점 등은 구매가의 20~30%를 기본으로 적립해준다. 여기에 별도의 할인쿠폰을 준다. 출판사는 경품까지 보태주기도 한다. 정가 8500원, 인터넷 할인가 5950원짜리 책에 한 대형 출판사는 경품으로 시중가 2만2000원대의 화장품을 끼워주고 있다. 그 결과 출혈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이 있는 몇몇 출판사들이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를 과점하게 됐다. 동시에 책값은 마케팅 비용과 할인예상 비용을 포함하다보니 엄청나게 올라갔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일반 단행본 1권의 값은 샐러리맨들의 점심값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점심값과 책값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대다수 출판사들도 손해-양극화만 심해져=이처럼 비정상적인 책값 구조로 소비자들이 손해를 보는 동시에 한 권이라도 더 팔자고 모든 것을 쏟아붓는 출판사들도 건지는 것은 없는 형편이다. 날이 갈수록 동네 작은 서점들이 줄어들면서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래서 출판사들은 이들 대형 유통업체들의 요구에 점점 더 휘둘리게 된다. 스스로 가격을 결정하는 힘을 빼앗기고 ‘납품업자’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낮은 납품가를 요구받다보니 책값은 올라갔어도 출판사도 남기는 게 없는 셈이다. 지난 2003년께만해도 출판사들이 인터넷 서점에 넘기는 책 값은 정가의 60%에 육박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은 40%대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올해가 군소출판사들에게는 ‘심판의 해’가 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우세하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수만곳에 이르는 국내 출판사 가운데 20~30%가 올해 정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거대출판사들은 해마다 매출액 기록을 깨면서 성장하고 있다. 자본을 이용한 마케팅에서 애초부터 군소 출판사들이 상대가 되지 않게 된 덕분이다. 99년 단행본출판사가 처음으로 1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한 이래 4년만인 2004년 처음으로 최대 단행본 출판사 매출액이 300억을 넘었고, 지난해는 400억원대로 매출액이 뛰어올랐다. “비현실적 할인 줄여 책값 현실화” “도서정가제, 제대로 하자” 출판계 법개정 나서=출판 및 인쇄진흥법은 이처럼 책값을 안정시키고 작은 출판사와 작은 서점을 살리기 위한 최소한의 합의로 도출된 것이었지만 그 3년의 결과는 더욱 악화된 현실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 출판계는 다음달 말께로 예상되는 출판 및 인쇄진흥법 개정안 발의를 앞두고 정가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나섰다. 출협은 도서정가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할인과 경품 혜택이 두가지를 합쳐도 책 값의 5%를 넘지 않게 하는 방안과 △할인 5%와 마일리지 5%를 합쳐 모두 10%까지 할인하게 하는 두가지 방안을 놓고 검토중이다. 할인폭을 줄이면 현재 부풀려진 책값이 현실화될 것이란 예상에서다. 아직 일반 서점업계와 온라인 서점업계와 조율은 마무리되지 않았다. 제2의 출판단체인 한국출판인회의는 소속 출판사 270여곳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벌여 도서정가제에 대한 의견을 취합하기로 했다. 그동안 출판사들이 개별적으로 의견을 밝힌 적은 많았지만 정작 공동으로 의견을 낸 적은 없었다. 출판인회의 유재건 유통위원장은 “1차 조사로 의견을 모아 공청회를 열고 다시 공청회 결과를 더해 3월 중순까지 출판계의 공식입장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는 ‘불법복사’를 근절하려는 출판계의 의지도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출협 강희일 정가제대책위원장(다산출판사 대표)는 “현 저작권법상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신고해야만 하는 친고죄로 분류된 불법복사를 비친고죄로 바꿔 상업적, 반복적 복사의 경우 출판사와 서점도 불법복제로 고발할 수 있게 하는 안이 법사위에 올라가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책의 부흥’이 도래한 것일까? 정반대다. 출판사들이 신간을 내는 이유는 내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마케팅 이벤트 등으로 포장하는 신간을 계속 내야만 조금이라도 책이 팔리기 때문에 계속 페달을 밟지 않으면 넘어지는 자전거를 타듯 경영하는 것이다. 너도나도 이렇게 신간을 쏟아내야 하다보니 경쟁은 훨씬 치열해졌다. 그래서 교보문고 등 대형 서점 복도에 새 책을 진열하는 매대는 매일매일 책이 바뀐다. 소형 출판사 사장들은 “제발 사흘만” 책을 놓아달라고 애원하지만, 책이 밀려드니 대형서점들은 신간들에게 딱 ‘하루’만 서험기회를 준다. 이 하루 안에 팔리지 않으면 다음날 바로 빠진다. 책이 서점에 하루만 머무니 정작 독자들은 그런 책이 나왔는지 정보조차 얻지 못한다. # 장면2 ㄱ 출판사 간부 아무개씨는 지난 연말 자신이 펴내려고 검토했던 프랑스의 입시 ‘바칼로레아’ 수험용 교양서가 대형 출판사인 ㄴ출판사에서 나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가 놀란 이유는 ‘책값’ 때문이었다. 60~70쪽 안팎인데, 값은 6500원으로 찍혀있었다. ㄱ출판사에서는 애초 이 책을 한 권으로 펴내내려 했다. 만약 냈다면 중고생용 책인만큼 값은 1만5000원을 정도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ㄴ출판사는 이 책을 10여권의 시리즈로 냈다. 책값은 10여권 합쳐 9만원대가 됐다. ㄴ사가 이처럼 비싼 값을 단 이유는? 최근 출판사들이 애용하는 ‘홈쇼핑’에 있다고 보는 것이 출판계의 중론이다. 보통 정가보다 50% 정도 깎아파는 홈쇼핑에서 팔 때를 대비해 매긴 정가라는 얘기다. 출간 1년 동안은 인터넷 서점에서 10% 이상을 할인해 팔지 못하지만 1년이 넘으면 역시 30~40% 이상 할인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이처럼 가격을 부풀리는 주범 가운데 하나다. # 장면3 사회과학과 법학 관련 교재 시장의 쌍두마차로 수십년 흑자경영을 이어온 법문사와 박영사는 요즘 심각한 위기감에 빠져 있다. 아직 두 회사 모두 지난해 결산이 끝나지 않았지만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번 자리잡으면 가장 안정적인 출판시장이라고 불리는 교재출판계의 최강자인 두 회사마저 적자로 돌아설 처지가 된 것은 요즘 교재시장의 위기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한 중견 교재출판사 대표는 “매출액이 최근 몇년 동안 해마다 10% 정도씩 꾸준히 줄어들어 이제는 2000년 매출의 절반 수준”이라며, “교재는 보통 1500부가 손익분기점인데, 요즘에는 500부 정도 팔리는 책들이 숱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터넷과 불법복사 이 두가지 때문입니다. 요즘 대학교 앞에 가보면 복사집이 한 대학 앞에 10곳이 넘습니다. 책 한 권 사서 여러명이 돌려 복사하지요, 인터넷으로 리포트 자료 다운받아 내지요, 아무도 책 안삽니다.” 교재업계가 추정하는 ‘판매되는 책’ 대 ‘복사되는 제본책’의 비율은 4 대 6. 시중에 유통되는 교재 콘텐츠는 복사본이 더 많다는 이야기다. 교재 출판사 불법복제 몸살 지금 우리 출판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이 장면들은 모두 ‘정상’은 아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비정상적인 장면들이 벌어지는 것일까. 책값과 책유통을 둘러싼 환경이 2000년대 들어 급격하게 바뀌면서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지난 2003년 2월27일 도입한 ‘출판 및 인쇄진흥법’이 이제 꼭 시행 3년을 맞았다. 그러나 애초 도입취지는 무색해지고 업계들의 비명소리는 점점 더 처절해졌다. 그리고 이런 비정상적인 풍경들이 일상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도서정가제’로 불리는 가격제도를 더욱 엄격하게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요즘 출판계 안팎에서 점점 높아지고 있다. 출판 및 인쇄진흥법 3년 “출판은 돈 놓고 돈 먹기”=3년 전 도입한 이 법안의 뼈대는 3가지다. 첫째는 변형된 도서정가제다. 출간 1년 이내의 ‘신간’의 경우 일반 오프라인서점은 할인을 못하며 온라인 서점만 10%까지 할인판매할 수 있게 했다. 출간 1년을 넘긴 구간들은 마음대로 할인할 수 있다. 두번째와 세번째는 각각 불법복사와 ‘사재기’를 막는 것이다. 이 가운데 가장 논쟁거리였던 첫번째 책값 할인 문제는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3년 전에 시행령을 만들 때 책 구매금액의 일부를 적립해주는 ‘마일리지’의 경우 출판계와 문화부는 구매금액의 2~3%로 제한하려고 했다. 하지만 당시 규제개혁위원회가 시장 자율에 맡기자로 이 안을 거부하면서 마일리지는 무제한 허용됐고, 결국 우려대로 책의 유통을 교란하는 현실로 나타났다. 현재 인터넷 서점 등은 구매가의 20~30%를 기본으로 적립해준다. 여기에 별도의 할인쿠폰을 준다. 출판사는 경품까지 보태주기도 한다. 정가 8500원, 인터넷 할인가 5950원짜리 책에 한 대형 출판사는 경품으로 시중가 2만2000원대의 화장품을 끼워주고 있다. 그 결과 출혈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이 있는 몇몇 출판사들이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를 과점하게 됐다. 동시에 책값은 마케팅 비용과 할인예상 비용을 포함하다보니 엄청나게 올라갔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일반 단행본 1권의 값은 샐러리맨들의 점심값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점심값과 책값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대다수 출판사들도 손해-양극화만 심해져=이처럼 비정상적인 책값 구조로 소비자들이 손해를 보는 동시에 한 권이라도 더 팔자고 모든 것을 쏟아붓는 출판사들도 건지는 것은 없는 형편이다. 날이 갈수록 동네 작은 서점들이 줄어들면서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래서 출판사들은 이들 대형 유통업체들의 요구에 점점 더 휘둘리게 된다. 스스로 가격을 결정하는 힘을 빼앗기고 ‘납품업자’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낮은 납품가를 요구받다보니 책값은 올라갔어도 출판사도 남기는 게 없는 셈이다. 지난 2003년께만해도 출판사들이 인터넷 서점에 넘기는 책 값은 정가의 60%에 육박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은 40%대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올해가 군소출판사들에게는 ‘심판의 해’가 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우세하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수만곳에 이르는 국내 출판사 가운데 20~30%가 올해 정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거대출판사들은 해마다 매출액 기록을 깨면서 성장하고 있다. 자본을 이용한 마케팅에서 애초부터 군소 출판사들이 상대가 되지 않게 된 덕분이다. 99년 단행본출판사가 처음으로 1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한 이래 4년만인 2004년 처음으로 최대 단행본 출판사 매출액이 300억을 넘었고, 지난해는 400억원대로 매출액이 뛰어올랐다. “비현실적 할인 줄여 책값 현실화” “도서정가제, 제대로 하자” 출판계 법개정 나서=출판 및 인쇄진흥법은 이처럼 책값을 안정시키고 작은 출판사와 작은 서점을 살리기 위한 최소한의 합의로 도출된 것이었지만 그 3년의 결과는 더욱 악화된 현실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 출판계는 다음달 말께로 예상되는 출판 및 인쇄진흥법 개정안 발의를 앞두고 정가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나섰다. 출협은 도서정가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할인과 경품 혜택이 두가지를 합쳐도 책 값의 5%를 넘지 않게 하는 방안과 △할인 5%와 마일리지 5%를 합쳐 모두 10%까지 할인하게 하는 두가지 방안을 놓고 검토중이다. 할인폭을 줄이면 현재 부풀려진 책값이 현실화될 것이란 예상에서다. 아직 일반 서점업계와 온라인 서점업계와 조율은 마무리되지 않았다. 제2의 출판단체인 한국출판인회의는 소속 출판사 270여곳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벌여 도서정가제에 대한 의견을 취합하기로 했다. 그동안 출판사들이 개별적으로 의견을 밝힌 적은 많았지만 정작 공동으로 의견을 낸 적은 없었다. 출판인회의 유재건 유통위원장은 “1차 조사로 의견을 모아 공청회를 열고 다시 공청회 결과를 더해 3월 중순까지 출판계의 공식입장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는 ‘불법복사’를 근절하려는 출판계의 의지도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출협 강희일 정가제대책위원장(다산출판사 대표)는 “현 저작권법상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신고해야만 하는 친고죄로 분류된 불법복사를 비친고죄로 바꿔 상업적, 반복적 복사의 경우 출판사와 서점도 불법복제로 고발할 수 있게 하는 안이 법사위에 올라가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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