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부산 감천항에 정박 중인 러시아 국적 냉동화물선에서 선원 18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연합뉴스
부산 사하구 감천항에 정박한 외국 선박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감염경로가 오리무중이다. 선원들이 코로나19 최대 잠복기 14일을 훌쩍 넘겨 1~2개월여 동안 해상에만 머물렀기 때문이다.
15일 국립부산검역소의 말을 들어보면, 남태평양의 투발루 국적 원양어선 카이로스호(499t급)는 기존 선원 30명에 교대 선원 14명을 태우고 8일 오후 1시께 선체 수리를 위해 지난달 16일에 이어 두번째로 감천항에 입항했다. 검역당국은 13일 특별입국절차에 따라 선원 22명의 코로나19 검사에 들어갔다. 이 가운데 선원 1명이 지난 14일 새벽 확진 판정을 받았다. 나머지 선원 43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의문은 확진자가 비교적 좁은 선박 안에서 한달가량 생활했는데도, 나머지 선원 모두 음성 판정이 나온 점이다. 또 확진자는 교대 선원도 아닌 기존 선원이었다. 국립부산검역소는 “그동안 발열 등 코로나19 증세 보고나 신고도 없었다”고 밝혔다. 카이로스호에서 코로나19 확진자 한명이 몇명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지를 보여주는 ‘재생산지수’(RO)가 0이었다는 말이다.
확진된 카이로스호 선원이 누구로부터 감염됐는지는 더 미궁에 빠졌다. 두 선박의 선원들이 한두달가량 해상에만 있었기 때문에 14일 확진 판정을 받은 선원보다 더 빠른 최초 감염자가 선원들 가운데 나와야 하지만 아직 최초 감염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카이로스호 선원 30명 가운데 누군가가 한달여 전 육상의 누군가와 접촉했다고 하더라도 코로나19 최대 잠복기 14일을 갑절이나 넘긴 상황이어서 최초 감염자를 찾기가 힘들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감천항 부두에 들어온 러시아 국적 냉동화물선에서 19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지난 6일부터 모든 국가를 검역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세계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해 일주일 단위로 고위험 국가를 지정해 검역기관에 통보한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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