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부산 사하구 감천항에서 방역당국 직원들이 현장을 소독하고 있다. 부산광역시 소방재난본부 제공
부산 북항에 정박한 러시아 원양어선에 올라 작업을 했던 선박수리업체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러시아 선박 발 지역 내 첫 감염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어 방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부산시는 23일 “사상구의 ㄱ씨가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아 부산 157번째 확진자가 됐다”고 밝혔다. ㄱ씨는 지난 20일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나, 22일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방역당국은 이날 ㄱ씨에게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내렸다.
ㄱ씨는 영도구에 있는 한 선박수리업체에서 일하는데, 지난 8일 부산 북항 신선대 부두에 정박한 러시아 선박 페트로1호(7733t급)의 수리 작업을 했다. 페트로1호는 지난 8일 오후 1시30분께 입항했고, 31일 낮 12시께 출항 예정이다. 입항 당시 페트로1호에는 검역관이 승선해 검역을 진행했으며, 당시 선원 모두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페트로1호 선원들은 하선하지 않았으며, 현재 국립부산검역소가 선원 94명의 코로나19 검진을 진행하고 있다.
ㄱ씨는 지난 20일 증상이 나타난 뒤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수리업체 사무실에서 생활했다. ㄱ씨는 페트로1호에서만 일한 것으로 파악됐다. ㄱ씨의 자녀 3명과 아내는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안병선 부산시 건강정책과장은 “지난 18일부터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고 ㄱ씨의 직장 동료 등 정확한 밀접접촉자 수를 조사하고 있다. 또 페트로1호 선원의 검진 결과가 나오면 ㄱ씨의 감염경로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ㄱ씨가 러시아 선박에서 감염됐는지, 지역사회에서 감염됐는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감염경로 파악에 집중하고 있다. 또 검역조처 강화 전 선박 수리 작업 등에 참여한 노동자 현황 파악에 나섰고, 필요하면 이들의 전수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부산시교육청은 ㄱ씨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의 교실을 방역 조처하고, 23~24일 이틀 동안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다. ㄱ씨의 또 다른 자녀가 다니는 유치원도 원생들을 모두 돌려보내고 원격수업으로 바꿨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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